너무 긴 일주일? 너무 짧은 일주일!
너무 긴 일주일? 너무 짧은 일주일!
  • 김예진 단기선교사
  • 승인 2012.09.10 2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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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 다니지 않았던 나는 단기선교를 와서도 성경 읽고 기도하고 전도하는 것이 무척 어려웠다. 게다가 영어도 서툴러서 의사소통도 힘들었다. 몇주 전, 선교사님이 갑자기 무전전도여행을 다녀오라고 하셨다. 세 팀이 떠나는데, 나는 인도인 형제 둘과 한 팀이었다. 정말 가기 싫었다. 선교사님은 ‘3명 이상에게 전도할 것, 아침에 30분씩 성경 읽을 것, 저녁에 팀원들이 교제할 것’을 숙제로 주셨다.

▲ 너무 긴 일주일? 너무 짧은 일주일!

첫날, 한 부부가 정말 좋은 일을 한다며 우리를 목적지까지 태워다주고 500루피를 주었다. 신기하고 감사했다. 그날 마지막으로 들른 집에서는 부부가 구원받아 정성 들여 우리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잠자리도 마련해주었다.

다음날은 전도를 게을리한 탓인지 밤늦도록 잘 곳이 없었다. 전화로 선교사님께 상황을 말씀드리자, 선교사님은 ‘하나님이 너희를 보내셨으니 하나님이 준비하신 사람이 있다’며 기도하고 잘 곳을 찾아보라고 하셨다. 그 이야기를 듣고 불안했던 마음이 사라지고 힘이 솟았다. 아무 집이나 문을 두드리는데, 얼마 안 되어 정말 좋은 여성 분을 만났다. 비에 젖은 채 무거운 가방을 메고 웃고 있는 우리가 안쓰러웠는지, 얼른 들어오라며 따뜻한 차를 주고 맛있는 계란을 삶아주셨다. 그날 밤 우리는 하나님이 도우심을 함께 이야기했다.

다음날, 이틀 동안 형제들이 전도하는 것을 옆에서 듣고 또 형제들에게 물어서 열심히 정리하고 연습했기에 ‘이제 나도 전도해야겠다’고 마음먹고 한 여학생에게 준비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런데 계속 ‘이게 아닌데 … ’라는 생각이 올라오며 불안했다. 내가 말을 마치자 한 형제가 그 여학생에게 얼마나 이해했냐고 물었더니, 그 학생이 당황해 하면서 내 눈치를 보며 솔직히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다. 정말 부끄럽고, 힘이 쫙 빠졌다.

전도하지 않겠다고 입을 다문 나에게 형제들은 숙제라며 전도해야 한다고 했다. 싫었지만, 숙제는 해야 했다. 넷째 날, 우리를 맞아준 집의 막내인 열두살 히토에게 복음을 전하기로 했다. 아이지만 걱정이 되었다. 성경을 펴고 내가 준비한 노트를 옆에 두고 차근차근 설명하는데, 히토의 형 니까토가 들어오더니 같이 듣고 싶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더욱 부담스러웠다. 내색하지 않고 복음을 설명하는데, 처음 전도할 때와 느낌이 달랐다. 마음이 평안하고 이야기도 진행이 잘 되었다. 복음을 다 전한 후 진지하게 듣던 니까토에게 이해가 되냐고 묻자 믿어진다며 나에게 고맙다고 책갈피를 선물했다. 내가 하는 영어도 다 알아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정말 행복했다.

그날 밤, 그 집 가족을 비롯해 12명이 둘러앉아 이야기하고 기도하고 간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부담스럽지만 나도 입을 떼었다. 조금 더듬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웃기도 하며 내 이야기에 반응했다. 그동안 한국에 돌아가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아니었다.
다음날 디마푸르로 돌아올 때 복음을 전한 사람들과 헤어지는 게 그렇게 아쉬울 수 없었다. 전도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너무 긴 일주일이라고 생각했지만 돌아갈 때에는 너무 짧은 것 같아 다음엔 한 달을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길에서 잘 것 같고 굶을 것 같았지만, 따뜻한 곳에서 자고 따뜻한 밥을 먹었다. 영어로 전도하고, 간증도 했다. 그 모든 것이 하나님이 무전전도여행 속에 준비해두신 선물이었다. 나는 교만하다는 소리를 자주 들으면서도 계속 내 생각을 따라 살았는데, 이젠 나를 믿고 싶지 않다.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무전전도여행! 평생 잊지 못할 값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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