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으로서는 할 수 있느니라
하나님으로서는 할 수 있느니라
  • 송은경
  • 승인 2013.04.1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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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길의 빛

올곧은 남편

 

하나님께서 나를 교회로 불러주신 후 내 심령의 복 외에도 여러 복을 입었다. 무엇보다 세상에 있을 때에는 시가 식구들에 대한 미움이 복받쳐서 잠을 이룰 수 없었는데, 시어머니와 화목해진 것이 정말 감사했다. 한번씩 ‘예수님은 정말 평강의 왕이시구나’ 하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그러나 남편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예수님께 이끈다는 것을 포기하였다. 결혼 생활 13년, 한 번도 자신의 소신을 꺾은 적이 없는 남편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도 남편은 자신의 옳음은 끝까지 주장하는 사람, 자타가 공인하는 나름 올곧은 사람으로 평판이 나 있었다. 보통 사람보다 철두철미하게 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을 했고, 아내인 내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으로 남편을 꼽을 정도였다.
내가 교회에 가는 것을 싫어하지만 말로 내 마음을 상하게 하는 정도지, 욕을 하는 일은 없었다. 어떤 때는 그런 남편이 답답해서 ‘예수 믿는 아내가 싫으면 차라리 욕을 하라’고 내가 말할 정도였다. 하루는 우리 교회 목사님께서 나에게 “남편은 언제 교회 와요?” 하시는데, 속으로 ‘저도 남편을 교회로 이끌고 싶어요. 제 속은 더 탄다고요. 안 되는 것을 어떡해요?’ 하며 야속하게 생각했다.


암이라니…
2012년 여름, 남편이 직장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간암으로 진행 중에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남편은 너무 허탈해했다. 남편은 유전적으로 간이 좋지 않아서 B형 간염을 앓아 10여 년 전부터 술도 마시지 않고 꾸준히 몸 관리를 하였다. 간에 대해 공부하고, 운동과 식이요법을 철저하게 이행했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새벽 5시면 한 번도 어기지 않고 공복에 바이러스 약도 먹었는데 암이라니…. 거기에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 웃음 치료, 긍정적 마인드 등 여러 가지를 배워서 항상 실천했는데….
남편의 소식에 나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망연자실했다. 그때 전에 내가 남편에 대해 근심하고 있을 때 내 마음에 임했던 하나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예수께서 저희를 보시며 가라사대,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되 하나님으로서는 다 할 수 있느니라.”(마 19:26)
하나님께서는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하셔서 영광 받기를 원하시겠다는 마음이 들면서 마음이 평안했다. 나는 습관적으로 일어나는 생각에 이끌리는 사람이기에, 나로서는 안 되기에 교회의 형제 자매님들과 목사님께 기도를 부탁하는 마음으로 남편 일을 간증했다.


수술실로 들어서면서
서울 아산병원에 수술 날짜를 예약하고 미리 입원했다. 남편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도 매일 5km씩 조깅을 했고, 식사 후에는 걷기 운동을 하며 병을 이겨보려고 최선을 다해 몸 관리를 했다. 그런데 예기치 않게 일찍 예약한 환자 분이 수술을 포기해, 의사 선생님이 의료 차트를 보고 남편을 선택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급히 수술을 받게 되었다.
남해에서 아산병원까지는 버스로 다섯 시간이 걸리는데, 내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에는 남편은 이미 수술이 끝나 회복실에서 의식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남편은 이야기하기를 ‘같은 시간대에 암 수술을 받은 환자가 80여 명이었다. 혼자 수술실로 들어가면서 인간이 무얼 한다는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마지막 남아 있던 남편의 의지를 하나님이 무너뜨리신 것 같았다.
남편은 수술 전에 우리 목사님께서 읽으라고 권해주신 ‘죄 사함 거듭남의 비밀’ 설교집을 읽고 있었는데, 옛날 이야기 정도로 느껴졌다고 한다. 그런데 수술실로 들어서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모습을 느끼며 ‘죄 사함 거듭남의 비밀’ 설교집에서 읽었던 복음이 마음에 그대로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하나님의 은혜로 복음이 마음에 심겨진 것이다.


