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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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리자
  • 승인 2014.01.2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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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13회)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의 많은 행적들. 구원받은 성도라면 누구나 예수님이 계셨던 그 자리에 서보길 사모할 것이다. 예수님이 많은 사람들을 가르치셨던 산, 병자를 고치셨던 마을,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셨던 장소…. 그곳에 발을 딛고 서서 예수님 당시로 시간 여행을 떠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세월은 옛 이스라엘의 모습을 그대로 남겨두지 않았다. 2000년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집을 짓고, 도로를 만들고, 산을 깎아 건물을 세우고 했기에.
그처럼 변화된 지형 속에서도 우리는 성경에 기록된 내용을 지도 삼아 예수님이 일하셨던 곳을 찾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눈에 보이는 것들을 떠나, 마음의 날개를 펴고 2000년 전으로 날아가 예수님이 행하셨던 일들을 만난다. 오늘은 그 가운데 한 곳인 ‘거라사인의 땅’을 찾아가 보자.

 

제라쉬(Jerash)
오랜 세월 동안 성경학자들 사이에 마가복음 5장에서 예수님이 가셨던 ‘거라사인의 땅’이 정확히 어디인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고 많은 주장들이 있었다. 보통 요르단에 있는 제라쉬(Jerash)가 거라사라고 주장한다. 제라쉬는 요르단의 수도 암만에서 북쪽으로 45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고대 도시로, 옛 길르앗 땅에 속한 곳이었으며 데가볼리 영지에 속한 가다라 지방의 한 지역이었다. 그곳이 예수님 시대에는 거라사라는 이름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제라쉬는 6세기 경에 카톨릭이 이 지역까지 교세를 확장했고, 그 후 사라센제국이 점령했으며, 이어서 이슬람제국의 침략을 받으면서 황폐해졌고, 6세기 중반에 중동을 강타한 대지진으로 크게 파괴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아직도 발굴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제라쉬에는 엄청난 유적들이 발견되고 있다. 로마의 하드리안 황제가 만든 개선문, 고대의 경기장인 히포드롬, 원형극장, 그리고 70개가 넘는 크고 화려한 돌기둥 중앙으로 나 있는 고대 도로, 아르테미스 신전 등이 이미 발굴되었다.
제라쉬 지역은 옛 데가볼리 지방의 중심 지역으로, 갈릴리 동쪽까지 넓게 퍼져 마을을 형성해서 사람들이 살았다고 전해진다. 예수님 당시에 제라쉬 중심에만 2만 명이 살았다고 한다.
 

성경이 말하는 거라사는…
제라쉬가 예수님이 군대 귀신 들린 자를 만난 장소라고 하기에는 성경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이 가신 거라사인의 땅은 먼저 가다라 지방이어야 한다(마 8:28). 마가복음 5장에는 ‘예수님이 바다 건너편 거라사인의 지방에 이르렀다’고 기록되어 있고, 배에서 내려 곧 더러운 귀신 들린 자를 만났다고 했다(막 5:1~2). 즉, 가다라 지방의 갈릴리 호수 동쪽의 선착장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외에도 산이 있고, 산 중턱에 돌무덤들이 있어야 하며, 돼지 2000마리가 머물 수 있는 평지가 산비탈에 있어야 하며, 그곳에서 갈릴리 호수의 수심 깊은 곳까지 연결되는 낭떠러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가까운 거리에 마을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보면, 갈릴리 호수에서 50km 가량 떨어진 제라쉬가 거라사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다. 예수님이 배에서 내려 100리가 넘는 길을 걸어가셨다고 생각해 보라. 게다가 돼지 때들은 어떻게 그 먼 거리를 달려 갈릴리 호수까지 가서 몰사하겠는가. 당시 제라쉬 지역이 이방인들이 살던 지역이었음은 맞지만, 가다라 지방의 가장 번성한 곳으로 극장, 신전, 포장도로 등이 있었기에 냄새나는 돼지를 2000마리나 사육할 만한 곳이 아니었음도 알 수 있다.
 

