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의심지수'가 낮아지고 '믿음지수'가 높아져서
우리 모두 '의심지수'가 낮아지고 '믿음지수'가 높아져서
  • 박옥수(기쁜소식강남교회 목사)
  • 승인 2015.09.0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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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걸어가려고 하는 마음이 생기고, 걸어갈 수 있었을까?
요한복음 5장에 38년 된 병자가 나은 이야기가 나온다. 예수님께서 그에게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하시니 “곧 나아서 자리를 들고 걸어가니라.”라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하나님의 말씀이 우리 생각에 맞을 때는 우리가 따라 하기 쉽다. 그런데 38년 된 병자는 자기 병이 중하여 걸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아는데도 어떻게 걸어가려고 하는 마음이 생겼고, 걸어갈 수 있었을까?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이 병자처럼 38년 동안 병을 앓지 않았지만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걸어가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보며, 성경에는 그냥 “곧 나아서 자리를 들고 걸어가니라.”라고 기록되어 있지만, 38년 된 병자가 놀라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우리 형제 자매들도 우리 보기에 어떠하든지 예수님의 말씀만 믿고 따라가는 사람이 된다면 예수님이 우리 속에서 일하시기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해보았다.

믿는 마음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손자들이 여름방학을 맞아 할아버지를 찾아왔지만 함께할 시간이 별로 없었다. 내가 아침 7시 반에 집을 나와 밤 10시 반에서 11시 즈음에 들어가기 때문에, 주로 자고 있는 모습만 보았다. 하루는 특별히 시간을 내어 손자들과 함께 참외밭에 일을 하러 갔다. 성주에 참외 농장을 하는 형제가 있어서, 형제에게 내가 손자들과 함께 그곳에 가면 할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형제가 참외 따는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일은 어린 손자들도 할 수 있다고 생각되어 전날 저녁에 아이들을 데리고 그 집에 가서 자고,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참외 농장에 가서 참외를 따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렵고 고생스런 일을 경험하게 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침 8시 반이 되자 형제가 일을 그만하자고 했다. 해가 뜨면서 비닐하우스 안이 너무 더워, 그 시간이 되면 비닐하우스 안에서는 일하지 않는다고 했다. 참외 따는 일을 마치고 딴 참외들을 모아 큰 탱크에 넣었다. 그곳에서 참외가 씻어져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지나가면서 크기에 따라 분류되어, 포장만 하면 작업이 끝나는 것이다. 손자들이 참외 따는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으리라 생각되었다.
 손자들과 함께 참외를 따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보니, 자기 부모나 할아버지나 할머니를 믿는 마음이 보통 아이들에게서 볼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내가 농담을 해도 전혀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주위 사람들을 믿는 마음도 컸다. 아이들이 어릴 때 가진 이 ‘믿는 마음’을 장성해서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세상을 살아가면서 사람을 믿었다가 속기도 하고 낭패를 당하기도 하면서 믿는 마음이 불신으로 변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우리 손자들 속에 있는 가족을 믿는 마음, 주변 사람을 믿는 마음, 하나님을 믿는 마음, 이런 마음들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모른다. 나도 사람을 잘 믿지 못하지만, 예수님을 믿은 후로는 교회 형제 자매들을 믿는 마음이 많이 커졌다. 믿었다가 때로 손해를 보거나 어려움을 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서로 믿고 산다는 것만큼 평안하고 좋은 것이 없다.

