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무너뜨리시고 믿음을 가르치신 하나님
나를 무너뜨리시고 믿음을 가르치신 하나님
  • 이정도(코트디부아르 아비장교회 선교사)
  • 승인 2016.01.2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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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수기 2

 

 

‘구원받은 후 하나님의 대적이 되어 10년을 살았구나!’
1996년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신학교에 입학할 준비를 하며 지내고 있는데, 형(부다페스트교회 이대도 선교사)이 헝가리 선교사로 파송 받아 가게 되었다며 당분간 아이들을 돌봐달라고 했다. 조카들을 보살펴야 해서 신학교는 없던 일이 돼버렸고, 다시 직장을 잡아 일해야 했다. ‘하나님이 내가 복음 전도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으시나 보다’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1년쯤 지났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버지께 복음을 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체 내가 뭘 하는 거지? 누구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전도자가 되려는 거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마음을 다 쏟아 복음을 전해도 구원받고 교회에 머무는 사람이 없었고, 하는 일마다 문제가 생겨서 너무 힘들었다. 하나님이 나를 저주하시는 것 같아 교회에 있는 것도, 복음을 위해 살겠다고 버티는 것도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하나님, 당신이 원치 않으시면 나가야죠! 나가면 될 것 아닙니까!” 구원받은 지 10년이 되던 1997년 12월에 하나님을 원망하며 교회를 떠났다.
 신앙은 실패했지만 인생마저 실패로 끝낼 수는 없었다. 사촌 형이 운영하는 옷 가게에서 일하면서 건축가가 되기 위해 준비했다. CAD자격증을 따기 위해 학원에 다녔고, 영어 공부도 열심히 했다. 사촌 형의 옷 가게를 관리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가씨들이 주 고객인 곳이어서 유혹받는 일이 많았다. 교회를 떠나 있었지만 내 마음에 계신 성령이 나를 붙잡아 주셔서 죄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갈수록 힘든 일들을 골라 했고, 밤에는 대학 입학시험을 준비하면서 바쁘게 살았다. 교회를 떠날 때 내가 이루어야 할 몇 가지 목표를 노트에 적었는데, 1년이 지난 후 돌아보니 모두 이루어져 있었다. 국립대학 건축학과에 합격해서 등록금까지 냈고, 작은 사업을 할 수 있는 자금도 모았다.
