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님의 요술거울
임금님의 요술거울
  • 키즈마인드
  • 승인 2014.12.03 15: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나라에 젊은 왕이 있었습니다. 백성들은 왕이 얼른 결혼하여 훌륭한 왕비와 함께 나라를 아름답게 다스리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왕은 어떤 여자를 왕비로 맞아야 할지 몰라 고민이었습니다.
하루는 왕이 이발을 하다가 한숨을 쉬자 이발사가 물었습니다.
“임금님은 어떤 아가씨를 왕비로 맞고 싶으십니까?”
“이 나라를 아름답게 이끌어갈 수 있는 마음이 맑고 깨끗한 여자라면 좋겠어.” 
“아,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시지요.”
이발사는 왕의 귀에 대고 소곤소곤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발사의 말을 들은 왕은 무릎을 치며 기뻐했습니다.
마침내 왕이 결혼할 아가씨를 찾는다는 소문이 나라 안에 쫙 퍼졌습니다. 신하들은 혹시나 자기들의 딸이 왕이 찾는 아가씨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한껏 들떴습니다. 신하들이 이발사를 불러 물었습니다.
“드디어 임금님이 결혼을 결심하셨다지?”
“네, 맞습니다. 제가 임금님의 수염을 손질해 드릴 때 좋은 아가씨를 찾아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 임금님은 대체 어떤 아가씨를 왕비로 맞이하고 싶어 하시는가?”
“물론 용모가 아름다운 아가씨겠지?”
“아닐세. 지혜와 교양을 두루 갖춘 아가씨일 거야.”
신하들은 저마다 자신의 딸을 떠올리며 한마디씩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이발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임금님은 마음이 맑고 깨끗한 아가씨를 찾고 계십니다.”
“뭐라고? 마음이 맑고 깨끗한 사람?”
신하들이 놀라서 물었습니다. 그리고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마음이 맑고 깨끗한 사람을 어떻게 알아볼 수 있단 말인가?”
“걱정 마세요. 임금님께는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요술거울이 있거든요.”
“요술거울이라고? 그게 무슨 말인가?”
이발사는 한참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 요술거울은 누구든 거울을 비춰보는 순간, 마음 상태가 나타난답니다. 아무 잘못한 것이 없는 사람이 거울 앞에 서면 그 사람 그대로 비치지만, 만약 나쁜 짓을 한 것이 있거나 마음속에 죄를 숨기고 있으면 거울에 죄가 비쳐서 나타난단 말입니다. 임금님은 그 거울에 비춰보아서 아무런 잘못이 나타나지 않는 아가씨를 아내로 맞겠다고 하셨습니다.”
신하들은 믿기 어렵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말했습니다.
“흥, 세상에 그런 거울이 어디 있단 말인가? 말도 안 돼.”
“그러게 이발사가 허풍이 심하군.”
이발사가 신하들에게 작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럼 그 거울 앞에 한 번 서 보실래요?”
“허엄, 험!”
신하들은 갑자기 헛기침을 하며 딴전을 피우더니 이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요술거울에 대한 소문은 궁전 밖까지 퍼졌습니다. 여러 날이 지났지만 임금님의 요술거울에 모습을 비춰보겠다고 찾아오는 아가씨는 없었습니다. 왕은 아침마다 수염을 다듬어 주는 이발사에게 물었습니다.
“아직도 왕비가 되고자 나서는 아가씨가 없나?”
“네. 아직 없습니다.”
“좀 더 기다려 봐야겠군.”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거울에 비춰보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하루는 이발사가 말했습니다.
“임금님, 제가 마을마다 다니며 거울에 자신을 비춰볼 만한 사람을 찾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혹시 시골에 사는 아가씨들 중에는 나설 사람이 있을지 모르니까요.”
“좋다, 다녀오너라. 시골 처녀라 할지라도 거울 앞에 설 수 있는 마음이라면 기꺼이 왕비로 맞이하겠다.”
이발사는 말을 타고 이 마을 저 마을로 다니며 임금님이 왕비 감을 고르는 기준을 설명하고 거울 앞에 서보기를 권했습니다. 그러나 하나같이 거울을 들여다보는 것을 두려워하며 한사코 거절했습니다.
어느 날, 이발사는 어느 산골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양을 치고 있는 한 아가씨를 만났습니다. 그 아가씨는 여기저기 기운 낡은 옷을 입고 양을 돌보고 있었는데, 얼굴 표정이 워낙 밝고 환하여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발사가 양치기 아가씨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저, 실례지만 제가 너무 지쳐서 그러는데요, 물과 빵을 나눠줄 수 있을까요?”
“아, 네. 제 물과 빵을 드세요.”
양치기 아가씨는 물과 빵을 내밀었습니다.
이발사는 물과 빵을 다 먹고 난 뒤, 그 마을에 찾아온 이유를 말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양치기 아가씨에게 임금님의 거울 앞에 서 볼 것을 권했습니다.
“그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양치기가 왕비가 되는 건 당치 않아요.”
“그런 걱정은 말고 나와 함께 궁전에 가서 요술거울 앞에 서 보겠소?”
“네, 거울을 보는 것은 두렵지 않아요.”
이발사는 양치기 아가씨를 말에 태우고 궁전으로 돌아왔습니다.
 
궁전에 다다르자, 시녀들이 양치기 아가씨를 맞이하여 목욕을 시키고 예쁘게 단장해 주었습니다. 이발사는 양치기 아가씨를 왕 앞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소문을 듣고 사람들도 몰려왔습니다. 왕이 양치기 아가씨에게 물었습니다.
“이 요술거울 앞에 서는 것이 두렵지 않소?”
“저는 여태 시골에서 양을 돌보며 살았습니다. 저는 부족하지만 감사하는 법을 배웠고 가난하지만 만족하는 마음을 배웠습니다.
제 모습이 형편없고 부족할지라도 제 모습 그대로 거울 앞에 서서 임금님의 판결을 받고 싶습니다.”
양치기 아가씨는 이발사의 손에 이끌려 요술거울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거울 앞에 섰습니다. 그러자 거울 속에는 아름다운 양치기 아가씨의 모습이 비쳤습니다. 모두들 동그래진 눈으로 감탄했습니다.
“아니, 아가씨의 모습만 비치잖아!”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는 걸 보니 정말 마음이 맑고 깨끗한 아가씨로군.”
젊은 왕은 양치기 아가씨에게 정중하게 청혼을 했고, 며칠 뒤 양치기 아가씨는 왕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이발사는 먼발치에서 두 사람의 결혼식 장면을 행복한 얼굴로 바라보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임금님의 요술거울이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왕과 사람들을 속이지 않고 자기 모습 그대로 나올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을 가진 아가씨를 찾기 위해 이발사와 왕이 꾸며낸 이야기였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