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화 한 닢
은화 한 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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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2.1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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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그랑!’

은화 한 닢이 세상에 태어났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몸에 왕의 초상이 새겨진 잘생긴 은화였지요.

“아, 눈부셔라. 세상이 이렇게 넓고 아름다운 줄 몰랐어.”

은화는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펴보았어요.

“난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정말 기대된다.”

은화는 처음 만날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했어요.

얼마 후 은화는 그렇게도 궁금해 하던 첫 사람을 만났어요. 은화가 처음으로 만난 사람은 다름 아닌 귀여운 아이였어요. 얼마 뒤에는 아이의 손바닥을 떠나 구두쇠와 가난한 부부를 만났고, 젊은이의 지갑 속에 들어가기도 했지요. 일 년 동안 은화는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며 세상 구경을 했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은화는 멋진 신사와 함께 외국으로 여행을 떠났어요. 신사는 은화를 지갑에 넣으며 말

 
했어요.

“혹시 잃어버릴지도 모르니까 잘 간직해야지.”

신사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좋은 구경을 하고 많은 물건을 샀어요. 하지만 은화는 쓰지 않았지요. 지갑 속에 있던 다른 나라 동전과 지폐는 세상 밖으로 여행을 떠났지만 은화는 오랫동안 어두컴컴한 지갑 구석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어요.

"지갑 속에만 있으니까 답답해. 나도 여행을 하고 싶어.

그때 지갑 구석에 조그만 구멍이 하나 보였어요. 은화는 뒤척이며 구멍 밖으로 몸을 내밀었어요.

‘땡그랑!’

지갑을 빠져나온 은화는 골목길에 떨어졌어요. 신사는 은화가 땅에 떨어진 것도 모르고 다른 곳으로 가 버렸어요. 잠시 뒤, 길을 지나던 행인이 은화를 발견했어요.

“와, 은화가 있네!”

은화는 새로운 곳을 여행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어요. 그런데 행인은 은화를 요리조리 살펴보더니 얼굴을 찌푸리며 화를 냈어요.

“이건 가짜 동전이잖아! 누가 이런 동전을 만든 거지?”

행인은 투덜거리며 은화를 주머니에 아무렇게나 넣어 버렸어요. 은화는 자신을 가짜 동전이라고 한 것에 깜짝 놀랐어요.

"내가 가짜라고? 말도 안 돼. 이렇게 왕의 초상이 새겨져 있는데 가짜라니!"

은화는 슬펐지만 변명을 할 수 없었어요. 행인의 주머니 깊은 곳에 갇혀 버리고 말았거든요.

며칠 뒤, 은화는 간신히 세상 밖으로 나왔어요. 그것도 깜깜한 밤에 말이에요.

‘가짜 돈이기는 하지만 물건을 살 수 있을 거야. 어두운 밤에는 동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 잘 보이지 않을 테니까.’

은화는 그렇게 다른 사람의 손으로 옮겨졌어요. 하지만 그 사람도 은화가 가짜라는 걸 금방 알아채고 말았지요. 은화는 이 사람, 저 사람 손을 거쳐야 했어요. 어떤 날은 실컷 욕을 먹기도 했지요.

“이럴 수가. 이 동전은 가짜잖아! 바보같이 가짜 동전에 속다니!”

“이 동전은 쓸모가 없어! 누가 이런 가짜 동전을 만든 거야?”

사람들은 은화를 마음대로 다루고 욕을 했어요. 은화는 너무 슬펐어요.

‘나 때문에 사람들이 화를 내다니!’

 

은화는 자신의 처지가 가엾고 처량했어요. 아무리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세상 구경을 한다고 해도 하나도 즐겁지 않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 은화는 가난한 부인의 손에 쥐어졌어요. 부인도 곧 은화가 가짜라는 사실을 알아차렸어요.

‘이럴 수가! 내가 힘들게 일하고 받은 돈이 가짜라니!’

부인은 한숨을 쉬며 슬픈 눈빛으로 은화를 내려다보았어요.