 1998년 겨울수양회가 시작될 무렵 어머니가 “네가 수양회에 가지 않으면 죽겠다”고 하셨다. 어머니는 한다면 하시는 분이었기에 할 수 없이 수양회에 참석했다. 심신이 지쳐 있던 터라 복음반에서 잠만 잤다. 사흘을 자고 나니 더 이상 잠이 오지 않고, 말씀이 조금씩 들려왔다. “베드로가 대답하여 가로되 ‘주여, 만일 주시어든 나를 명하사 물 위로 오라 하소서’ 한대”(마 14:28) 물 위를 걷는 베드로의 이야기였다. ‘베드로 외에는 세상의 그 누구도 물 위를 걸어보지 못했다. 믿음으로 놀라운 경험을 한 베드로가 왜 물에 빠졌을까? 물 위를 걷는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을 보며 무서워하는 베드로에게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믿음이 적은 자여, 왜 의심하였느냐?”
 사무엘상 13장에 사울이 전쟁하러 오는 블레셋을 두려워해 선지자 사무엘을 기다리지 못하고 번제를 드린 이야기가 나온다. 사울이 왜 두려움에 빠졌을까? 무엇이 사울로 하여금 두려움에 잡히게 했을까? 원인은 사울 자신에게 있었다. 너무 커져버린 사울. 자신이 커지면 자신의 세계가 형성되고, 사람들은 그 자기 세계 안에서 두려워한다. 자기 세계 안에서는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 생기거나 자랄 수 없고, 자신이 갖춘 조건과 능력에 따라 자신감을 가지거나 두려움을 느끼거나 한다. 베드로의 의심과 두려움 역시 세워진 자기 세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말씀을 들으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언제 내가 커져버린 걸까?’ 대덕수양관 건축 현장에서 봉사하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아팠던 허리가 나았는데, 하나님과 교회가 세워져야 할 자리에 내가 세워졌다. 은혜로 모든 것을 받았음에도 스스로 믿음 있는 자라고 생각했고, 나보다 하나님을 더 사랑하는 사람은 없다는 마음으로 살았다. 내가 세워진 후 내 생각이 진리처럼 느껴져서 모든 결정을, 심지어 교회를 떠날 결정도 했던 것이다. 끊임없이 올라오는 내 생각에서 헤어날 수 없었는데, 하나님은 그런 나를 무너뜨리길 원하셨다. 내 세계 안에서는 하나님을 만날 수도, 믿음을 가질 수도 없기 때문이다. 나를 세우며 산 죄가 드러나니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구원받은 후 하나님의 대적이 되어 10년의 세월을 살았구나!’ 말라기 1장에 나오는 에돔의 모습이 내 모습이었다. 하나님이 내가 세워 놓은 모든 것을 철저하게 무너뜨리겠다고 하셨다.
 겨울이어서 모자가 달린 점퍼를 입고 있었는데, 모자에 머리를 묻고 한없이 울었다. 수양회가 끝난 후 교회로 돌아가서 목사님께 내 마음을 이야기하고 상담을 나누었다. 대학 입학을 포기하고 한 달 가까이 성경과 설교 테이프에 빠져 살았다.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새롭게 와 닿았고, 행복했다.

