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룬디] "당신이 서울 구경도 시켜드리고 음식 대접도 할 거야?"
[부룬디] "당신이 서울 구경도 시켜드리고 음식 대접도 할 거야?"
  • 조수자
  • 승인 2012.10.2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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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님, 장관님 민박 하세요.”
부룬디의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 비서실장이 우리 집에 머물 거란다. 교회부인회장 자매님 전화를 받고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워서 “집에 남편이 없어요.”라고 둘러댔다. 구원받지 않은 남편이피해서 집에 들어오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그러자 자매님은 웃으면서 “그러면 더 잘됐네.” 하셨다. 부담을 피하지 말라는 뜻으로 말씀하는 것 같았다.

 
“안 되는데! 어쩌지?”를 반복하다가, “ 알겠어요.”라고 대답해버렸다.
‘귀한 손님을 어떻게 대접해야 할까?’라는 부담과 남편이 펄쩍 뛰면서 반대할 거란 생각이 마음을 짓눌렀다. 교회의 마음을 받아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지만 어찌할 바를 몰라 한숨을 푹푹쉬면서 계속 남편 주위를 맴돌면서 “큰일 났다! 어떡하지!”를 연발했다. 남편이 왜 그러냐고 자꾸 물어도 같은 말만 계속하다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교회가 우리 집에서 부룬디 장관님과 대통령 비서실장님, 그리고 선교사님 민박을 받으래. 떨려 죽겠다.”“하면 되지, 무슨 걱정이야?”
“그러면 당신이 서울 구경도 시켜드리고 음식 대접도 할 거야?”
“그래야지!”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너무 놀랐다. 내가 구원받은 해에 수양회에 못 가게 하려고 출근도 않고 막고 서 있던 남편의 모습, 교회를 맹렬히 비난하던 남편이 모습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눈물이 날 뻔했다. 마음이 진정이 안 될 정도로 감사했다.
‘남편이 선교사님과 만나 선교지에서 하나님이 하신 일을 듣겠구나. 장관님 일행을 교회에 모셔 드리면서 박옥수 목사님도 뵙겠구나. 우리 교회 분들을 접하겠구나. 우리 교회를 조금은 알겠구나…'.
기대와 감사가 마음에 꽉 찼다.
드디어 잘생긴 대통령 비서실장님과 인자하게 보이는 장관님, 그리고 듬직하고 자랑스러운 선교사님이 우리 집에오셨다. 남편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극진하게 손님들을 대접하며 마음을 다해 대했다. 또 한 번 놀랐다. 도와주러온 교회 자매님들에게도 잘 부탁한다면서 마음을 열었다.

▲ 부룬디의 대통령 비서실장(왼쪽 끝)과 법무부 장관(오른쪽 끝) 그리고 필자의 가족
내가 10여 년 전에 구원받은 후, 남편은 너무 강퍅해서 절대로 구원받지 못할 것 같았다. ‘우리 남편은 안 돼!’ 하고 교회와 다른 마음을 가지고 살았다. 그런데 남편이 교회에서 부탁한 손님들을 기쁘게 맞이한 것이다. 게다가 대통령 비서실장님은 저녁 식사를 하면서 남편에게 복음을 이야기하셨다. 그 이야기를 선교사님이 통역하시고. 아침에도 둘러앉아서 선교사님이 말씀을 전하셨다. 꿈만 같았다. 도우러 온 자매님들도 감격했다.

손님들이 어떤 것을 좋아할지 묻고, 시장 보고, 청소하고, 음식 준비하느라 몸은 무척 힘든데 희한하게 마음은 신났다. 내 속에 감사한 마음만 있는 것이 신기했다. 근래에 마음이 어두웠던 나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을 보며 감격스러웠다. 어떤 모양으로든 교회와 함께한다는 것은 정말 복된 일이었다.
부룬디에서 오신 귀한 손님들을 조금 대접했을 뿐인데, 그분들이 많이 기뻐하니 또 감사했다. 그분들이 부룬디로 돌아가서 복음의 일을 도울 것을 생각하니, 복음을 전하기 위해 달려나가는 교회와 조금이라도 함께할 수 있었음이 감사하고 영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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