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개미와 소년
왕과 개미와 소년
  • 페르시아 민담
  • 승인 2013.08.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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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에 지혜롭고 온화한 왕이 있었습니다. 하루는 왕이 궁궐 밖을 구경하고 싶어 산책을 나섰습니다.
“내 왕국의 백성들과 동물들이 잘 살고 있는지 둘러볼까?”
왕이 넓은 들판을 지날 때였습니다. 어디선가 울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엉엉엉!”
한 소년이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왕이 가까이 다가가 물었습니다.
“얘야, 왜 여기서 울고 있니?”
“형이 보고 싶은데 갈 수가 없어서 울고 있어요. 엉엉.”
 
“그래? 네 형이 어디 있는데?”
“저기 이웃 마을에요. 형을 만나러 가려면 산을 세 개나 넘어야 돼요. 엉엉.”
“그래, 정말 멀리 있구나. 그래도 일어나 가보지 그러니?”
“안 돼요. 너무 멀어서 가다가 쓰러지고 말 거예요.”
“그래, 알았다. 울지 말고 이걸 먹으렴.”
왕은 소년에게 빵과 우유를 주고 다시 걷기 시작했습니다.
왕이 들판을 지나 강가에 이르렀습니다. 그곳에는 개미굴이 있었습니다. 개미굴을 지나려고 할 때 개미떼가 몰려 나와 왕에게 절을 했습니다. 그런데 한 개미는 저만치서 열심히 돌을 나르고 있었습니다.
“영차, 영차.”
그 개미는 왕이 온 것도 모르고 열심히 돌을 지고 강기슭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러더니 돌을 강물에 풍덩 빠뜨렸습니다. 왕이 가까이 다가가 물었습니다.
“개미야, 넌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느냐?”
“둑을 쌓는 중이에요.”
개미가 낑낑거리며 대답했습니다.

“둑을 쌓는다고? 이 커다란 강에 네가 둑을 쌓으려면 수백 년도 더 걸릴 텐데?”
그러자 개미가 땀을 닦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돌을 하나씩, 하나씩 나르다 보면 언젠가는 둑이 생길 거예요.”
개미는 다시 돌을 짊어지고 강가로 갔습니다.
 
그때 늙은 개미 한 마리가 왕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대왕님, 그 누구도 저 녀석이 하는 일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그래? 그런데 저 개미는 왜 힘들게 둑을 쌓으려는 것이냐?”
“그건 형을 만나기 위해서지요.”
“형을 만나기 위해서?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얘기해 줄 수 있느냐?”
늙은 개미는 왕의 어깨 위로 올라가 앉아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저 젊은 개미는 형과 함께 열심히 일을 하며 즐겁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형 개미가 멀리
 
떨어진 곳으로 가게 되었지요. 저 강
건너 마을로 말입니다. 형 개미는 나뭇잎을 타고 떠나면서 동생 개미에게 ‘건강하게 잘 지내. 저 강에 둑이 생긴다면 우린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하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 젊은 개미는 ‘좋아, 형! 내가 온 힘을 다해서 둑을 쌓을게. 우리가 다시 만날 수 있게! 잘 가!’ 하고 대답하고는 그때부터 강으로 돌을 옮겨 둑을 쌓고 있습니다.”
“아하! 그래서 저렇게 열심히 둑을 쌓았던 것이군.”
왕은 작은 개미의 행동에 감탄했습니다.
“보십시오. 혼자서 날마다 돌을 옮기는데 둑이 생기고 있지 않습니까?”
왕은 젊은 개미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궁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길을 옮겼습니다.
왕이 들판에 들어서자 또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아까 만났던 소년이 아직도 울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얘야, 여태 울고 있구나?”
“네, 갈 길이 너무 멀어요. 못 갈 거 같아서 울고 있어요.”
왕은 소년 옆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내가 재미있는 얘기 하나 해 줄까? 강가에 사는 젊은 개미 한 마리가 있었단다. 그런데 그 개미가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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