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여 이야기
인상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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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6.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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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주나라가 망해 50개의 작은 나라들로 갈라진 때의 이야기입니다. 조나라의 혜문왕에게는 매우 아름다운 보물이 있었습니다. 화씨 구슬이라고 하는 이 옥구슬은 광채가 오색찬란한, 세상에 둘도 없는 아름다운 보물이었습니다. 그 소문을 들은 진나라 왕은 화씨 구슬이 탐나 조나라에 사신을 보냈습니다.
“우리 진나라 왕께서 화씨 구슬과 성 15개를 바꾸자고 하십니다.”
조나라 혜문왕은 진나라 왕에게 구슬을 내 주기가 썩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진나라 사신을 물러가게 하고 대장군 염파와 여러 신하를 불러 의논했습니다. 한 신하가 일어나 말했습니다.

“진나라 소왕은 간교한 사람입니다. 화씨 구슬을 손에 넣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성을 내놓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자 다른 신하가 일어나 말했습니다.
“진나라가 우리보다 크니 제안을 거절했다가는 가만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 혜문왕의 환관 무현이 말했습니다.

“저의 집에 인상여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이라면 이번 일을 맡겨 진나라로 보낼 만합니다.”
“인상여? 그 사람이 누구요?”

“소인이 전에 대왕께 죄를 지었을 때, 용서를 받아 목숨을 다시 얻은 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때 저는 이웃나라로 도망하려 하였으나 인상여가 진심으로 용서를 빌라고 충고를 해주어 그리한 것이었습니다. 인상여는 지혜와 용기를 가진 사람이니 그를 진나라로 보내면 좋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혜문왕은 인상여를 불러들였습니다.
 

“진나라 왕이 15개의 고을과 내가 가진 구슬을 바꾸자고 제의해왔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소?” 인상여가 대답했습니다.
“진나라는 강대한 나라이니 요구를 들어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구슬을 빼앗기고 땅도 얻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진나라가 먼저 성과 화씨 구슬을 바꾸자고 제의했습니다. 그런데 조나라가 허락하지 않으면 잘못은 조나라에 있습니다. 하지만 조나라가 보물을 주었는데도 진나라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진나라 잘못입니다. 지금 상황에선 화씨 구슬을 주어서 진나라 쪽에 잘못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네의 말이 옳군. 그런데 누구를 사신으로 보내는 게 좋겠소?”
“제가 가서 진나라 왕이 성을 주면 구슬을 놓고 오고, 성을 주지 않으면
구슬을 반드시 도로 가지고 오겠습니다.”
“자네만 믿겠네. 어서 진나라로 떠나게.”
혜문왕은 인상여가 구슬을 가지고 진나라에 가도록 명령을 내렸습니다.
 
진나라로 들어간 인상여는 진나라 소왕을 만나 화씨 구슬을 전했습니다. 소왕은 기뻐 어쩔 줄을 모르며 옆에 있는 여인들과 신하들에게 구슬을 보이고 자랑했습니다. 인상여가 소왕에게 말했습니다.
“약속하신 대로 진나라의 성 15개를 주십시오.”
그러나 소왕은 인상여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화씨 구슬만 들여다
보았습니다.
며칠 뒤, 인상여는 소왕을 찾아가 말했습니다.

“사실 그 구슬에는 한 군데 흠이 있습니다. 그것을 대왕께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소왕은 아무 의심 없이 인상여에게 구슬을 건네주었습니다. 인상여는 구슬을 받자마자 얼른 뒤에 있는 기둥에 기대 서서 외쳤습니다.

“대왕께서 이 구슬과 성을 바꾸자고 사자를 보냈을 때, 조나라에서는 ‘진나라는 욕심이 많은 나라이고 부강한 것을 미끼로 다른 나라에 억지를 쓴다. 성을 준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하는 의견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교환에 응하지 않으려고 할 때, 제가 ‘보잘것없는 백성들도 남을 속이는 것을 부끄러움으로 아는데, 하물며 진나라와 같이 큰 나라가 속일 리가 있겠습니까?’ 하고 구슬을 이곳으로 가져온 것입니다. 그런데 대왕께서는 정말로 성을 내주실 마음이 없으신 듯하니 저는 도로 구슬을 가지고 돌아가겠습니다. 만약 이 구슬을 빼앗으려고 하면 저는 이 자리에서 구슬을 던져 깨뜨려 버리고 제 머리도 기둥에 부딪쳐 죽겠습니다.”
“아, 알았네. 약속한 성을 줄 테니 어서 구슬을 내려놓게.”
다급해진 소왕은 인상여를 진정시켰습니다. 그러나 인상여는 소왕이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이야기했습니다.
 

