볍씨 한 알
볍씨 한 알
  • 한국전래동화, 그림/이가희
  • 승인 2014.04.01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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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마을에 부자 할아버지가 살았어요. 할아버지는 땅도 많고, 돈도 많고, 광에는 곡식이 가득 쌓여 있었어요. 그런데 할아버지에게는 걱정이 하나 있었어요. 아들 셋이 있는데, 워낙 놀기 좋아하고 일하기 싫어해서 재산을 맡길만하지 않았거든요.
“저것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고 죽을 생각을 하니 걱정이 태산일세. 분명히 나 죽으면 가만히 앉아서 재산을 까먹을 텐데……. 에휴!”
 

그러던 어느 날, 할아버지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옳거니! 살림을 하는 건 며느리니까 아들들 때문에 걱정할 필요 없이 며느리들에게 맡겨보자. 세 며느리 가운데 재산을 든든히 지키고 잘 불릴 며느리를 뽑아야겠다.’
할아버지는 그제야 한숨을 거두고 콧노래를 불렀어요.
다음 날, 할아버지는 세 며느리를 불러 이야기했어요.
“내가 오늘 너희들에게 중요한 것을 주려고 불렀다.”
“네? 중요한 것이요?”
며느리들은 영문을 몰라 서로 얼굴만 쳐다보았어요.
할아버지는 볍씨를 꺼내 보여주며 말을 이었어요.
 
“지금부터 잘 듣거라. 이 볍씨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볍씨니라.
무척 소중한 것이니 어떻게 할 건지 잘 생각해서 귀하게 쓰거라.”
할아버지는 며느리들에게 볍씨를 한 알씩 나누어 주었어요.
며느리들은 볍씨를 받아 집을 나섰어요.
큰며느리는 시아버지의 집을 나서자마자 볍씨를 꺼내 들여다보았어요.
“이거 그냥 보통 볍씨 아냐? 아버님이 늙으시더니 노망이 나셨네. 이게
뭐 그리 귀하다고 유난을 떠실까!”
큰며느리는 시아버지를 흉보며 볍씨를 길바닥에 휙 하고 던지고는 집으로 갔어요.
둘째며느리는 집으로 가는 길에 볍씨를 꺼내 보았어요.
“귀한 볍씨라고? 금을 두른 것도 아닌데 뭐가 귀하다는 거야? 어쨌든
귀한 볍씨라고 하시니 몸에도 좋겠지.”
둘째며느리는 시아버지에게 받은 볍씨의 껍질을 까서 입에 털어 넣고
 
꿀꺽 삼켰어요.
집에 돌아간 셋째며느리도 볍씨를 꺼내 보았어요.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볍씨라고? 내가 보기엔 그냥 평범한 볍씨 같은데, 아버님이 귀하다고 하셨으니 분명 무슨 뜻이 있을 거야. 이것을 어떻게 써야 할까?”
지혜로운 셋째며느리는 오래오래 생각하고 궁리를 한 끝에 한 가지 꾀를 떠올렸어요. 셋째며느리는 광으로 달려가 말총으로 작은 올가미를 만들어 마당에 펼쳐 두었어요. 그리고 올가미 가운데에 볍씨 한 알을 조심스레 놔두었어요. 잠시 후 참새 몇 마리가 마당에 내려앉았어요.
그 중 한 마리가 올가미 안에 둔 볍씨를 발견하고는 볍씨를 쪼아 먹기 위해 올가미 안으로 들어갔어요.
“이때다!”
셋째며느리는 얼른 올가미를 잡아당겨 참새의 다리를 옥죄었어요.
“짹짹, 째재짹!”
참새를 잡은 거예요. 그때 마침 놀러 온 이웃집 아주머니가 참새를 보고 말했어요.
“안 그래도 약에 쓸 참새가 필요했는데, 그 참새 나한테 주게. 대신 달걀 하나 줄게.”
셋째며느리는 아주머니에게 받은 달걀을 암탉 둥지 안에 넣었어요.
며칠 뒤 둥지에서는 귀여운 병아리가 한 마리 나왔어요. 병아리는 쑥쑥 자라 암탉이 되었어요. 암탉은 매일 매일 알을 낳았어요.
“삐약, 삐약!”
어느 새 마당 한 가득 병아리와 암탉이 가득했어요. 병아리들이 자라 암탉이 되자, 셋째며느리는 장에 내다 팔고 새끼 돼지 한 마리를 사왔어요. 새끼 돼지는 쑥쑥 자라 커다란 엄마 돼지가 되어 새끼를 열 마리나 낳았어요. 새끼 돼지 열 마리는 또 무럭무럭 자라 커다란 돼지가 되었어요. 셋째며느리는 돼지들을 팔아 송아지를 한 마리 샀어요. 어린 송아지는 무럭무럭 자라 멋진 황소가 되었어요. 셋째며느리는 황소를 팔아 논을 사 농사를 지었어요. 그런데 땅이 얼마나 기름진지 심는 것마다 풍작이 되어 셋째며느리는 해마다 논을 늘려갔어요.
 
몇 년이 지나 부자 할아버지가 며느리들을 불렀어요.
“몇 해 전에 내가 준 볍씨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구나! 귀한 볍씨를 어떻게 했느냐?”
큰며느리가 호들갑을 떨며 대답했어요.
“아유, 아버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볍씨 한 알을 왜 다시 찾으세요? 저는 그날 길바닥에 내버린걸요.”
할아버지는 한숨을 내쉬었어요. 그러자 둘째며느리가 말했어요.
“형님! 그 아까운 걸 왜 버리셨소? 아버님! 저는 아버님이 귀한 볍씨라고 하시기에 몸에 좋을 것 같아 얼른 씹어 먹었답니다.”
둘째며느리의 대답에 할아버지는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었어요.
이번에는 셋째며느리가 논문서를 내놓으며 말했어요.
“아버님이 제게 주신 볍씨는 논문서가 되었어요.”
그러고는 볍씨 한 알로 어떻게 재산을 불려 논을 사들였는지 이야기
했어요.

“옳거니! 이제는 내가 편히 눈을 감아도 되겠구나! 이제 내 재산은 모두 셋째며느리에게 맡기겠다. 막내야, 네가 큰 재산이로구나.”
할아버지는 벌떡 일어나 셋째며느리의 손을 꼬옥 잡았어요.
셋째 며느리는 시아버지에게 받은 살림을 잘 꾸려 나갔어요. 부자 할아버지의 집은 해마다 더 큰 부자가 되었고, 가난한 이웃들도 많이 도와주었어요. 할아버지는 그런 셋째며느리를 보며 걱정을 떨치고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살았어요. 재산도 부자, 마음도 부자인 이 집은 마을의 큰 자랑이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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