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으로 밥을 해먹는 건 웰빙식이잖아요”
“숯으로 밥을 해먹는 건 웰빙식이잖아요”
  • 월간 기쁜소식
  • 승인 2013.03.13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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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 살면서...

 
라이베리아는 1989년부터 2003년까지 여러 차례 내전을 겪었다. 내전 중에 반군이 수도 몬로비아를 점령하기 위해 정부군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인 적이 있는데, 그들은 정부군을 고립시키기 위해 몬로비아에 공급되는 전기와 물을 끊으려고 댐을 폭파시켜버렸다. 이후 전쟁은 끝났지만 나라가 경제력을 잃어 라이베리아 사람들은 계속 전기와 수도 없이 살아야 했다.
내가 처음 라이베리아에 왔을 때 전기나 수돗물 없이 사는 게 힘들 것 같았다. 그래도 ‘내가 복음을 위해 이곳에 왔는데, 내가 선교사인데 이런 어려움쯤이야…!’ 하는 마음을 가졌다. 초를 사용해서 불을 밝히고, 물은 마을 펌프에서 통으로 받아다가 날라서 사용했다. 하루 두 번씩 몇 시간에 걸쳐 물을 나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자꾸 불평이 생기고, 물을 많이 쓰는 아내를 보면 미운 마음이 일어났다.
‘자기는 물을 나르지 않으니까 남 고생하는지도 모르고 저렇게 속 편하게 마음대로 물을 쓰지.’ 사는 게 쉽지가 않았다.
몇 달 후, 굿뉴스코 단원 몇이 처음으로 라이베리아에 오기로 했다. 그들을 생각하니 ‘잘 적응할까?’ 걱정이 생겼다. ‘편하게만 살던 젊은 친구들이 매일 펌프질을 해서 물을 길어다 사용해야 하고 숯불로 밥을 해야 하는 이곳의 삶이 힘들어서 집에 가겠다고 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이 계속 되었다.
얼마 후, 첫 굿뉴스코 단원들이 라이베리아에 와서 생활하는 걸 보니 무척 우스웠다. 물을 나르다가 거실에서 물통을 엎어서 물바다를 만들고, 밥하는 걸 돕는다고 숯불을 피우는 데 한 시간이 지나도 불을 피우지 못해 불과 전쟁을 치르고 있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다. 그렇게 사는 것을 힘들어할 것 같아서 “너희들, 매일 펌프질하고 물을 나르고 숯불을 피우고 해야 하는데, 이곳에서 지내는 게 힘들지 않아?” 하고 물었다. 그러자 이렇게 대답했다.
“한국에서는요, 운동하려면 돈을 주고 해야 돼요. 그런데 여기서는 돈도 안 주고 운동하니까 아주 좋아요. 그리고 숯으로 밥을 해먹는 건 웰빙식이잖아요. 너무 좋아요!”
나는 형편이 어려우면 형편을 탓하고, 그 형편이 바뀌면 좋아질 거라고 여겨 형편을 바꾸려고만 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똑같은 형편도 어떤 눈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잘못된 눈으로 보고 살아왔나?’ 생각하니 부끄러웠다.
사람의 눈도 이처럼 보는 게 다른데, 하물며 하나님이 보시는 세계와 내가 보는 세계는 얼마나 다르겠는가! “가라사대, ‘물러가라. 이 소녀가 죽은 것이 아니라 잔다.’ 하시니 저들이 비웃더라.”(마 9:24) 주님이 당신이 보시는 세계를 우리도 보게 해주시는 것이 감사하다. 주님의 눈으로 보는 세계가 아름답고 소망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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