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철지붕 밑에서 키우는 꿈
양철지붕 밑에서 키우는 꿈
  • 김민정 (굿뉴스코 13기 라이베리아 단원)
  • 승인 2014.05.29 1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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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시베리아의 학교 운동장은 어떤 풍경일까? 안데스 높은 산에 사는 친구들은 어떻게 공부할까? 나라마다 도시마다 학교 풍경은 가지각색. 그러나 어느 곳이나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매일 매일 커가는 꿈들로 학교 지붕이 들썩이는 것은 똑같아요. 이번호에서는 지구촌의 다양한 초등학교들 중 라이베리아의 시골 학교를 소개할게요.
 
아프리카 중에서도 가난한 나라
라이베리아는 아프리카 중서부 대서양 연안에 위치한 나라예요. 면적은 한반도의 절반 크기에, 인구는 약 420만 명이에요. 수도는 몬로비아로, 1847년에 미국에서 해방된 흑인들이 몬로비아로 이주해 와서 세운 나라예요. 1990년대에 시작된 내전으로 정치적으로 불안정하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서 아프리카에서도 못 사는 나라로 꼽히고 있어요.
 
씩씩하게 학교 가는 길
라이베리아의 교육제도는 유치원, 초등학교 6년, 중등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제로 한국과 같아요. 그러나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이 나뉘어 있지 않고 통합되어 있어요. 그래서 유치원생을 뜻하는 K1과 K2가 있고, 그 다음부터는 Grade1부터 Grade12까지로 학년을 구분해요.
고등학교까지는 의무교육으로 학교에서 학비를 지원해주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최소한의 학비를 감당하지 못해 학교에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문맹률이 60%가 넘는다고 해요.
 
진지한 아침 조회 시간
보통 등교시간은 7시에서 8시 사이인데요, 운동장에 모여 국기를 올리고 교가를 부르지요. 그 다음엔 고학년 언니 오빠들이 학생들의 교복 상태를 점검하는데, 교복 상태가 불량하면 혼을 내기도 하고 심한 경우는 집으로 돌려보내기도 한대요. 교복 점검을 마치면 교장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들어요. 그러고 나면 오전 시간이 후딱 지나 점심을 먹어야 하지요.
 
배는 고파도 즐거운 점심시간
한국 학교에서는 맛있는 식단의 점심을 급식해주지요? 이곳에서는 학생들이 집에서 먹을 것을 챙겨오거나 학교 근처에서 파는 도넛 등을 사먹어요. 그나마 50원 하는 도넛을 사먹을 돈이 없어서 자주 굶는 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어요. 워낙 먹을 것이 없거나 간단하기 때문에 식사시간은 금방 끝나버리죠. 그리고 남은 시간은 교실 밖에서 친구들과 뛰어놀아요. 놀이기구도 없고 운동장이라고 해봐야 여기저기 돌이 굴러다니는 흙바닥이지만, 그래도 친구들과 함께 뒹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답니다.
▲ 급식도 없고 도시락을 싸올 수도 없어서 학교 앞에서 도넛이나 스프를 사먹어요.
열심히 공부하는 수업 시간
점심을 먹고 나서 학년별로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시작해요. K1과 K2는 ECE(Early Child Education, 유아교육)과정을 공부하고, Grade1부터 Grade12까지는 성경, 영어, 불어, 수학, 과학, 사회, 체육, 미술, 읽기, 쓰기, 문법을 배워요. 눈에 띄는 것은 학생들이 모두 열심히 필기하는 모습이에요. 이는 교과서가 없기 때문에 선생님의 설명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받아 적는 것이지요. 그래야 일 년에 6∼8번 있는 시험을 잘 치를 수 있으니까요.
교과서는 보통 학교에서 빌려주지만 양이 충분치 않아 못 받는 학생들이 많아요. 각자 돈을 주고 사서 쓰다가 동생들에게 물려주지만 그마저도 없어서 공책만 가지고 수업을 받는 경우가 많아요. 종이도 흔치 않아서 공책도 매우 아껴가며 쓴답니다.
▲ 좁고 어두컴컴한 교실이지만 칠판에 가득 찬 필기내용을 옮겨 적으며 열심히 공부하지요. 책이 없어서 하나라도 놓치면 안 돼요.
공부하기가 쉽지 않아요
이곳의 학교는 대부분 양철지붕으로 덮여 있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기 때문에 비가 오는 날은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없어요. 양철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선생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예요. 전깃불도 없어서 비오는 날은 칠판글씨가 안 보일 정도로 어두컴컴하기 때문에 수업진행이 어렵지요. 그래도 귀를 쫑긋 세우고 커다란 눈을 더욱 크게 뜨고 공부를 해요.
책상과 의자도 허술하게 만들어진 데에다 오래되어, 앉아 있기가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니에요. 칠판 또한 오래되어 흠집이 많아 필기 내용을 잘 따라가야 알아볼 수 있지요. 이렇듯 교실환경이 좋지 않아서 공부를 못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집중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것 같아요.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오후 2시 전후부터 시작되는 하굣길은 시끌시끌하지요. 학생들은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 숙제와 부족한 공부를 하기도 하고, 부모님 대신 집안일을 해요. 부모님을 도와 일을 하러 나가는 학생들도 많아요. 학비가 보통 1년에 우리나라 돈으로 12,000원 정도 하는데, 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온가족이 힘들게 돈을 벌어야 하는 가정이 많거든요. 부모님을 따라 채석장에 나가 돌을 깨기도 하고 빵이나 사탕 등 먹을거리를 만들어 길에 나가 팔기도 하지요. 그렇게라도 해서 학교에 갈 수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해요.  
▲ 학교를 마치고 부모님이 하시는 돌 깨는 일을 돕고 있어요.
좁다란 교실에서 커다란 꿈을 키워요
한국에 사는 학생들 중에는 학교에 가기 싫어서 억지로 가는 친구들도 있지요? 이곳 라이베리아 친구들은 학교에 가서 공부할 수 있는 것을 큰 행복으로 생각해요. 그래야 커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고 가난한 나라를 일으킬 수 있다고 믿고 있어요. 참으로 대견한 마음이지요.
라이베리아 학교 교육의 특징 중 하나는 하나님을 바탕으로 수업을 하고 학교를 운영한다는 것이에요. 그래서 학생들이 어려서부터 성경을 배우고 하나님을 알아가며 소망을 키우지요. 비록 좁고 어두운 교실에서 어렵게 공부하고 있지만 하나님을 의지해 커다란 꿈을 키우고 있는 라이베리아 학생들을 기억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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