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치료사'
'작업치료사'
  • 취재/이성현 기자
  • 승인 2013.12.2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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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일상의 행복을 되찾아주는
연말이면 따뜻한 손길로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소식이 종종 들려와요.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는 것이 좋은 일인 줄은 알지만 선뜻 나서서 실천하기는 쉽지 않지요.
12월 3일 ‘세계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를 가진 분들을 치료하는 작업치료사를 만나보았어요. 
 
Q. 작업치료사란 어떤 직업인가요?
뇌졸중, 척추손상, 뇌성마비 등으로 인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장애를 가진 분들이 잃어버린 기능을 되찾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치료해 주는 일을 해요.  
Q. 작업치료는 어떻게 하나요?
크게 소아와 성인을 나누어 치료를 하는데요, 먼저 의사의 진단명을 가지고 평가도구를 이용해 환자가 가진 장애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내요. 뇌손상을 입은 환자들은 한쪽 몸이 마비되어 움직이지 못하고, 말을 더듬거나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한 인지능력이 떨어져 색깔이나 물건의 모양 등을 잘 인식하지 못해요. 그래서 신체적, 인지적, 정신적인 문제를 찾아내서 어떻게 치료할 것인지 방향을 잡아요. 이때 환자의 취미나 직업, 원하는 것 등 마음상태까지도 정확하게 파악하여 치료계획을 세워야 해요.
대부분은 치료사가 환자 한 명과 일대일로 치료를 해요. 신체 일부가 마비된 경우, 자극을 주면서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알려주고 근력을 키우는 훈련을 해요. 인식이 떨어지는 경우, 그림이나 퍼즐, 컴퓨터 등의 여러 교구를 이용해 사물의 이름과 특성을 한 가지씩 반복하여 가르쳐 주어서 인지능력을 키워주지요. 
Q. 일이 힘들진 않나요?
보통 한 사람당 30분씩 하루에 14명 정도의 환자를 만나는데, 체력 소모가 많기 때문에 일과를 마치고 나면 지칠 때가 많아요. 또한 뇌를 다친 환자들은 정서적으로 불안하기 때문에 마음을 열지 않고 작은 일에도 화를 크게 내요. 그런 환자들은 치료사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를 잘 따르지 않아서 회복도 더뎌요. 드물게는 언어장애나 신경학적인 장애를 가진 환자가 욕을 하기도 하고 침을 뱉기도 하는 등 폭력을 휘두를 때도 있어요. 병적인 증상인 줄 알면서도 화가 날 때도 있어요. 그래도 내 기분은 내려놓고 환자 상태를 살피고 마음을 맞춰줘야 해요.  
 
Q. 이렇게 힘든 일을 하시는 이유는요?
물론 일이 힘들긴 하지만 어려운 분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보람도 커요. 특히 환자의 몸 상태가 좋아졌을 때 기쁘죠. 또 환자분들과 마음을 나누는 기쁨도 커요. 한번은 50대 여자분이 저에게 몇 번 치료를 받고는 제가 치료를 못한다고 다른 선생님으로 바꿔달라고 했어요. 워낙 까다롭기로 소문난 분이었지만, 너무 속이 상했어요. 그때 대학생 때 굿뉴스코 워크숍에서 들었던, 어려운 부담 앞에 주저앉지 말고 하나님을 찾으라는 메시지가 생각났어요. 그래서 매일 기도하고 밤마다 공부하고 환자에게 마음을 더 쏟았어요. 환자분도 제 마음을 느끼셨는지 마음을 열고 치료를 잘 따르더라고요. 나중에는 상태가 좋아져서 “내가 선생님을 만나서 컵을 들어 물을 마실 수 있게 됐어요. 정말 행복해요.” 하고 인사를 하시는데 눈물겹게 고맙고 행복했어요. 그런 일을 겪다보니까 힘든 것보다는 일이 보람되다는 생각이 더 커지더라고요.
Q. 작업치료사가 되어 좋은 점은요?
 
환자를 치료하는 직업이지만, 제 자신의 마음과 성격도 치료가 된다는 점이에요. 저는 원래 애교도 없고 말도 많은 편이 아니에요. 그런데 환자들과 그냥 치료만 할 수 없잖아요. 이런저런 얘기도 해야 하고 또 마음을 열도록 애정표현도 해야 하는데 환자마다 성격이나 성품, 마음이 다 달라서 관심을 쏟기가 쉽지 않아요. 저는 속이 좁고 까다로워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지지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이 일을 하면서 마음도 넓어지고 성격도 밝아졌어요.  
Q. 작업치료사가 되려면요?
대학의 작업치료학과에 들어가 아동발달, 근육, 뼈, 신경계, 운동치료학 등의 전문과정(3∼4년)을 공부해요. 학기 중에 병원에 나가 실습도 하고요. 대학에서 교육과정을 마치면 한국보건의료인 국가시험원에서 시행하는 시험을 봐서 보건복지부에서 발급해주는 면허증을 받아야 해요. 주로 재활병원이나 요양병원에서 근무하고, 복지관이나 아동센터, 정신병원 등에서도 환자들을 돌봐요.  
Q.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려요.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먹고 학교 가서 공부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요. 건강하게 잘 지내면서도 감사할 줄 모르고, 오히려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해 불만이 많은 친구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물을 마시고 싶어도 자기 힘으로 삼킬 수 없고, 팔을 움직이고 싶어도 꼼짝도 못하는 친구들도 많아요. 그런 친구들에게는 건강하게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만도 부러움의 대상이죠. 그런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여러분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주변에 몸이 불편한 친구들이 있다면 마음을 열고 먼저 다가가 여러분의 행복을 나눠주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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