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뀐 마음
바뀐 마음
  • 키즈마인드
  • 승인 2013.07.0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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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 밸런타인은 아침 일찍 교도소에서 나왔습니다. 열 달 만에 나온 것이었습니다. 지미는 교도소에서 지급하는 형편없는 옷을 입고, 발에도 맞지 않는 구두를 신고 있었습니다. 교도소 밖은 새들이 노래하고 꽃들이 피어나는 계절이었습니다.
 
세 시간 뒤 지미는 조그만 마을에 있는 카페로 가서 주인인 마이크와 악수를 나누었습니다.
“지미, 잘 지냈나? 기분은 어때?”
“좋습니다. 제 방 열쇠를 주십시오.”
열쇠를 받아 든 지미는 2층으로 올라가 안쪽에 있는 방문을 열었습니다. 모든 것이 그대로였습니다. 형사들이 지미를 체포하려고 팔을 비틀었을 때, 유명한 벤 프라이스 형사의 셔츠 깃에서 떨어진 단추가 아직도 방바닥에 뒹굴고 있었습니다.
지미는 벽에서 조립식 침대를 꺼내 펼치고 벽 안쪽에 붙어 있는 널빤지 한 장을 떼어 낸 다음, 거기 들어 있는 먼지 묻은 여행용 가방을 꺼냈습니다. 가방 안에는 특별히 강철로 만든 만능 연장이 들어 있었습니다. 모두 지미가 자랑하는 물건들이었습니다. 반시간쯤 뒤 지미는 카페를 빠져나갔습니다. 몸에 꼭 맞는 멋있는 옷으로 갈아입고, 깨끗이 먼지를 닦은 여행용 가방을 들고 길을 나섰습니다.
 
 
지미가 풀려난 지 일주일 뒤, 한 도시에서 금고가 털리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2주일 뒤, 또 다른 도시에서도 도난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벤 프라이스 형사가 조사해 보니 두 곳에서 금고를 턴 방법이 같았습니다.
“이건 지미 밸런타인의 수법이야. 그 녀석이 또 일을 시작했군.”
 
두 번째 도난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 지미 밸런타인은 엘모어라는 조그만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말끔한 모습을 한 지미는 여전히 여행용 가방을 들고 있었습니다. 지미가 호텔 쪽으로 걸어가는데 한 아름다운 아가씨가 거리를 건너오더니 지미를 앞질러 은행으로 들어갔습니다. 지미는 그 아가씨의 눈을 보는 순간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아가씨는 고개를 숙이고 얼굴을 약간 붉혔습니다.
지미가 은행 돌층계 위에서 소년에게 이것저것 물어 보는 사이 아가씨가 다시 나왔습니다.
“저 아가씨가 폴리 심슨 양이던가?”
지미는 깜빡 잊었다는 듯이 그럴싸하게 소년에게 물었습니다.

“아니에요. 저 아가씨는 애너벨 애덤스예요. 저 아가씨 아버지가 바로 엘모어 은행 주인인걸요.”
지미는 곧바로 호텔로 가서 랠프 스펜서라는 이름으로 방을 예약했습
니다. 그리고 호텔 직원에게 말했습니다.

“장사를 하려고 이 곳에 왔는데 구두 전문점을 차리면 어떨까요?”

“그러시군요. 구두 전문점이라면 잘될 거예요. 다른 가게들은 있어도
구두 가게는 없거든요.”
그러면서 호텔 직원이 가방을 들어 주려 하자 지미가 말렸습니다.
“아니, 됐어요. 이 가방은 제가 들고 가지요. 좀 무겁거든요.”
 
얼마 후, 지미는 정말로 엘모어에서 구두 전문점을 차렸습니다. 모든 것이 엘모어 은행 앞에서 마주친 아름다운 아가씨 때문이었습니다. 랠프 스펜서가 된 지미 밸런타인이 차린 구두 전문점은 1년도 안 되어 큰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지미는 엘모어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고 애너벨 양과도 친해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주 뒤에는 애너벨 애덤스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지미는 세인트루이스에 사는 옛 친구에게 편지 한 통을 썼습니다.
그리운 친구에게.
다음 주 수요일 밤 아홉 시, 리틀로크의 설리반 집으로 와 주게. 자네가 갖고 싶어 하던 내 연장을 주고 싶네. 나는 예전의 직업을 버렸다네. 그 대신 좋은 가게를 하나 갖고 있지.
2주 뒤면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아가씨와 결혼도 한다네. 그 아가씨는 천사야. 이제 나는 백만 달러를 준다고 해도 남의 물건에는 절대 손을 대지 않기로 마음먹었네. 설리반 집으로 꼭 와 주게. 옛 친구 지미로부터.
 