‘믿음지수’가 낮아지고 ‘의심지수’가 높아지면
오래 전에, 성대에 팥알 만한 혹이 세 개 있어서 목소리의 떨림을 방해해 수술을 받았다. 그때 혈압이 조금 높아 마취과 의사선생님이 혈압을 낮추는 약을 주어 이틀간 먹었다. 이틀 후 수술을 받으려고 가니, 마취과 의사선생님이 “목사님, 혈압을 잘 잡으셨네요.”라고 했다. 혈압이 정상이 된 것이다. “의사선생님이 잡으셨지요. 저야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약만 먹었는데요.” 그 후로도 혈압이 계속 정상으로 유지되어 ‘하나님이 내 혈압을 잡아 주셨구나!’ 하는 마음을 가졌다.
 사람들이 혈압이나 헤모글로빈 수치는 기계가 있어서 잘 잰다. “혈압이 높습니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습니다.” “피가 모자랍니다.” 그런데 마음에 있는 ‘의심지수’나 ‘믿음지수’는, 재는 기계도 없고 기준도 없고 단위도 없다. 혈압이나 헤모글로빈이나 체온 등이 정상에서 벗어나면 몸에 악영향을 준다. 그런데 마음에 믿음지수가 낮아지고 의심지수가 높아지면, 말할 수 없는 불행을 가져온다.
 믿을 만한 어른들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사람을 믿고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한다. 그런데 부모의 따뜻한 돌봄 없이 자란 사람들, 주위에서 자신을 위해 희생하거나 도와 주는 사람 없이 자란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을 의심한다. 의심지수가 높아지고 믿음지수가 낮아져 있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이 결혼했을 때 남편이나 아내를 믿는 마음이 많이 떨어지기에 별 다른 이유가 없는데도 남편이나 아내를 의심한다. 그로 말미암아 일어나는 문제들이 정말 크다. 자기만 믿는 사람, 자기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은 말은 주고받지만 마음이 흐르지 않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시험에 들거나 죄에 빠지거나 교회를 떠나는 것은…
주님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하나님을 믿는 마음이 없을 때 하나님은 우리 속에서 일하실 수 없다. 우리가 성경을 읽고 예수님을 가까이 대할수록, 예수님의 사랑을 느낄수록 마음에 믿음지수가 높아지고 의심지수가 낮아진다. 반대로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지 않고 자기 생각대로 할수록 의심지수가 높아지고 믿음지수는 떨어진다.
 구원받으면 마음이 평안해진다. 예수님께서 마음에서 의심을 몰아내고 믿음을 채우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믿음지수가 높아지면 하나님의 역사가 일어난다. 교회에서 시험에 들거나 죄에 빠지거나 교회를 떠나는 것은, 대부분 의심지수가 높고 믿음지수가 낮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들은 하나님도 못 믿고, 교회도 못 믿고, 하나님의 종도 못 믿고 자기 생각만 믿기 때문에 그 삶이 고통스럽고, 주변 사람도 고통스럽게 만든다.
우리 안에 내가 잘났다는 마음, 나를 믿는 마음이 클수록 남을 믿기 어렵고, 하나님을 믿기도 어렵다. 내가 못나고 형편없고 더러워서 믿을 수 없는 사람인 것을 발견할 때 하나님을 믿는 마음이 커진다.

‘나는 걸어갈 수 없다’는 생각을 쉽게 떨쳐버리고
38년 된 병자가 오랜 세월 병을 앓으며 무슨 생각을 했겠는가? 자신의 연약함을 한없이 느끼고, 추함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함을 느꼈을 것이다. ‘내가 잘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똑똑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무얼 해도 잘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는 자신의 무능함을 충분히 배웠다. 그래서 예수님이 “네 자리를 들고 걸어가라.” 하셨을 때, ‘나는 다리가 다 말라서 못 걸어가는데…’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 생각을 버릴 수 있었다. 자신이 너무 형편없어서 자신을 믿지 않기에 ‘나는 걸어갈 수 없다’는 생각을 쉽게 떨쳐버리고 예수님의 말씀을 좇아 걸어갈 수 있었다.
 하루는 어느 형제가 나에게 전화를 했다.
 “목사님, 저는 마음이 잘 안 꺾입니다.”
 “그렇지요. 다 그래요. 그런데 38년 된 병자가 도저히 걸을 수 없는데 걸어가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어떻게 순종할 수 있었겠어요? 어려움을 겪으면서 무익함을 느끼고 옳은 것이 하나도 없으니까 주님의 말씀을 따를 수 있었지요.”
 옳고 잘난 사람이라면 누가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해도 따르지 않을 뿐 아니라, 예수님의 말씀도 따르지 않는다. 자기 생각만 믿고 사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 마음에서 의심지수를 낮추고 믿음지수를 높이기 위하여 우리에게 많은 일을 하신다. 우리 연약함을 보여 주시고, 추함과 더러움을 보여 주시며, 어리석음을 보여 주신다. 그래서 자신이 정말 못났기에 자기 마음을 따라가지 않고 주님의 말씀을 따를 수 있게 하신다. 우리가 내 생각보다 주님의 생각이 옳기 때문에 내 생각을 버리고 주님의 말씀을 좇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38년 동안 고난을 당한 것처럼 마음을 낮추고
38년 된 병자는 그냥 자리를 들고 걸어간 것이 아니다. 우리도 38년 된 병자처럼 38년 동안 병 속에 있다면, 우리를 믿는 마음이 다 무너지고 예수님의 말씀을 따르는 믿음지수가 높아질 것이다. 성경을 아는 사람들은, 38년 동안 병이 들지 않았지만 성경에서 자신을 발견한다. 자신이 38년 된 병자와 다를 바 없음을 알고, 38년 동안 고난을 당한 것처럼 마음을 낮추고 예수님의 말씀을 믿는다. 그때 38년 된 병자에게 일어났던 역사가 우리에게 일어나고, 하나님이 우리를 통해 영광을 받으신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부족함을 보여 주셔서 나보다 남을 믿고,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되게 하신다. 우리 모두 의심지수가 낮아지고 믿음지수가 높아져서 평안한 가운데 주님을 섬기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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