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모습과 상관없이 일 하시는 하나님-이원본 자매
[미국] 내 모습과 상관없이 일 하시는 하나님-이원본 자매
  • 북미 칸타타 투어
  • 승인 2015.09.19 0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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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도시, 워싱턴D.C.

3일만 있으면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 D.C.에서 사상 처음으로 크리스마스 칸타타가 열린다. 예년에 미주 칸타타 투어 소식을 들을 때 눈물이 나도록 감사한 마음이 들었지만 막상 우리 교회에서 칸타타를 한다고 결정이 나니 그 은혜로운 칸타타가 마치 넘지 못할 큰 산처럼 느껴졌던 게 생각이 난다. 나에게 칸타타의 스폰서십 받는 일이 맡겨졌을 때도 육신에서 일어나는 생각은 온통 피하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사람들을 만나 뭔가 부탁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또 매일 외부로 돌아다니는 일을 견딜만한 체력이 될지도 자신이 없었다.

그 때쯤 목사님께서는 몇 번씩이나 누가복음 19장 주의 한 므나에 대한 말씀을 전해주시고 그 말씀으로 교제를 해주셨다. 주인이 먼 나라로 가기 전에 종 열명에게 한 므나씩을 주며 돌아오기까지 장사하라는 말을 남기고 떠난다. 주인의 말씀을 받아 장사한 첫번째 종은 한 므나로 열 므나를 남겨서 열 고을의 권세를 얻게 되고 두 번째 종 또한 다섯 므나를 남겨서 다섯 고을을 차지한다. 주인의 마음은 열 고을의 권세를 종들에게 주시고 싶으신 것에, 어떻게 해서든 종들에게 은혜를 베풀어 주고 싶은 것에 있다. 그 주인의 마음을 정확하게 발견하면 우리는 어떤 부담도 이길 수 있고 하나님 보시기에 가장 복된 주인이 준비한 즐거움에 참예할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그제서야 스폽서십을 하라고 하신 목사님의 말씀 안에 우리를 도울 자들이 이미 준비되어 있고 그 목사님의 마음을 따라가면 하나님이 준비하신 은혜와 만나게 되리라는 믿음이 강하게 올라왔다. 물론 여전히 부담스러운 일 앞에 일차적으로 내 한계와 능력으로 샘을 하는게 내 모습이고 매일 아침에 나갈 때는 여전히 막막하기도 했지만 종의 말씀이 우리로 하여금 장사하게 하였고 매 번 일을 마치고 교회로 돌아올 때는 하나님이 주신 간증이 없는 날이 없었다. 프로그램 북을 제작할 비용이나 뽑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들도 막상 일이 시작되니 끊임없이 보내주시는 하나님의 돕는 손길 앞에 어느새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대신 하나님만 의지하는 마음으로 엎드려 기도하게 하였다.

하루는 병원에 도네이션을 나갔던 학생들이 의사의 명함을 핸드폰으로 보내주는 일이 있었다. 학생들은 그냥 도네이션만 받고 돌아가기 위해 몇 십분이나 의사를 기다렸지만 진료를 끝내고 나온 의사는 도네이션보다 스폰서십에 관심을 보이면서 그쪽에서 먼저 스폰서가 필요하지 않냐고 하며 우리와 만나기를 원했고 스폰서도 연결이 되었다. 두 번째 방문까지 우리 얘기에 귀기울이지도 않고 몹시 냉랭했기에 포기하다시피 떨어진 부스러기라도 주우려고 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에서는 돌연 오너의 마음을 활짝 열어주셔서 흔쾌히 후원을 하겠다고 나서서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하였다.

하루는 도네이션팀에서 어떤 식료품 가게에서 도네이션을 받고 명함을 받아왔길래 감사 전화를 드리면서 이번에는 음식 도네이션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게 됐다. 전화를 하면서도 참 뻔뻔하다는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어차피 하나님이 받게 하시면 한 번 받은 거와 상관없이 또 받게 하시겠다는 믿음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쪽에서도 재차 도네이션을 요구하는 것에 의아해 했지만 크리스마스 칸타타의 취지와 IYF의 활동내역을 차분히 설명드리자 결국에는 한 번 찾아와 보라고 허락하셨다. 다음 날 바로 찾아 뵙고 우리에게 필요한 도네이션 품목을 보여드리니 사장님께서는 비즈니스가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하시면서도 벤 뒷자리가 가득하게 싱싱한 과일이며 채소며 쌀과 고기를 박스채 실어주셨다. 또한 이른 아침 입고 주문을 넣기 전에 알았다고 재고를 확보해서 더 많이 도와줄 수 있었다면서 더 도움이 못 되는 것을 아쉬워하시고는 도네이션 리스트에 없던 과일까지도 마음껏 챙겨주셨다.

어느 날은 일주일 간의 업무 공백이 생긴 집사님과 예전에 일하시던 디씨의 음식 마켓에 함께 방문하게 됐다. 홀세일 마켓이니까 광고가 별로 필요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에 다들 그냥 한 번 가서 얘기나 꺼내보자는 마음으로 별 기대도 없이 갔다. 하나님은 그 곳에서도 여실히 우리의 생각 밖에서 일하셨고 이틀 만에 네 군데의 스폰서십을 너무도 쉽게 받게 하셨다. 우리가 이 일을 하는데 설명을 많이 한 것도 아니고 말을 유창하게 한 것도 아니었다.

   
▲ 물질과 음식 도네이션을 아낌없이 지원해주셨던 디씨의 식료품 가게

칸타타 일을 하면서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진짜 이 일이 우리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큰 뜻 앞에 우리로 말미암아 영향이 미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하나님께서 은혜 입히시기를 원하시기 때문에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우리가 이 영광스런 주의 일에 쓰임 받을 뿐이다. 누가복음에서도 종이 어떠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장사를 하는 것은 종과는 아무 관련이 없고 오로지 주의 한 므나의 능력으로 장사가 되어 남게 하는 것이다. 우리가 받은 이 귀한 구원 안에 이미 모든 하나님의 은혜와 능력이 들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칸타타를 준비하면서 우리가 뭔가 일을 하고 바쁘게 뛰어다닌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 뒤돌아 보면 우리가 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마음이 든다. 홀로 주님만 신실하게 일을 하신 것을 분명히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내 근본은 복음의 일에 합당치 않은 자이지만 종의 음성이 나를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이 큰 잔치에 함께 참예할 수 있게 해주신 것이다. 나의 어떠함과 상관없이 은혜로 나를 그 복된 자리로 이끌어주신 교회와 하나님 종 앞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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