지미가 편지를 쓴 며칠 뒤, 벤 프라이스 형사가 조심스럽게 엘모어에 왔습니다. 이것저것을 묻고 다니던 벤 프라이스는 지미의 구두 전문점 맞은편 약국에서 지미를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은행가의 딸과 결혼한다지, 지미?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겠는걸!”
벤 프라이스는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이튿날, 지미는 예복을 맞추고 애너벨에게 줄 선물도 사기 위해서 리틀로크에 가기로 했습니다. 지미는 친구에게 주기로 한 연장이 담긴 여행용 가방을 꺼냈습니다. 그리고 애너벨과 만나기로 약속한 은행으로 갔습니다.
은행 사무실에서 지미는 사람들로부터 환영을 받았습니다. 행복한 마음이 끝없이 밀려왔습니다. 지미는 여행용 가방을 잠시 내려놓았습니다. 애너벨이 그 가방을 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어머, 랠프. 가방이 왜 이렇게 무겁죠? 마치 금덩이가 가득 들어있는 것 같군요.”

“주석으로 만든 구둣주걱이 가득 들어 있어요. 필요한 친구에게 주려고 가지고 나왔어요.”
지미는 침착하게 말했습니다.
 
엘모어 은행에는 새 금고가 설치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애덤스 씨는 그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금고에는 최신식 문이 달려 있었습니다. 그 문에는 정해진 시간이 아니면 절대로 열리지 않는 시계 자물쇠가 달려 있었습니다. 애덤스 씨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띠고 조작법을 지미에게 설명했습니다. 지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습니다. 그 옆에는 애너벨의 어린 조카들이 번쩍거리는 금속과 이상하게 생긴 손잡이를 보면서 재미있어 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소란스러운 틈에 벤 프라이스 형사가 슬쩍 은행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때 갑자기 어떤 부인의 외마디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애너벨의 조카가 어른들이 보지 않는 사이에 동생을 금고 안에 넣고 문을 닫은 것이었습니다. 놀란 애덤스 씨는 손잡이를 힘껏 잡아당겼습니다. 하지만 금고 문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애덤스 씨가 목청을 돋우어 손녀를 불렀습니다.
“아가야, 소리가 들리니?”
금고 안에서 아이의 울음소리가 가냘프게 들려 왔습니다. 그 소리를 들은 애너벨의 언니가 울부짖었습니다.
“누가 금고 문 좀 열어 주세요. 아이가 무서워서 떨고 있어요!”
“아, 큰일났군! 스펜서 군, 어떡하면 좋겠나?”
애덤스 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누군가가 문을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키자는 무리한 제안을 했습니다. 애너벨은 고통스러워 하면서도 아직 절망하지 않은 눈으로 지미를 돌아보았습니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요, 랠프?”
그 순간 딱딱하게 굳어 있던 지미의 얼굴에 부드럽고 정다운 미소가 살짝 번졌습니다. 잠시 망설이던 지미는 웃옷을 벗어 던지고 셔츠 소매를 걷어붙였습니다. 사람들이 알고 있던 구두 전문점 주인인 랠프 스펜서는 사라지고 금고털이 지미 밸런타인이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여러분, 모두 문 앞에서 비켜 서십시오.”
 
지미는 짤막하게 말하고는 여행용 가방을 열었습니다. 일을 할 때면 언제나 그랬듯이 조용히 휘파람을 불면서 번쩍거리는 연장을 재빨리 꺼냈습니다. 사람들은 숨을 죽인 채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1분이 지나자 지미의 강철 송곳이 문을 미끄럽게 파고들어 갔습니다. 10분이 지나자 지미는 그 송곳으로 빗장을 들어 올려 문을 열었습니다. 마침내 아이는 무사히 엄마의 품에 안겼습니다.
지미 밸런타인은 웃옷을 입고 문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랠프! 랠프!”
사람들은 모두 놀라 지미를 불렀습니다. 애너벨의 목소리도 들려 왔습니다. 지미의 귀에는 그 소리가 아득히 멀리에서 들리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지미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문에서 어떤 사나이가 지미의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지미는 묘한 미소를 띠고 말했습니다.
“어여, 벤 형사. 마침내 나를 찾아내셨군. 자, 갑시다.”
그러자 벤 프라이스는 뜻밖의 말을 했습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랠프 스펜서 씨? 뭔가 착각하신 것 같군요. 나는 선생을 모르는데요. 저기 선생의 마차가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벤 프라이스는 몸을 돌려 은행 밖으로 천천히 걸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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