“네 아내 데려오기를 무서워 말라.”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목사님이 내게 좋아하는 여성상에 대해 물으시고는 내 대답을 듣더니 매우 걱정스러워하셨다. “내일 부산대연교회에 가서 선을 봐야 하는데, 소개해 줄 자매가 네 이상형과는 사뭇 다르다”고 하셨다. 그날 성경을 읽는데 마태복음 1장 20절이 눈에 들어왔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네 아내 마리아 데려오기를 무서워 말라…” ‘도대체 어떤 자매이기에 사람들이 나를 염려해 주기까지 하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부산대연교회로 갔다.
 맞선 상대인 김숙희 자매는 상당히 교만하고 당돌했다. 자매의 태도에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결혼할 마음을 가지고 만났기 때문에 크게 요동되지는 않았다. 두 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뒤 헤어지려는데, 그토록 거만했던 자매가 버스 정류장까지 따라와서 두 손을 모으고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이렇게 말했다. “예쁘게 봐주세요.” 순간 내 마음에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거봐! 내가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지!” 선을 보고 얼마 후 김숙희 자매와 결혼해서 당시 부산대연교회에 있던 목회자 연수원에 청강생으로 들어갔다.
 아내가 임신하고 몇 달이 지났을 때 하루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말했다. “여보, 오늘 내가 하혈을 많이 했어. 이번이 세 번째야.” 우리 부부는 돈을 벌지 않고 연수원 청강생으로 지내고 있었기 때문에 물질적인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아내는 그동안 내색하지 않고 있다가 더 이상 숨길 수 없어서 이야기한 것이었다. 온 방을 뒤져서 진찰받을 만한 돈을 마련해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은 유산할 가능성이 있으니 바로 주사를 맞고 약을 먹은 뒤 잘 쉬어야 한다고 했다. 아내와 나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다음에 오겠다고 하고 병원을 나왔는데, 아내가 울면서 언니에게 전화해서 병원비를 빌리겠다고 했다. 아내는 6남매 중 막내였기에 문제가 생겼을 때 도와줄 오빠와 언니들이 있었다. 나는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당신은 좋겠다. 전화만 하면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는 이 세상 어디에도 단돈 천 원을 부탁할 데가 없어. 그래서 어제 밤새도록 성경을 읽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는데, 하나님이 우리 아이를 지켜주시겠다고 약속하셨어. 여보, 우리도 믿지 못하는 하나님을 누구에게 믿으라고 이야기하겠어. 나는 내게 말씀하신 하나님을 믿어. 당신이 나와 마음을 같이해 주었으면 해.” 아내는 내 마음을 이해해 주었고, 언니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병원에 다녀와서 겨울 수양회에 참석하고 돌아왔는데, 자매님 한 분이 아내에게 유산을 방지하는 효능이 있는 약이라며 한약 한 재를 주고 갔다. 자매님의 친정어머니와 이모가 동시에 약을 지어 보내는 바람에 한 재를 아내에게 주고 싶었던 것이다. 한약이 우리 아이를 지켜주었다고 믿지는 않는다. 그때 나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정도야, 나는 네가 이렇게 살기를 원해.” 그렇게 부산대연교회 연수원에서 청강생으로 몇 달을 지내다가 당시 대전 기쁜소식한밭교회에 있던 마하나임신학교에 입학했다.

