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돌아왔냐?
이제 돌아왔냐?
  • 고은숙
  • 승인 2013.03.13 16: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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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길의 빛 | 잊지 못할 겨울 실버 캠프

 
10년 전, 언니를 따라 겨울 수양회에 가서 나는 구원을 받았다. 돌아와서 교회 피아노 반주를 맡으면서 내가 잘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연약하고 풍족하지 않은 형제 자매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살기 싫었다. 구원받아 천국엔 갈 것이니 교회를 떠나 맘껏 살아보고 싶었다. 이후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맘대로 하는 삶에 젖어들었다. 상처도 받고 힘든 적도 있었지만 견딜 만했다. 그 후 미국 브랜드의 한 의류매장에 입사해, 힘들고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7년 동안 열심히 일했다.
2012년 11월, 급격한 매출 감소와 건물세 인상으로 매장 폐점 결정이 내려졌다. 동료들이 하나 둘 다른 지점으로 발령 나고, 나는 더 좋은 위치로 발령날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면담 결과 ‘당신은 나이가 많아 맞는 자리가 없어서 퇴사조치가 결정되었다’고 했다. 서러운 마음에 눈물만 흐르고, 며칠 동안은 배신감에 울화가 치밀어 잠도 오질 않았다.
12월 한 달을 편안하고 한가롭게 보내니 무척 좋았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불안한 마음에 사로잡혔고, 며칠 동안 집밖에 나가지 않는 등 무기력해졌다. ‘34년이란 세월을 뭘 하면서 보냈나?’ 생각하니, 상처받고 외롭고 힘들었던 순간들만 영화필름처럼 머릿속에 펼쳐졌다. ‘왜 이렇게 살았나?’ 행복한 순간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구원받고 무척 기쁘고 감사했던 기억뿐이었다.
하나님께로 돌아가고 싶었다. 겨울 수양회에 가려고 기쁜소식선교회 홈페이지를 검색했다. 4차 수양회가 끝날 무렵이라 남은 건 실버 캠프뿐이었다. 노인 분들이 가는 수양회니 난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집에서 5분 거리, 결혼한 동생 집 근처 시장 입구에는 항상 <기쁜소식>지 가판대가 놓여 있었다. 어느 날, 내 의지와 상관없이 가판대가 놓여 있는 가게를 향하고 있었다. 주일 예배 시간만 묻고 나오려고 했는데, 왜 묻냐는 질문에 한없이 눈물이 흘렀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해졌고, 자매님께서 실버수양회에 일반인도 갈 수 있다고 말해주어 선뜻 가겠다고 했다.
내가 10년 전에 구원받았던 대덕 수양관. 들려오는 말씀과 간증들 속에서 내 모습들이 보였고, 그럴 때마다 가슴이 뭉클하고 눈시울이 뜨거웠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 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 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요 1:1) 어려서부터 교회를 다녔고 하나님을 믿었지만 성경을 단순한 책 정도로 여겼던 내 생각이 완전히 뒤집히기 시작했다.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성경 속 비유들은 내 마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말씀이 하나 둘 마음에 들어왔다. “또 미리 정하신 그들을 또한 부르시고 부르신 그들을 또한 의롭다 하시고 의롭다 하신 그들을 또한 영화롭게 하셨느니라.”(롬 8:30) 나와 아무 상관없이 오직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나를 의롭다 하시고 영화롭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교회의 한 모친이 눈에 자꾸 띄었다. 10년 전, 구원받고 교회에 잠깐 나가며 뵈었던 분. 세 번은 피했지만 더 피할 수 없어서 찾아가니 탕자를 맞이한 아버지처럼 나를 기뻐하셨다. 하나님께서 ‘이제 돌아왔냐?’ 하며 기뻐하신다는 맘이 들어서 너무 감사하고 가슴이 뭉클했다. 내 인생은 고생과 근심과 힘든 날이 연속이었지만, 하나님께서는 사랑으로 나를 지켜보셨다는 마음이 든다.
나는 연약하지만 내 안에 계신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온전한 사람이 되었다. 제42회 겨울 수양회 실버캠프를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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