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펜과 포스트잇
볼펜과 포스트잇
  • 최순식 자문위원
  • 승인 2014.11.21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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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필기도구의 탄생
 
대부분의 발명품들은 사람들이 필요성을 느끼고 연구하여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어떤 것들은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우연히 또는 실수로 만들어져 큰 사랑을 받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필기도구인 ‘볼펜’은 연필이나 만년필의 단점을 보완하여 만든 물건입니다. 그와 함께 널리 쓰이는  ‘포스트잇(붙임쪽지)’은 실수로 만들었지만 사랑을 받는 물건입니다. 이 달에는 필기도구 볼펜과 포스트잇의 발명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좀더 좋은 필기도구가 필요해
연필과 볼펜이 없던 예전에는 무엇으로 글씨를 썼을까요? 서양에서는 거위나 꿩 등의 깃털로 잉크를 찍어 글씨를 썼고, 동양에서는 동물의 털을 묶어 가느다란 나무 막대에 엮어 만든 붓으로 먹물을 찍어 글씨를 썼습니다. 그러다가 산업혁명 이후 철로 만든 펜촉을 만들어 잉크 주머니가 달려있는 펜대에 끼워 사용했습니다.
미국의 보험 외무사원 루이스 워터맨은 어느 날 손님을 만나 계약서를 쓰다가, 그만 실수로 잉크를 엎질러 계약을 망쳤습니다. 몹시 속이 상한 워터맨은 그날부터 잉크를 엎을 걱정 없는 새로운 필기구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1883년, 오랜 연구 끝에 워터맨은 펜과 잉크를 연결한 모세관식(가느다란 관으로 연결된 모양) 만년필을 발명했습니다.
 
종이를 찢는 날카로운 펜촉
헝가리의 화가이며 신문기자인 라테스라오 비로는, 누구보다 만년필을 많이 썼습니다. 그 당시는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라서 모든 물자가 귀할 때였기에, 종이의 질이 아주 나빴습니다. 그래서 날카로운 만년필촉에 종이가 긁혀 찢어지기 일쑤였고, 만년필 잉크를 자주 보충해야 하기 때문에, 늘 잉크병을 가지고 다녀야 했습니다. 비로는 시간을 다투는 기사 작성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펜촉이 뾰족하지 않으면 종이 질이 좀 나빠도 찢어지지 않을 텐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 촉을 둥글게 하면? 오래 쓸 수 있는 잉크를 만들면?”
비로는 매일매일 종이를 찢는 만년필과 씨름하며 고민했습니다.
▲ 포스트잇을 발명한 스펜서 실버 박사(왼쪽)와 아트 프라이(오른쪽)
뾰족한 촉 대신 둥근 볼
비로는 만년필의 단점을 해결할 새로운 필기도구를 본격적으로 연구했습니다. 잉크가 들어 있는 긴 대롱 끝에 작은 볼(ball)을 끼워 글을 써보았습니다. 둥근 모양의 볼이 구르면서 글씨가 써졌습니다. 물론 종이는 찢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만년필 잉크가 물처럼 흘러내리는 바람에 제대로 글씨를 쓸 수 없었습니다.
“이번엔 잉크가 문제로군! 이제 잉크만 해결하면 성공할 수 있겠는데!”
비로는 화학자인 동생 게오르그를 찾아갔습니다. 게오르그는 형의 부탁을 받고 잉크를 연구한 끝에 1938년에 흐르지 않는 끈적끈적한 잉크를 개발하여 특허를 받았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비로 형제는 아르헨티나로 망명하여 그곳에서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943년에 새로운 필기구인 ‘볼펜(ballpoint pen)’을 탄생시켰습니다.
볼펜의 탄생으로 만년필의 전성시대가 끝나고 더 편리하고 깔끔한 필기 시대가 열렸습니다. 우리나라에는 1945년 미군에 의해 볼펜이 들어왔으며, 주로 신문기자들이 사용해 기자펜으로도 불렸습니다. 1963년부터 대량 생산되어 누구나 볼펜을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실수로 만들어진 풀 아닌 풀
어느 날, 3M 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스펜서 실버 박사에게 한 직원이 황급히 달려왔습니다. 3M 사는 사무용품과 의료용품 등을 만드는 미국의 유명 기업으로 당시 접착제를 개발하여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박사님, 큰일 났습니다! 오늘 만든 풀이 붙이면 떨어지고, 붙이면 떨어집니다!”
실버는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직원의 말대로 그날 생산된 풀이 접착성이 약해서 풀로서 가치 없는 불량품이 된 것이었습니다. 생산 담당직원이 재료를 섞을 때 비율을 잘못 계산해서 생긴 결과였습니다. 실버는 당혹스러웠습니다.
“붙었다가 곧바로 떨어지는 접착제를 어디에 쓴단 말인가? 그렇다고 그냥 버리기는 아깝고. 풀 같지 않은 풀이지만 새로운 물질인 것만큼은 틀림없는데…….”
실버는 간부회의를 열어 상황을 보고하고 사원들에게도 아이디어를 모집했지만 해결책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성경책에서 쏟아진 쪽지들
그로부터 5년이란 세월이 지났습니다. 3M 사의 영업부서에서 일하던 아트 프라이는 주일을 맞아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실수로 들고 있던 성경책을 바닥에 떨어뜨렸는데, 책갈피 사이에 끼워뒀던 쪽지들이 바닥에 흩어졌습니다. 프라이는 쪽지들을 주우면서 문득 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 쪽지들이 약간의 접착성만 있다면 이렇게 쉽게 떨어지지는 않을 텐데?’
순간 프라이는 오래 전 회사에서 실패한 ‘풀 아닌 풀’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이튿날 회사에 출근한 프라이는 5년 전에 나온 실패한 풀을 이용해 제품을 만들어볼 것을 건의했습니다. 반응은 시원치 않았습니다. 프라이는 포기하지 않고 직접 쪽지에 실패한 풀을 발라 ‘끈적이는 종이’를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포스트잇(Post-it)’이라고 이름을 붙여 문구시장에 선을 보였습니다.

 
실수에서 비롯된 위대한 발명
처음에는 아무도 포스트잇을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프라이는 포기하지 않고 큰 회사에 포스트잇 견본을 무료로 보내주어 사용하도록 부탁했습니다. 성과는 한 달을 넘기지 않고 나타났습니다. 제품을 써본 회사에서 주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붙였다 떼어내도 흔적이 남지 않고 몇 번을 사용해도 같은 효과를 갖고 있는 매력적인 끈적종이’가 마침내 빛을 본 것입니다. 그 뒤로 미국은 물론 캐나다와 유럽 전역에서 주문이 쏟아져 들어왔습니다. 포스트잇의 인기는 폭발적이었고 3M 사는 세계적인 대기업이 되었습니다. 실수로 만들어진 접착제가 회사의 이름을 높이는 데 일등 공신이 된 것입니다.
 
언제나 깊고 새롭게 생각하기를
만약 실버 박사가 ‘접착제는 한번 붙이면 절대로 떨어져선 안 된다. 잘 붙지 않고 떨어지는 접착제는 불량품이다’ 하는 생각을 고집하고 실패한 풀을 버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우리는 여전히 책갈피에서 쉽게 떨어져 나간 쪽지를 찾아 헤매거나, 메모지를 테이프로 일일이 붙이는 수고를 되풀이하고 있을 것입니다.
<키즈마인드> 독자 여러분! 생각의 전환, 즉 돌려서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겠지요? 여러분도 굳어진 생각을 고집하지 말고 언제나 깊게 생각하고 새롭게 생각하는 어린이가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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