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나는 가족을 얻고 한국을 떠나는구나!
아…, 나는 가족을 얻고 한국을 떠나는구나!
  • 박수현
  • 승인 2012.10.29 2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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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자매, 이번에 민박 좀 하면 어때?”
한 통의 전화가 두근두근 내 맘을 설레게 만들었다.
작년 10월에 조금 좋은 집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할 때 집이 정말 좋았지만, 얼마 안 되어 집이 좋다고 행복한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이 집에서 한국 월드캠프에 참석한 토고 형제 자매들이 민박을 하는 것과 박옥수 목사님을 모시고 구역 예배를 드리는 것 말고는 집에 대한 소망이 없었다. 그렇게 지내다가 교회에서 걸려온 자매님의 전화 한 통에 내 마음이 붕붕 떴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아주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것 같
은 두근거림으로 밤잠을 설쳤다.

토고에 전화해서 우리 집에 머무실 오마우 할아버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으로, 토고 교회 수요 예배에만 참석하지만 꾸준히 성경 공부를 하며 교회에 마음을 많이 열고 계시다고 했다. 아직 교회를 분리하지 못하신 것 같아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싶었다. 마음 닫히지 않도록. 준비해야 할 것들의 목록을 적고, 머릿속에서 몇 번을 준비했다. 그런데 준비할수록 나의 즐거운 마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알았다.

하루는 아침에 교회 전도조(組) 모임 시간에 성경을 읽는데, ‘마음의 생각의 모든 계획이 항상 악할 뿐이다’는 창세기 6장 말씀이 마음에 머물렀다.
하나님이 내게 “수현아, 네가 하려는 그 마음 악한 거야. 내가 준비할게.” 하는 말씀으로 들렸다. 그 뒤, 하나님께서 필요한 물질도, 음식 재료들도 교회 자매님들을 통해서 공급해주셨다. 민박은 우리 집에서 하는데, 다른 자매님들이 난리가 났다. 우리 구역 자매님들부터 같은 전도조 자매님들까지 나보다 더 마음을 쏟아 준비해주셨다.

 

드디어 토요일 오후 다섯 시!
이제는  아이를  한둘은  둔  엄마가 된, 전(前) 토고 굿뉴스코 단원들과 함께 할아버지를 맞았다. 모두 토고 전통의상을 입고 불어로 찬송가와 아프리카 노래를 불렀다. 할아버지는 흥에 겨워춤을 추며 즐거워하셨다. 감격해하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얼마나 감사하던지!

나와 함께 토고에 해외봉사를 다녀왔던 박종도, 최하니, 임은주 단원은 할아버지를 만나려고 지방에서 오고, 서범규 형제님은 아내와 예쁜 아기를 데리고 왔다. 캠프에서 오마우 할아버지의 통역을 맡은 순향이도 같이 모이니, 꿈에 그리던 민박이 되었다. 북적북적하게, 우리는 자매님들이 준비해주신 저녁을 즐겁게 먹고,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토고를 추억하면서.

7월 10일 화요일, 할아버지가 토고로 가시는 날. 아침 일찍 공항으로 향하는데, 3박 4일의 민박이 너무 짧고 아쉽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공항에서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생겼다. 할아버지는 중국으로가서 나흘을 머문 후 토고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비자를 받는 일에 문제가 생겼다. 한국에서도 받을 수 있다는 여행사의 말을 믿고 왔는데, 중국 비자를 받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토고 여권과 프랑스 여권 두 개를 가지고 있고, 선진국에 오는 것이어서 프랑스 여권을 들고 오셨지만 프랑스 여권으로도 중국 비자를 쉽게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하는 수 없이 일정을 바꾸어 한국에 더 머물다가 14일에 바로 토고로 가기로 하셨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할아버지는 간증을 하셨다.

 

“내가 프랑스 여권을 가지고 왔기 때문에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중국 비자를 빨리 받을 수 없게 되어 이해가 안 되고 ‘하나님, 왜 이렇게 하시나요?’ 하고 원망이 올라왔지. 그런데 토고에서 이준현 목사님이 캠프가 끝나는 13일까지 한국에 있다가 돌아오라고 했었어. 그 말을 듣지 않고, 내가 토고에서 운영하는 작은 호텔에 필요한 물건을 중국에서 사고 이것저것 보고 가려고 중국에서 친구를 만나기로 했어. 그 친구는 나보다 일찍 토고로 가야 했는데, 내가 같이 들어가려고 친구 비행기표도 바꿔주었지. 그런데 하
나님이 이렇게 하시는구나. 목사님 말대로 되는구나.”
할아버지를 환송하기 위해 모인 우리는 차안에서 모두 탄성을 질렀다.
“할아버지, 이 일은 정말 하나님이 하셨어요. 하나님은 할아버지께서 월드캠프를 다 참석하고 돌아가길 원하시는 거예요. 하하하! 목사님이 말씀하신대로 되었네요.”
할아버지는 출국하기 전까지 우리교회  장로님들이  운영하는  운화한의원, 패밀리닥터스, 옥수수치과와 안과를 다니며 건강검진도 받고 하나님께 감사해하셨다.
“안 그래도 내가 배가 계속 아파서 검사를 하고 싶었어. 이번에 돌아가면 파리로 가서 검사를 받으려고 했어. 파리에서 난 무료로 검사받을 수 있거든.
그런데 하나님은 이미 이렇게 다 준비하셨구나!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는데, 정말 감사하구나!”
작년에 구원받았지만 수요예배만 참석하시던 할아버지의 마음에 하나님이선을 그어주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할아버지가 집에 계시는 동안 자매님들이 계속 맛있는 요리와 반찬을 만들어주셔서 그 덕에 난 거저 얻어먹으면서 지냈다. 한 자매님은 음식점에서 할아버지에게 식사를 대접한 후 함께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저의 첫 번째 직업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고요, 두 번째 직업은 식품을 파는 거예요.” 하고 말했다. 그 이야기가 할아버지의 마음을 두드렸다. 첫 번째 직업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라는 말이.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동안 할아버지는 당신의 삶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나는 내 삶 이야기를 들려드렸다. 구원받기 전과 후의 삶이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며 하나님 앞에 다시 한 번 감사했다.
7박 8일의 민박이 끝나, 우리는 다시 할아버지를 모시고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배웅하는 내내 섭섭했다.

“박 자매, 자매는 내 큰딸하고 나이가 똑같아. 그런데 날 챙겨주는 게 정말 내 딸 같구나. 고맙구나 … . 미스터 리(내 남편 이진표)에게도, 순향이에게도, 모두에게 고맙구나.  아 … , 나는 가족을 얻고 한국을 떠나는구나! 하나님께 정말 감사하구나!”
할아버지도 내 마음에서 진정 나의 할아버지가 되어 계셨다.
할아버지는 토고로 가신 후 교회를 분리하셨단다. 그리고 마음을 다 들여서 월드캠프와 IYF를 홍보하는 든든한 후원자가 되셨다고 한다.

민박을 하면서 하나님은 내게 또 하나의 마음을 주셨다. 그 전까지 나는 토고에 다시 가서 살아보는 게 소원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토고를 후원하면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전에 토고를 그리워하며 토고 향수병에 걸려 살 때, 이준현 목사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얘들아, 너희들이 다 토고에 오면 누가 토고를 후원해주냐?”
그땐 다 같이 웃고 넘겼지만, 지금은 그 말씀이 농담이었다 해도 내 마음에 새겨졌다. 이제는 이곳에서 마음으로 토고를 후원하며 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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