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수선공의 선택
구두 수선공의 선택
  • 구원열차
  • 승인 2012.09.1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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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동화 / 그림|배은미

 
어느 작은 마을에 구두수선공이 살았어요. 그는 매일 같이 남의 더럽고 냄새나는 구두를 닦고 고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빴어요.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지독한 가난을 면할 수 없었어요.
아이들이 많아서 구두 수선을 해서 돈을 벌어도 살림을 넉넉하게 꾸릴 수가 없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집도 좁았고, 아이들은 학교도 제대로 보낼수 없었어요.
구두 수선공의 이웃에는 큰 부자가 살고 있었어요. 부자는 재산은 많았지만 재롱부리는 자식이 한 명도 없었어요. 부자는 구두 수선공을 은근히 부러워했어요. 구두 수선공의 집은 늘 소란스러웠어요. 아이들이 온
집안을 돌아다니며 노는 소리가 하루 종일 그치지 않았어요. 창문을 통해 아이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며 부자는 아내에게 말했어요.

 
“세상에서 가장 듣기 좋은 소리는 바로 아이들의 웃음소리야!”
부자에게는 가난하지만 자식 많은 구두 수선공이 무척 행복해 보였어요.
어느 날, 부자의 아내는 조심스럽게 남편에게 말을 꺼냈어요.
“여보, 구두 수선공에 대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요.”
“어서 말해 보시오.”
“ 구두 수선공은 참 부지런해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하잖아요.
하지만 아이들이 워낙 많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지 뭐예요.”
“맞아, 아이들 학교도 보내지 못하는 형편이더군.”
남편은 아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어요. 아내는 계속 말을 이었어요.
“ 게다가 집은 얼마나 좁아요. 그 많은 아이들이 뒤섞여 먹고 자니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그런데 우리는 돈도 많고 집도 여러 채 있잖아요.
우리가 구두 수선공에게 집을 한 채 주고 돈도 좀 주면 어떨까요?”
아내의 갑작스런 말에 부자는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사실 아내는 지금까지 남을 위해 그렇게 큰돈을 쓴 적이 없었거든요.
“집과 돈을 말이오?”
“ 그래요. 당신도 이웃집 아이들을 좋아하잖아요. 아이들이 넓은 집에서 뛰어 놀면 얼마나 보기 좋겠어요. 가끔 우리도 놀러 가서 아이들 재롱을 보면 되고요.”
부자는 아이들의 재롱을 직접 볼 수 있다는 말에 마음이 기울었어요.
“그렇게 합시다.”
 
부자는 기분 좋게 찬성했어요.부자는 구두 수선공을 찾아갔어요. 마침 구두 수선공은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일하고 있었어요. 부자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 내가 만약 이렇게 작은 집에서 살고 있다면 노래는커녕 한숨이 절로 나올 텐데……. 뭐가 저렇게 흥겨울까?’
부자는 고개를 꺄우뚱거리며 집 안으로 들어섰어요. 문이 열리는 소리에 무심코 뒤를 돌아보던 구두 수선공은 부자를 보고는 노래를 뚝 멈추었어요.
“어르신, 웬일이세요?”
뜻하지 않은 부자의 방문에 구두 수선공은 어안이 벙벙했어요. 서로 이웃이긴 하지만 평소 왕래가 거의 없었으니까요. 부자는 집 안을 둘러보며 말했어요.
“할 이야기가 있어서 들렀네.”
구두 수선공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부자를 쳐다보았어요.
“어서 말씀해 보세요.”
부자는 목소리에 힘을 주어 말했어요.
“ 우리가 자네를 조금 도와줄까 하네. 우리는 집이 여러 채 있네.
그래서 자네에게 집을 한 채 내주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낼 수 있을 만큼의 돈을 주고 싶은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구두 수선공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어요. 예상치 못한 말이었거든요.
“저희를 그렇게 도와주신다면 감사드릴 일이지요. 정말 감사합니다.”
구두 수선공은 거듭 고맙다고 인사했어요.
“우리 뜻을 받아 줘서 고맙네.”
부자는 구두 수선공이 크게 기뻐하자 흡족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어요.
며칠 뒤, 구두 수선공 가족들은 꿈에 그리던 넓은 집에서 살게 되었어요.
전에는 먹지 못했던 맛있는 음식도 해 먹고 말끔한 옷도 사 입었어요.
구두 수선공은 새 집에 와서 여유롭게 살게 되었지만 여전히 구두를 수선하며 부지런하게 살았어요. 그런데 가족들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졌어요 . 특히 아내는 예전보다 욕심도 커지고 낭비가 심해졌어요.
“입을 옷이 마땅치 않아요. 옷 사러 갈 테니 돈 좀 넉넉히 주세요.”
“가구를 바꿔야겠어요. 이 가구는 유행이 지난 지 오래됐다고요.”
아내뿐만이 아니었어요. 예전에는 아무거나 가리지 않고 잘 먹던 아이들이 점점 투정을 늘어놓기 시작했어요.
“이제 이건 먹기 싫어! 더 맛있는 음식 없어?”
구두 수선공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돈이 많고 집도 넓으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가족들의 불평은 늘어갔으니까요.
결국, 구두 수선공은 부자의 집을 찾아갔어요. 부자 부부는 구두 수선공을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그동안 안녕하셨지요?”
부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 소식을 물었어요.
“아이들은 잘 크나?”
“그럼요. 어르신 덕분에 좋은 옷과 음식으로 키운답니다.”
그러나 구두 수선공의 표정은 몹시 씁쓸하고 어두웠어요. 이를 본 부자의 아내가 넌지시 물었어요.
“그런데 어디 불편해요? 안색이 좋지 않군요.”
구두 수선공은 매우 근심어린 얼굴로 말했어요.
“저……. 어르신, 사실은 저희 가족이 모두 병에 걸렸어요.”
부자가 깜짝 놀라 물었어요.
 
“ 아니, 어디가 아프단 말인가? 그럼 어서 병원에 가봐야지.”
“ 그런 게 아니에요. 가족들 모두가 만족할 줄 모르는 마음의 병에 걸렸어요. 큰 집에서 살고 좋은 음식을 먹어도 만족할 줄 모르고 불평만 늘고 있어요. 그리고 웃음도 잃어버렸어요.”
부자는 얼굴을 찌푸리며 한숨을 푹 내쉬었어요.
“음, 그래? 집도 넓고 돈도 많으니까 그런 걱정거리가 생기는군.”
“ 그래서 말인데요. 어르신, 저희는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겠습니다. 사실 오늘, 어르신이 주신 돈과 집을 돌려 드리려고 왔습니다. 웃음과 노랫소리가 가득 찼던 예전 집으로 돌아가 다시 열심히 일하며 살겠습니다.”
“나는 상관없네. 자네 가족이 행복하기 위해서라면 그렇게 해야지.”
부자는 구두 수선공의 어깨를 다독이며 격려해 주었어요.
다음 날, 구두 수선공 가족은 다시 작고 낡은 집으로 이사했어요. 예전처럼 구두 수선공은 열심히 일을 했어요. 아내와 아이들은 다시 좁은 집에 맞는 생활을 되찾아갔어요. 얼마 뒤, 구두 수선공의 집에선 다시 밝은 웃음소리가 흘러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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