‘이 돈을 써서는 안 돼. 그건 죄를 짓는 일이니까. 하지만 어쩌지? 집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는데…….’

부인은 집에서 울고 있을 아이들을 떠올렸어요. 그러고는 곧 마음을 바꿔먹었지요.

‘빵집 부인을 한 번만 속이자. 그 사람은 부자니까 한 번쯤은 가짜 돈을 받아도 괜찮을 거야.’

부인은 은화를 손에 꼭 쥐고 빵집을 찾아갔어요. 하지만 빵집 주인은 은화가 가짜라는 것을 금방 알아채고 불같이 화를 냈어요.

“도대체 날 어떻게 보고 가짜 돈을 내는 거야? 썩 꺼지지 못해!”

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빵집을 뛰쳐나왔어요. 은화는 가슴이 아팠어요.

‘저렇게 착한 아주머니가 나 때문에 창피를 당하다니…….’

은화는 눈물을 흘리는 부인에게 어떻게 사과를 해야 할지 몰랐어요. 그저 같이 눈물을 흘리는 수밖에 없었지요.

힘없이 집으로 돌아온 부인은 은화에 구멍을 뚫었어요.

“이제 다시는 이 동전을 가지고 사람들을 속이지 않을 거야. 대신 목걸이를 만들어 이웃집 아이에게 줘야겠다. 어쩌면 이 동전이 행운을 가져다줄지도 모르잖아.”

은화는 몸에 구멍이 나는 순간 큰 아픔을 느꼈어요. 하지만 마음만은 편안했어요. 다시는 사람들에게 가짜 돈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아도 될 테니까요. 이웃집 아이는 부인이 준 은화 목걸이를 소중하게 간직했어요. 목걸이가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었거든요. 오랜만에 귀한 대접을 받은 은화는 예전처럼 행복했어요.

 

하지만 다음 날 아침, 행복의 시간은 영영 끝이 나고 말았어요.

“뭐라고? 이 가짜 동전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하하하, 지나가던 강아지가 웃을 얘기구나. 그럼, 정말 행운의 동전인지 한번 확인해 볼까?”

아이의 엄마는 목걸이를 낚아챈 뒤 구멍을 막고 식초에 떨어뜨렸어요. 다른 동전과 비슷하게 보이도록 만든 뒤 복권을 살 생각이었거든요.

“아저씨, 복권 한 장 주세요.”

아이의 엄마는 은화를 가지고 복권을 샀어요. 은화는 아이와 헤어진다는 사실이 서운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그 뒤로 은화는 또 다시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쳤고 그때마다 놀림과 창피를 당해야 했어요.

‘난 정말 가짜일까? 쓸모없는 존재일까?’

하루, 이틀, 수많은 시간이 흘러 어느덧 일 년이 지났어요. 은화는 몸도 마음도 지쳐갔어요. 그러던 어느 날, 은화를 손에 넣은 한 신사가 무척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은화를 이리저리 살펴보았어요.

‘저 사람은 왜 날 보면서 웃는 걸까? 다른 사람들은 화만 냈는데…….’

신사는 은화를 유심히 살펴보더니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이곳에서 우리나라 은화를 발견하다니. 귀한 은화니까 잘 보관해야지.”

은화는 깜짝 놀랐어요. 자신을 귀하다고 말해 준 사람은 처음이었거든요. 신사는 부드럽고 좋은 종이에 은화를 싸서 소중하게 주머니에 넣었어요.

며칠 뒤, 고향으로 돌아온 신사는 친구들을 만나자마자 은화를 꺼내 보이며 자랑했어요.

“이보게, 이 은화 좀 보게. 무척 오래전에 만들어진 우리나라 은화야.”

“그렇군. 정말 귀한 은화를 손에 넣었군그래.”

사람들의 칭찬을 들은 은화는 가슴이 부풀어 올랐어요.

“난 가짜가 아니야. 사람들이 나보고 이렇게 귀하다고 하잖아. 이제야 가치를 인정받았어!”

은화는 너무 기쁜 나머지 크게 소리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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