기도 뒤에 항상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생겼다
마하나임신학교의 학생들은 목회자가 되기 전에 믿음으로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래서 생활비, 자녀 양육비 등 물질적인 부분에서부터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님께 기도해서 응답받아 살았다. 하나님만 의지해서 사는 법을 배우는 것이 신학교 과정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다.
 신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내가 출산하러 친정에 가야 했는데, 제대로 된 임신복 한 벌이 없었다. 임신복이 없어 끈으로 바지를 묶고 긴 티셔츠와 남방으로 배를 가리고 전도하러 다녔다. 그때 아는 사모님이 자신이 입었던 임신복을 아내에게 주었다. 정말 감사했다. 치수가 좀 작았지만 안감이 넉넉해서 고쳐 입기로 하고 수선을 맡겼다. 문제는, 임신복을 찾아올 돈이 없었다. 새벽에 예배당에 가서 기도했다. “하나님, 저는 가난에 익숙해서 없으면 없는 대로 사는 것이 불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제게 아내를 주셨는데, 지금까지 아내에게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제가 새 옷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입던 옷을 줄여서 주려는데, 그것도 안 됩니까?” 한참을 울면서 기도했다. 하나님이 내 옆에 계시는 것 같았다. 눈을 뜨면 하나님이 가 버리실까봐 눈을 감고 계속 기도하는데, 하나님이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정도야, 내가 들어줄게. 울지 마라.” “하나님, 정말이지요? 그러면 이제 울지 않겠습니다.” 새벽기도 모임을 마치고 성경을 읽었다. 마가복음 11장 24절 말씀이 다시 한 번 확신을 주었다. “…무엇이든지 기도하고 구하는 것은 받은 줄로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그대로 되리라.”
 방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말했다. “수선비 응답받았어.” “그래? 어디 있어?” “하나님이 조금 전에 하늘에서 돈을 던지셨어. 우리에게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조금 걸릴 뿐이야. 오늘 수선한 옷을 찾아올게.” 이야기를 마치고 아침을 먹으러 가는데, 신학교에서 함께 훈련받는 형제님 한 분이 나를 불렀다. 형제님은 내게 만 원을 건네면서 “이 형제, 어제 저녁에 우리 옷장을 정리하다가 이 돈을 발견했는데, 돈을 보자마자 자네 얼굴이 떠오르는 거야. 이 형제 돈 같으니 가져가.” 하나님이 주신 내 돈이 맞았다. 아내는 딱 맞게 수선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임신복을 입고 친정에 갔다.
 산후 조리를 마친 아내가 첫째 딸 도희와 함께 신학교로 돌아왔다. 감사하고 행복했다. 아이가 생기니 둘이 살 때와는 다르게 필요한 것들이 많았다. 기저귀와 분유를 사기 위해 늘 기도해야 했다. 하나님과 가까워질 수 있는 참 좋은 시간들이었다. 한번은 분유가 떨어져서 도희가 사흘 이상 보리차와 밥물을 먹어야 했다. 매일 있는 신학교 전도시간에 자매님들이 한 분씩 돌아가며 아이들을 돌보는데, 딸에게 분유를 먹이지 못하는 우리 사정이 입소문을 탔다. 저녁에 신학교 형제님 한 분이 우리를 찾아와서 돈을 건네며 말했다.
 “이 형제, 이야기 들었다. 이 돈으로 분유를 사라.”
 “형제님, 신학교 식비 냈습니까? 오늘 아침에 생활반장이 말했잖아요. 돈이 생기면 제일 먼저 식비부터 내라고요.”
 “아니. 아직….”
 “형제님, 그 돈은 제 돈이 아니에요. 하나님이 형제님을 통해서 제게 돈을 주실 것 같으면 식비와 분유값을 함께 주셨을 거예요. 식비 먼저 내세요.”
이번에는 재정반장이 나를 불렀다
“이 형제, 도희 얘기 들었어. 이 돈으로 분유를 사라. 나도 우리 아이를 위해 기도하는데, 하나님이 안 들어주실 때도 있더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하나님은 내가 기도할 때마다 들어주셨어. 고맙지만 이 돈을 받을 수 없어.”
 방을 나와서 나를 보니 너무 비참했다. 신학교 수업실에 내려가서 한참을 울면서 기도하는데,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내 자존심 때문에 도희가 굶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이 들어 혼돈스러웠지만 하나님이 나를 도우셨던 모든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렇게 밤을 새우고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방에 들어가 보니 도희 옆에 분유 한 통이 놓여 있었다. 조심스레 열어 보니 분유가 가득 차 있었다.
 아내는 분유가 생긴 사연을 설명했다. 교회의 어느 자매님이 선물받은 분유를 아이에게 먹였는데, 먹기만 하면 설사를 해서 책장에 놓아두고 있었다고 한다. 그날 새벽에 그 분유를 보면서 ‘교회에 누군가는 이 분유가 필요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분유를 가지고 교회에 왔고, 교회에 들어서자마자 내 아내를 만나 주고 갔던 것이다. 분유의 종류가 무척 많은데, 신기하게도 자매님이 준 분유는 내 딸 도희가 먹던 바로 그 분유였다. 우리 부부는 도희 덕택에 자주 울면서 기도했다. 그리고 기도 뒤에는 항상 진한 감동과 하나님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생겨서 정말 행복했다.

