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앗을 열매로 만드는 농업인
씨앗을 열매로 만드는 농업인
  • 이성현 기자
  • 승인 2013.11.18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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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상주 오현주 선생님
우리는 땅에서 나는 농작물을 먹지 않고서는 살 수 없기 때문에 농업은 생명과
직접 연관된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11월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아
농업에 대해 알아보고 농업인들의 땀과 수고를 새겨 보아요.
 
 
Q. 어떻게 농업 일을 시작하셨나요?
저희 부모님은 농사를 지으셨고 저는 학교를 졸업하고 도시에 나가 직장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스물아홉 살 때, 폭우로 산사태가 일어나 부모님이 사시던 집과 농지가 폐허가 됐어요. 평생 일구신 논과 밭이 망가져서 슬퍼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제가 다시 일으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집으로 돌아가 다시 논밭을 일구고 사과나무 묘목을 심고 본격적인 농부의 생활을 시작했지요.
 Q. 농업인이 되려면?
전에는 사람들이 직장생활하다 지치거나 사업을 실패했을 때,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어야지’ 했어요.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농사일을 할 수 없어요. 농작물이나 토양, 재배기술에 대한 기초지식이 있어야 제대로 된 농사일을 할 수 있지요. 특히 요즘은 농작물을 많이 생산하는 것보다 친환경적인 유기농작물을 재배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전문지식이 많이 필요해요. 캐나다, 독일과 같은 농업 선진국에서는 농업인 자격증이 있어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여러 농업계 고등학교와 농업대학이 있는데 그곳에서 농작물의 특성과 재배, 생산기술, 가공, 경영 등을 체계적으로 배워야 해요. 또 선진기술이 발달한 현장에서 실습을 많이 하면 좋아요. 농업인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농작물뿐 아니라 전기, 농기계, 정비, 건축기술 등의 종합적인 지식이 필요해요. 물론 체력과 인내심은 필수랍니다.
 
 Q. 일이 힘들진 않나요?
아침에 눈을 뜨면 할 일이 쌓여 있어요. 씨앗 뿌리기, 모종 기르기, 비료주기, 김매기, 곁순치기, 수확, 판매 등 농작물 재배에 관한 일은 기본이에요. 그밖에 무거운 상자나 비료포대 나르기, 큰 농기계로 땅 파기, 소 먹이 주기, 축사 청소하기 등 일이 끝이 없어요. 또 밤에는 공부를 하거나 보고서를 쓰고요. 그런데 농사일은 모든 것이 때가 있어서 그때그때 맞는 일을 하나씩 처리해 나가다 보면 그 많던 일이 끝나 있어요.
워낙 현장에서 몸으로 일을 하다 보니 다칠 수도 있어요. 밭에서 넘어지거나 언덕에서 떨어질 수도 있고, 기계를 잘못 작동해서 사고가 날 수도 있어요. 심지어 소에게 받혀서 다칠 수도 있어요.
또 비나 눈이 온다고 집에 있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나가서 그에 대비한 일을 해야 하고, 어떤 때는 태풍이나 가뭄 때문에 다 지은 농사를 망치는 경우도 있어요. 그러면 정말 속상하고 힘들지요. 그럴 때마다 ‘내가 아무리 연구하고 많이 안다고 해도 대자연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해요.
 Q. 그렇게 힘든 일을 하시는 이유?
     
 

농업은 생명과 직접 연관된 일이잖아요. 생명을 키우고 지키고 그리고 그 농작물 덕분에 사람이 살고……. 토마토 한 그루, 사과 하나도 내가 관심과 애정을 쏟은 만큼 내게 보답해줘요. 또 병든 나무나 죽어가는 농작물을 보살펴 주면 다시 살아나서 열매 맺는 것을 보면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마치 나를 보며 방긋방긋 웃는 것 같아요. 죽어가던 소나 송아지도 조금 도와주면 살아나서 다시 먹이를 먹는 것을 보면 뭉클해요. 나의 짧은 지식과 도움이지만 생명이 움트고 열매 맺고 자란다는 것에 보람을 느껴요.
지금도 이상기온 때문에 식량난이 문제지만, 앞으로는 더욱 심해져서 식량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선진국들은 농업을 발전시켜서 식량을 자급자족(필요한 물자를 스스로 생산하여 모자라지 않게 씀)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체계적으로 농업을 발전시켜서 좋은 작물을 많이 충당할 수 있어야 해요. 농사일을 어렵고 힘든 직업이라고만 생각하면 안 되고 누구라도 농업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하는데, 저는 하나님이 제게 이 일을 주셨다고 생각해요. 전에 직장생활을 할 때는 정해진 일만 했지만 지금은 자유롭게 활동하면서 새로운 일을 도전할 수 있어서 좋아요. 체력도 강해졌고요. 일이 고되긴 하지만 하루하루 하나님께서 도와주시는 것을 보면 새 힘이 나서 또 밭으로 나가지요.
 Q.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한번은 사과 농장에 영양제를 잘못 준 바람에 사과가 검게 물들었어요. 그 해는 사과를 하나도 내다팔지 못했어요. 이제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처음 나무를 심을 때, 나무 한 그루를 심은 것이 아니라 미래도 함께 심은 것이었어요. 올해 사과는 버렸지만 나무는 생명을 지키고 있다가 내년에 또 사과열매를 맺을 거잖아요. 그래서 다시 힘을 내 일을 시작했죠. 농사일은 이렇게 힘들고 실패도 하지만 늘 새롭게 도전할 수 있어서 좋아요. 여러분도 무슨 일을 하든지 실패했다고 낙심하지 말고 하나님의 뜻을 찾아보고 즐겁게 하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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