“화씨 구슬은 천하에 이름 높은 보물입니다. 우리 조나라 왕은 이 구슬을 보낼 때 닷새 동안 몸가짐을 깨끗하고 바르게 하며 예의를 갖추었습니다. 그러니 이 구슬을 받으실 대왕께서도 닷새 동안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예의를 갖추어 주십시오. 그런 뒤에 화씨 구슬을 드리겠습니다.”
“음, 알았네.”
소왕은 구슬을 강제로 빼앗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5일 동안 몸가짐을 바로하기로 했습니다. 인상여는 욕심 많은 진나라 소왕이 성을 그냥 내어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따라온 사람 하나를 장사꾼처럼 옷을 입힌 뒤 구슬을 맡겨 몰래 조나라로 돌려보냈습니다.
닷새가 지나 진나라 소왕은 최고의 예의를 갖추고 인상여를 불렀습니다.
“자, 이제 화씨 구슬을 내어놓아라.”

“그동안 진나라 왕들은 대대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화씨 구슬을 조나라로 몰래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나 진나라는 강국이고 우리는 약한 나라이니 지금이라도 왕께서 약속하신 성을 먼저 주신다면 화씨 구슬을 보내라고 하겠습니다. 소인은 대왕을 속인 죄로 죽임을 당해도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저를 죽이기 전에 신하들과 잘 상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소왕과 신하들은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습니다. 어떤 신하들은 인상여를 당장 죽여버리자고 하고 다른 신하들은 인상여를 죽이면 화씨 구슬을 얻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잠시 후 소왕이 말했습니다.

“조용히들 하라. 인상여를 죽이면 화씨 구슬을 얻을 수 없다. 또 진나라와 조나라 사이도 나빠질 것이다. 지금은 인상여를 잘 대접하여 돌려보내는 것이 좋겠다.”
결국 소왕은 인상여를 조나라로 돌려보냈습니다.
조나라 혜문왕은 인상여가 무사히 돌아오자 임무를 훌륭하게 수행한 공로로 그를 상대부라는 높은 자리에 앉혔습니다. 그 뒤 진나라 소왕이 조나라 혜문왕을 불러 회담을 갖자고 하였는데, 그때도 인상여는 기지와 용기로 소왕으로부터 혜문왕의 위신을 지켜주었습니다. 혜문왕은 회담이 끝나고 인상여에게 상경이라는 가장 높은 벼슬을 주었습니다.
모두가 인상여의 공로를 존경하고 승진을 축하해 줄 때, 단 한 사람 염파 장군만은 기분이 나빴습니다.

“나는 조나라 대장군으로서 수많은 전쟁에서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켰다. 인상여는 입으로만 일을 꾸몄는데 나보다 더 높은 벼슬을 받다니. 더구나 인상여는 비천한 신분이다. 그런 사람 밑에서 일할 수 없다. 인상여를 만나면 가만 두지 않겠다.”
인상여는 그 소문을 듣고 염파 장군과 마주치지 않도록 조심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인상여가 외출했다가 염파 장군의 수레와 마주쳤습니다. 인상여는 얼른 하인들을 재촉하여 옆길로 피했습니다. 그런 인상여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하인들이 인상여에게 말했습니다.

“나리, 우리가 나리 밑에서 일하는 것은 나리의 높은 뜻을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염파 장군이 나리를 헐뜯고 모욕하는데 피하시기만 하니 저희는 너무 속상합니다.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창피해서 더 이상 나리를 모실 수 없으니 저희들이 떠나갈까 합니다.”
인상여가 하인들에게 물었습니다.
“너희는 염파 장군과 진나라 왕 중에서 어느 쪽이 더 두렵다고 생각하는가?”
“그야 물론 진나라 왕입니다. 염파 장군도 진나라 왕을 당할 수 없지요.”

“나는 진나라 왕 앞에서도 늘 당당했던 사람이다. 그런 내가 염파 장군을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겠느냐? 강대국인 진나라가 우리 조나라를 공격하지 않는 것은 염파 장군과 내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우리 두 사람이 다투면 어느 쪽이든 상처를 입을 것이고 그러면 좋아할 것은 진나라가 아니겠느냐? 내가 이렇게 하는 것은 나 개인의 자존심보다 나라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인상여의 깊은 마음에 감동한 하인들은 인상여를 더욱 존경했습니다.
한편 인상여의 말을 전해들은 염파 장군은 웃옷을 벗고 회초리를 등에 지고 인상여를 찾아갔습니다.

“이 더럽고 어리석은 자를 살펴주십시오. 대신의 너그럽고 깊은 마음을 소생은 미처 몰랐습니다.”
염파 장군은 진심으로 인상여에게 사죄했고, 인상여는 버선발로 뛰어나가 염파 장군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두 사람은 그 일을 계기로 사이가 좋아져 벗으로서 같이 죽고 같이 살자는 ‘문경지교(목이 잘려 죽어도 후회 없는 친구)’를 맺고 조나라를 굳건히 지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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