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게디(들염소 새끼의 샘)
엔게디(들염소 새끼의 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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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7.11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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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 순례

 

 

엔게디의 자연 환경
1972년부터 하나님의 자연보호특별구역으로 정해져 관리되고 있는 엔게디는 이스라엘의 정중앙을 가로지르는 ‘유대광야’의 동쪽 끝에 위치한 골짜기로, 황무지 사막이 갈라지고 깎여서 작은 계곡 같은 모양을 이루고 있다. 엔게디의 위로는 광활한 황야(荒野)가 펼쳐져 있고, 골짜기를 따라 밑으로 내려가면 사해(死海)가 나온다. 엔게디는 위쪽으로나 아래쪽으로나 숨어서 적을 막아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장소로, 성경 시대에는 천연 군사요새로도 이름이 높았다.
엔게디 주변으로는 두 개의 큰 시내가 흐르고 있는데, ‘아르곳시내’와 ‘다윗시내’이다. 다윗시내는 다윗이 머물렀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 두 시내가 엔게디 계곡에 일년 내내 물이 끊이지 않고 흐르게 한다.

 

성경 속의 엔게디
성경에 엔게디가 몇 번 나오는데, 그 가운데 아가서 1장의 “나의 사랑하는 자는 내게 엔게디 포도원의 고벨화 송이로구나.”라는 구절이 우리 귀에 익숙하고, 그보다 앞서 사무엘상에서 다윗이 사울에게 쫓기다 엔게디에 숨었던 이야기가 떠오른다.
사무엘상 23장에서 다윗은 마온 황무지에서 사울의 군대에 둘러싸여 꼼짝없이 잡히게 되었다. 그때 하나님께서 블레셋으로 하여금 이스라엘을 침노하게 하셔서 사울이 군대를 블레셋을 막는 쪽으로 급하게 돌리게 되는데, 다윗은 그곳을 기념하여 ‘셀라하마느곳(분리하는 바위)’이라고 했다. 그 일이 있은 후 다윗은 자기를 따르는 사람들과 함께 엔게디 요새로 들어간다. 그후 사울이 다시 다윗을 쫓아 엔게디 황무지로 오고, 엔게디의 어느 바위 굴에 들어가는데, 그때 다윗이 사울의 옷자락을 베었다.

계곡 아래쪽에서 다윗폭포까지 올라가며
엔게디 계곡의 위쪽에 다윗이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다윗폭포’가 있는데, 계곡 아래쪽에서 다윗폭포까지 유대인 방문객들과 함께 이야기도 하고 또 쉬어가며 올라갔다. 그들은 자신들이 다윗의 후손이라는 사실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계곡을 올라가는 동안 사울이 들어가 있었을 법한 천연동굴들이 맞은편 황량한 산등성이에 군데군데 보였다. ‘사울이 저런 곳에 들어가서 쉬었나 보다’ 싶었다. 굴에 들어가려면 비탈을 타고 올라가야 하기에 쉽게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계곡 위쪽으로 올라가는 동안 계곡 위에서부터 흘러내리는 크고 작은 물줄기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물들이 아주 맑고 몹시 차가웠다. 또 바위 밑에는 서늘한 그늘이 있어서, 햇빛을 피해 바위에 누워서 낮잠을 자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다윗이 “여호와는 나의 피할 바위시요”라고 했던 시편 구절이 떠올랐다.
아카시아나무, 사이프러스 갈대를 비롯해 여러 종류의 갈대들, 그리고 열대사막기후에서 자라는 키가 작은 나무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각종 열매가 달려 있는 나무들도 눈에 띄었다. 나무들에는 ‘소돔사과’와 아주 달달한 ‘사막 살구’와 오렌지색의 작은 열매들이 달려 있었다. 아가서에 나오는 ‘엔게디의 고벨화 송이’는 향수의 원료가 된다고 한다.

들염소 새끼의 샘, 엔게디
‘엔게디’는 ‘들염소 새끼의 샘’이라는 말이다. 그 이름처럼 산양이 군데군데 보이고, 언덕 꼭대기에는 우두머리로 보이는 뿔이 큰 수컷 산양이 우두커니 서 있는 모습도 보였다. 옛날에는 사막승냥이, 늑대, 여우 같은 육식동물들도 살았으나 이곳의 일부가 관광지역이 되면서 방문객의 안전을 위해 길 주변으로는 오지 못하게 동물들의 활동영역을 옮기거나 제한했다고 한다.

엔게디에 사는 동물 중 눈에 가장 띄는 녀석은 ‘사반’이다. 잠언에 나오는 지혜로운 네 가지 짐승 중 하나로, 바위틈에 집을 짓고 산다. 사반이 곳곳에 나타나서 마치 “사람들아, 나를 본받아”라고 하는 것처럼 사람들을 쳐보다고 있었다. 사진을 찍으면 가만히 포즈를 취해주다가(?) 좀 위험하다고 느끼면 금방 바위에 몸을 숨겼다. 얼마나 영리한지, 비스켓이나 간식을 비닐에 몰래 넣어 온 사람이 누군지를 녀석들은 금방 알아채고 그 사람 주위를 따라가며 얼쩡거리기도 한다. 토끼도 아니고 너구리도 아니고, 아무튼 재밌게 생긴 녀석들이다.