 

 

전분이 할머니
신학교 시절에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 있었다. 나를 통해서 구원받는 사람이 생기지 않는 것이었다. 하나님이 이 부분에도 역사하시고 은혜를 베푸셨다. 하루는 교회에서 지적 장애를 가진 한 청년과 신앙상담을 나눌 신학생을 찾았다. 나는 전도용 복음그림책을 들고 얼른 뛰어갔다. 물을 길으러 왔다가 교회에 들른 청년이었는데, 복음을 전하기가 쉽지 않았다. 청년은 교회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어머니와 살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청년의 집에 자주 찾아가 청년의 어머니 전분이 할머니에게 성경 말씀을 전했다.
 전분이 할머니는 곱고 정정하셨다. 불교를 믿었지만 마음을 열고 말씀을 잘 들으셨고, 마음속 이야기와 어려운 문제들도 털어놓으셨다. 젊어서 남편을 여읜 후 장애가 있는 아들을 기르며 어렵게 살아오셨는데, 당시 돈을 빌려주었던 사람과의 사이에 문제가 생겨서 고소하고 재판하는 상태였다. 나름대로 선하게 살아오신 분이었기 때문에 성경공부를 할수록 하나님의 말씀과 할머니의 생각 사이에 부딪힘이 생겼다. 인간의 악한 마음과 죄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싫어하며 다른 교회에 가겠다고 하셨다. 나는 할머니를 구원하기 위해 일해오신 하나님이 분명히 느껴져서 이렇게 말씀드렸다. “할머니, 할머니는 이번 재판에서 절대로 이기실 수 없어요. 하나님이 할머니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일하신 거예요.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하나님의 말씀을 믿는 걸 말해요. 복을 받기 위해 비는 건 하나님을 믿는 게 아니에요.” 
 “일을 행하는 여호와, 그것을 지어 성취하는 여호와…”(렘 33:2)라는 말씀처럼 하나님이 할머니에게 일하셨다. 재판에 지고 돌아와서 내 말에 귀를 기울이셨다. 재판의 항소심이 있는 날이 수양회 기간이었는데, 나는 할머니를 수양회에 초청했다. 할머니는 주일 예배 때 박옥수 목사님이 전하신 설교 말씀을 듣고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박 목사님이 오늘 나를 위해 말씀하셨어. 나사로가 묻혀 있는 무덤의 돌을 옮겨 놓으라고 하셨잖아. 바로 내 생각을 옮겨 놓으라는 말씀이야. 내일 수양회에 갈게.” 할머니는 수양회에서 복음을 듣고 구원받으셨다. 기뻐하시면서 “내가 제일 고마운 사람이 누군지 알아? 내 돈 떼먹으려고 한 그 아줌마야. 그 아줌마 때문에 내 악을 보게 되었어”라고 하셨다.
 수양회를 마치고 돌아간 그날 할머니가 전화하셨다.
 “우리가 수양회에 가던 날 법원에서 편지가 왔어. 재판 날짜가 이미 미루어져 있었던 거야.”
 “할머니, 아무것도 따로 준비하지 마시고 이전 서류 그대로 가지고 가세요. 재판에서 반드시 이깁니다!”
 할머니는 하나님의 은혜로 재판에서 이겼고, 교회 안에서 행복하게 신앙생활을 하다가 2010년에 돌아가셨다. 예배 때 앞에 나가서 구원받은 간증을 하시던 전분이 할머니를 떠올리면 감사하고 기쁘기만 하다.

첫 사역지, 기쁜소식진천교회
신학교를 졸업하고 기쁜소식진천교회 전도사로 파송받았다. 전도, 심방, 차량 운행뿐 아니라 형제 자매들의 농사일도 도우며 온 마음을 쏟고 살았다. 진천에 가서 처음 맞는 여름 수양회에 버스 한 대를 빌려 사람들을 꽉 채우고 갔다. 진천교회가 생긴 이후 처음 있는 일이어서 뿌듯했다.
 하지만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처럼 형제 자매들의 삶 속에 무슨 문제가 그리 많은지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한번은 어느 목사님이 문제에 빠져 있는 한 자매와 상담을 나눈 간증을 하셨는데, 목사님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못하고 나와 차 안에 들어가서 한참 동안 울었다. 내 마음 안에는 간증한 목사님과 달리 말씀이 없었다. 그랬기에 성도들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보이지만 그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없었다. 그냥 내 생각을 따라 이야기할 뿐이었다. ‘나’라는 세계 안에서 열심히 산 결과가 나 자신과 형제 자매들, 교회를 속이고 죽이는 것이었다. 출애굽기 17장 11절 말씀이 떠올랐다. “모세가 손을 들면 이스라엘이 이기고 손을 내리면 아말렉이 이기더니” 전쟁의 승패는 여호수아가 얼마나 열심히 싸우느냐에 달려 있지 않았다. 모세의 손에 달려 있었다. 여호수아는 단지 자신이 모세와 연결되어 있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것이었다. 하나님이 진천에서 교회를 이끌 힘도 능력도 지혜도 없는 내 모습을 보여주셨고, 다시 한 번 내 마음에 하나님의 종과 교회를 세워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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