‘쿠르씬’ 혹은 ‘게라쉼’
이제 우리가 살펴보려고 하는 거라사는 갈릴리 동쪽에 있는 지역이다. 히브리 말로 ‘쿠르씬(영어로는 Kursi쿠르시)’ 혹은 ‘게라쉼’으로 불리는 곳으로, 우리말 표기로는 ‘거라사’이다. 내가 쿠르씬을 처음 방문했을 때 한눈에 보아도 성경에 기록된 거라사와 딱 맞아떨어지는 곳임을 알 수 있었다. 좀 더 정확한 사실을 알기 위해 그 지역의 유적과 역사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분을 만나 그곳의 지리와 지형의 변천에 관해 들었는데, 성경에 기록된 ‘거라사인의 땅’의 모습과 일치했다.
갈릴리 호수가 가까이에 있고, 갈릴리 호수 주위로 나 있는 도로를 건너 조금 걸어가면 산과 비탈을 만날 수 있으며, 산중턱에는 옛 마을의 집터 자리에서 훤히 보이는 돌무덤 터로 쓰였던 자리가 있다. 지금은 도로가 나서 비탈과 호수가 좀 떨어져 있지만, 옛날에는 비탈이 갈릴리 호수까지 연결되어 절벽을 이루었고, 절벽의 끝은 해변이 아니라 호수의 수심 25m 이상 되는 곳까지 뻗어 있었다고 한다. 그곳은 예수님 당시에 이방인들이 거주했던 곳으로, 율법에서 부정하다고 한 돼지를 키우는 사람이 있었던 것이다.
성경에 예수님은 ‘거라사인의 땅에 들어가셨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곳이 거라사 사람들이 사는 지역이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제라쉬가 거라사의 본 동네라 할지라도 ‘쿠르씬’이나 ‘게라쉼’으로 불리는 이곳이 예수님이 군대 귀신 들린 자를 만난 곳임은 여러 면에서 일치하고 있다. 그곳에서 옛 집터와 예수님 이후 시대에 지어진 정교회의 터 등을 볼 수 있다.
 

악한 영에게 사로잡힌 한 사람을 자유케 하시려고
군대 귀신 들린 사람이 예수님을 만났을 때, 그는 예수님께 “지극히 높으신 하나님의 아들 예수여, 나와 당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원컨대, 하나님 앞에 맹세하고 나를 괴롭게 마옵소서!”라고 했다. 그는 예수님이 자신과 상관없다고 여겼고, 또 예수님이 자기를 괴롭게 하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은 그 사람 스스로 하는 생각이 아니라, 그 속에 있는 악한 영이 넣어준 생각이었다. 그는 그것이 자기 생각이라고 속고 있었는데, 예수님은 악한 영에서 그를 해방시켜 주었다. 하늘에서 불이 내려오게 하시거나 산이 갈라지게 하신 것이 아니라, “더러운 귀신아, 그 사람에게서 나오라” 하고 말씀으로 그를 고치셨다.
예수님은 그를 괴롭게 하시는 분이 아니라, 누구보다 그와 상관이 있는 영혼의 구원자셨다. 나 또한 구원받기 전에는 예수님의 죽으심이 내 죄와 상관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악한 영이 나를 구원받지 못하게 하려고 넣어준 생각이었다. 구원받고 나서도 나는 오랫동안 하나님의 종과 교회가 인간의 한계를 넘어 믿음으로 달려가는 것이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또한 악한 영이 믿음으로 살지 못하도록 나를 속이는 것이었다.
군대 귀신 들렸다가 예수님을 만나 온전해진 그 사람에게는 자랑할 만한 것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에 자신을 악한 영에서 건져주신 예수님이 가득했기에 그는 기쁨과 감사 속에서 남은 생을 살았을 것이다.
지금도 이 땅에는 악한 영이 넣어준 생각 때문에 고통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곳에서 벗어나게 해줄 예수님의 능력의 말씀이 우리 가운데 계심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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