 

광야 가운데에 먹을 것과 마실 것과 쉴 곳을 마련해놓고
다윗폭포에 거의 다 와서 뒤돌아보니, 계곡 아래로 멀리 사해(死海)가 한눈에 들어왔다. 참 신기한 것은, 엔게디 요새 안에서 밖을 보면 바깥의 모습이 훤히 보이지만 밖에서 안을 보면 바위 언덕에 가려서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안쪽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광야 위쪽에서 내려다보아도 엔게디 계곡 요새는 비스듬히 가려져 있다.
 


사울이 다윗을 쫓아와도 다윗의 위치를 쉽게 찾기 어렵고, 다윗 편에서는 사울의 움직임을 훤히 볼 수 있기에 빨리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나님이 다윗과 그를 따르던 사람들을 엔게디 요새에 거하게 하신 것이 그냥 그렇게 하신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황량한 유대광야와 사해. 하나님은 물 한 모금, 풀 한 포기 없는 광야 가운데에 먹을 것과 마실 것과 쉴 곳을 마련해놓고 다윗과 그의 사람들을 광야로 가게 하신 것이다.


엔게디 계곡이 시작되는 곳에서 흘러온 물이 깨진 바위 틈으로 스며들었다가 다윗폭포 바위에 이르러서 위에서 아래로 퍼붓듯 쏟아졌다. 폭포수의 물줄기가 세기도 하지만, 강하게 떨어지는 맑고 차가운 물이 바람과 냉기를 만들어 주변을 차갑게 만들었다. 떨어지는 물줄기 근처에 서면, 마치 온 몸이 물에 젖은 채 아주 강하게 켜놓은 에어컨 바람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몸이 차가워서 견디기 어려웠다. 다윗이 섭씨 40도가 훨씬 넘는 사해 지역과 유대광야의 여름을 어떻게 이겼는지 알 수 있었다.

 

엔게디를 오르내리며 다윗을 생각했다
엔게디를 밖에서 보면 그곳에 가면 죽을 것 같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님이 준비해 놓으신 것처럼, 다윗을 따라가는 삶이 그러했을 것이다. 엔게디를 오르내리며 다윗을 생각해 보았다. 성경에 다윗은 빛이 붉고 눈이 빼어나고 얼굴이 아름답다고 했다. 이스라엘 사람들 사이에서 ‘진지’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얼굴빛이 붉고 눈이 크고 또렷하며 얼굴이 각지지 않고 둥그스름하다. 다윗도 그 ‘진지’였다고 한다. 다윗! 그는 사람들의 눈에 보잘것없는 목동에 불과했다. 그는 결코 왕이 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에게는 하나님의 약속이 있었다.
시편 139편에서 다윗은 이렇게 노래한다.
“내 형질이 이루기 전에 주의 눈이 보셨으며 나를 위하여 정한 날이 하나도 되기 전에 주의 책에 다 기록이 되었나이다.”(시 139:16)
성경에 기록된 다윗의 이야기는 모두 다윗이 죽고 난 후 기록되었는데, 어떻게 그가 자신의 모든 것을 성경에서 보았다 하는가? 다윗은 하나님의 약속 안에서 자신의 인생을 다 들여다본 것이다. 그가 기름부음을 받은 순간 하나님의 눈에 그는 이미 이스라엘의 왕이었다. 다윗도 약속의 눈으로 그 사실을 보았다. 그는 하나님의 약속이 자신을 이끌고, 지키고 있음을 정확히 알았기에 골리앗 앞에서도 그 누구도 갖지 못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오늘 하나님이 저 골리앗을 내게 붙이셨구나!’ 이 마음은 단순한 용기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그 전쟁에서 가지셨던 마음과 같은 마음이었다.
다윗은 하나님과 같은 마음을 가졌고, 사울과 그의 군대는 모양은 이스라엘 백성이지만 마음은 하나님과 달랐다. 골리앗 앞에서 두려워하는 사울과 그의 군대는, 오늘날 교회를 다니지만 우리 죄가 다 사해진 사실에 확신이 없는 자들과 같다. 그리고 골리앗을 이길 것을 확신한 다윗의 마음은 예수님이 우리 죄를 다 사하신 것을 확신하는 거듭난 그리스도인들의 마음과 같다. 죄 사함을 확신하는 마음이 하나님과 같은 마음인 것이다.
다윗은 기름부음을 받은 후 어려움이 많았지만 하나님의 선한 약속이 그를 지키시고 그와 함께하셨다. 다윗은 엔게디에서도 하나님의 그 손길을 느꼈을 것이다. 엔게디를 돌아보면서 다윗이 엔게디를 지날 때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부족함이 없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엔게디에 머무는 것은 잠시일 뿐, 하나님의 약속이 이루어지기 위해서 다윗은 엔게디를 떠나야 했다. 하나님은 다윗을 인도하셔서 약속대로 이스라엘의 왕을 삼으셨고, 다윗의 나라를 만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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