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섬의 유혹
아름다운 섬의 유혹
  • 원작/탈무드
  • 승인 2015.06.1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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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배가 정박해 있는 항구에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 있었습니다. 바다를 건너 먼 나라로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제 곧 배가 출발합니다. 어서 배에 타십시오!”
선장의 말에 사람들은 서둘러 배에 올랐습니다.
배는 넓고 푸른 바다를 향해 움직였습니다.
“배가 물살을 가르고 달리는 것은 신나는 일이지요.”
“정말 멋진 여행이에요.”
사람들은 바다를 바라보며 한마디씩 했습니다.
얼마 뒤, 배는 바다 한가운데에 왔습니다. 이때 갑자기 세찬 바람과 거센 파도가 몰려왔습니다.
“배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어요!”
“이러다가 모두 죽는 거 아니에요?”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모두들 진정하십시오. 바다에서는 늘 있는 일입니다. 곧 파도가 멈출 테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선장은 사람들을 안심시켰습니다.
다음 날 아침, 바다는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배는 부지런히 달려 한 섬에 도착했습니다.
“자, 이곳에서 잠시 쉬어 가겠습니다.”
선장은 배를 섬에 대고 닻을 내렸습니다.
섬 가장자리의 해변에는 예쁜 꽃이 만발한 나무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먹음직스러운 과일도 주렁주렁 열려 있었습니다. 새들도 명랑하게 지저귀고 있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섬이군요. 우리 잠깐 내려서 둘러보고 올까요?”
“안 돼요. 어떤 섬인 줄도 모르고 무작정 들어가는 건 위험해요.”
“맞아요. 그리고 선장님이 잠시 쉬었다 가겠다고 했으니 곧 출발할지도 모르잖아요.”
첫 번째 무리에 모여 있는 사람들이 말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 향기로운 꽃향기를 맡고도 배 안에 있겠단 말인가요?
“맞아요. 잠시 내려서 저 나무 그늘에 앉아 편히 쉬었다 갑시다.”
“어서들 내립시다. 이러다 섬에 있는 시간만 짧아지겠소.”
그 말을 듣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름다운 섬에 내렸습니다.
 
 배에서 내린 사람들은 해변을 산책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땅에 누워
편히 쉬기도 했습니다. 얼마쯤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제 그만 돌아가요. 이러다 늦겠어요.”
“그래요. 서두릅시다.”
두 번째 무리의 사람들이 급히 배에 올랐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섬을 남기고 간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에요.”
“맞아요. 조금만 더 있다 갑시다.”
세 번째 무리의 사람들은 늑장을 부렸습니다.
배가 다시 출발할 시간이 되자 선장은 배에 탄 손님들을 일일이 확인했습니다.
“이런,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승객들이 있군 그래.”
선장은 배의 맨 꼭대기에 올라서서 섬을 향해 손짓을 하며 소리쳤습니다.
“어서 타세요. 배가 곧 출발합니다!”
“안 돼요! 우리를 태우고 가야죠.”
선장의 손짓을 본 사람들이 허둥지둥 뛰어왔습니다. 세 번째 무리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갑자기 서두르는 바람에 어떤 사람은 가방을 놓고 오고 또 어떤 사람들은 신발이 벗겨지기도 했습니다. 겨우 배에 오르긴 했지만 뒤늦게 배에 올라 좋은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선장님, 아직 배에 타지 않은 사람들이 있어요.”
“압니다. 하지만 더 이상 머무를 수 없습니다. 배는 약속된 시간에 도착해야 합니다.”
선장의 말에 손님들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보게, 배가 닻을 올리고 있네. 이제 배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나?”
“무슨 소리야? 아직 돛을 달지 않았으니 더 있어도 돼.”
“설마 선장과 사람들이 우리를 두고 가겠어?”
네 번째 무리의 사람들은 느긋한 마음으로 섬을 조금 더 둘러보았습니다.
“아니, 이런! 배가 출발하네!”
네 번째 무리의 사람들은 그제야 허둥지둥 배를 향해 달렸습니다.
“잠깐, 우리도 타야하오!”
사람들은 뱃전을 붙잡고 겨우 올라탔습니다. 네 번째 무리의 사람들은 무리하게 배에 오르느라 바위나 뱃전에 부딪혀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러게 서둘러 왔어야지요? 죄송하지만 이 배에는 상처에 바를 약이 많지 않아요.”
선장은 사람들의 손을 잡아 주며 말했습니다.
사람들의 상처는 항해가 끝나도록 낫지 않았습니다.
 
배는 점점 아름다운 섬에서 멀어졌습니다. 배가 떠나는데도 천하태평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바로 다섯 번째 무리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배가 떠날 때 울리는 뱃고동 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 중 한 사람이 바다 한가운데로 나간 배를 발견했습니다.
“저기 좀 봐요! 배가 벌써 저만치 갔어요.”
“뭐 어때? 이곳에서 살면 되지. 나는 늘 이렇게 아름다운 섬을 꿈꿔 왔다고.”
“맞아요. 따스한 햇살과 부드러운 모래가 정말 좋아요.”
“우리 섬 가운데로 좀 더 들어가 볼까요?”
그렇게 섬에 끝까지 남아 있던 다섯 번째 무리의 사람들은 섬을 구경하기 바빴습니다.
그때 한 사람이 숲 속을 가리키며 소리쳤습니다.
“저, 저것 봐요! 저게 도대체 뭐지요?”
“글쎄요, 뭐가 움직인 것 같기도 한데…….”
“아, 아니! 저, 저건…….”
사람들은 그만 숲 속의 맹수에게 잡아먹히고 말았습니다. 아름다운 섬 가운데에는 사나운 짐승들이 살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섬에 살아남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리고 아름다운 섬은 지금도 또 다른 배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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