남편은 성경을 읽고, 나는 TV 앞에 앉아
남편을 간호하기 위해 1주일 정도 병원에 있으면서 목사님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남편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한 마디 한 마디 대언했다.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사 53:5)
말씀을 남편에게 들려주고 나도 들으면서 무척이나 행복했다.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면서 바삐 살다가 병원에서 남편 간호만 하니 몸도 편하고 마음도 말씀에 젖어들어 좋았다. 여러 부분으로 쉼을 주시는 하나님이 감사했다. 기쁜소식동대문교회 목사님께서 병원까지 찾아오셔서 남편에게 성경 이야기를 해주시고, 아산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는 자매님도 우연히 만났다. 그 넓고 넓은 공간에서 얼굴도 모르는데 만나서 교제하게 하시는 하나님이 놀라울 뿐이었다.
남편은 회복되면서 주위 병실에 있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하루는 남편은 병실에서 성경을 읽고, 나는 휴게실 TV 앞에 앉아 TV에 빠져들었다. 문득 그런 모습을 발견하고는 너무 부끄러웠다. 나는 그런 사람이지만 하나님은 남편을 은혜로 구원하시고 인도하셨다.


시누이 생의 마지막 순간에
시어머니는 구원받아 우리와 가깝게 지내지만 시누이들과는 남보다 못하게 지내고 있었다. 바로 옆 동네에 살지만 명절 때도 모른 체하며 지냈다. 남편과 시누이들 사이에 여러 가지 오해와 갈등이 있어 얽히고 설킨 데에다 각자 옳음이 너무 강해서 사람으로서는 풀 수 없는 상처가 깊게 남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큰며느리인 내가 가족 모임을 주선했지만 오히려 갈등이 깊어져서 그때부터는 아예 의절하고 살았다. 남편이 암 수술을 받았지만 얼굴도 내밀지 않을 정도였다.
화목한 가족을 보는 것이 무척 부러웠다. 어느 날, 예배를 드리러 가는 길에 ‘하나님께서 시누이들 가족을 복음 안으로 이끌어주시면 우리가 화목해지겠습니다. 내 속에서 시댁 식구들을 향한 미움을 제하신 예수님께서 시누이들 마음에도 거하시면 참된 화목이 이루어지겠습니다.’ 하고 기도했다.
남편이 암 판정을 받기 몇 달 전인 2012년 3월, 큰시누이가 대장암 3기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큰시누이는 남편 동생이지만 집안 전체 분위기를 좌우하는 위치에 있었다. 경제력 없이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과 어려운 형편에서 살면서도 3남매의 성공을 위해 꿋꿋하게 살았다. 나는 ‘죄 사함 거듭남의 비밀’ 설교집을 들고 시누이 병실을 찾았다. 시누이는 아주 긍정적인 사람이라 자신은 반드시 나을 수 있다며, 걱정하는 나를 오히려 격려했다. 나는 가끔 시누이를 찾아갔지만 그때마다 예수님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았다.
그 해 11월, 시누이는 완강했던 성품의 오빠가 구원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무척 놀라워했다. 거기에다 병이 악화되고 자기 뜻대로 일이 잘 되지 않자 내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남편은 평생 남에게 속내를 이야기하지 않던 사람인데, 교회에서 말씀으로 양육을 받으면서 시누이에 대한 마음을 목사님께 그대로 표현했다. 그리고 목사님의 인도를 받아서 다음날 여동생이 누워 있는 병실로 찾아가 서로 이야기하여 그간 얽혔던 마음의 문제들을 풀었다.

 

하루는 신실한 교회 자매님과 함께 시누이의 병실을 찾아가 복음을 전하기로 했다. 자매님이 복음을 전하고 나는 옆에서 시누이의 손발을 마사지하면서 기도했다. 교회를 한 번도 다녀본 적이 없는 시누이는 자신은 이제 교회 다닐 힘도 없다면서 자기에게 전도하는 것은 헛일이라고 했다. 그러자 자매님이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달렸던 한 편 강도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무것도 한 일이 없지만 예수님께로부터 낙원을 약속 받은 강도 이야기를 하면서, 우리는 본디 하나님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이기에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받음을 설명했다. 시누이가 20% 정도 못 알아듣겠다고 해서 자매님이 다시 복음을 들려주자 시누이는 복음을 받아들였다. 다음날은 우리 교회 사모님이 병실을 찾아 복음을 자세히 풀어주어 시누이는 평안해했다.
그 다음 날부터는 겨울 수양회 기간이어서 1주일 정도 시누이를 못 보게 되어 병원에 찾아갔다. 시누이가 겨우 잠들었다고 하여 귀에 대고 “저희 죄와 저희 불법을 내가 다시 기억지 아니하리라.”는 히브리서 10장 17절 말씀을 두 번 이야기한 후 돌아왔다. 우리가 떠나고 15분 후, 시누이는 하나님의 품에 안겼다.
뒤를 돌아보니, ‘나는 잘 모르지만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과 섭리 안에 있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평생 고생만 하다가 저주를 받을 시누이의 영혼을 긍휼히 여기셔서 죽기 며칠 전에 오빠와 화목하게 하시고 복음을 듣고 구원받게 하신 하나님. 그리고 당신의 품에 시누이를 안아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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