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으로 채울까?
무엇으로 채울까?
  • 키즈마인드
  • 승인 2016.02.1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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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나라에 지혜로운 왕이 살았어요. 왕은 어느 아들에게 나라를 물려줘야 할지 고민이 깊었어요. 
“이 나라를 잘 이끌어 갈 왕자가 과연 누굴까?”
하루는 왕이 세 아들을 불러 말했어요.
“너희에게 과제를 내주마. 궁궐에는 빈 방이 세 개가 있다. 세 방은 모두 같은 크기이다. 그러니 각자 그 방을 채우도록 하라. 단, 오늘 저녁까지 무엇으로든 가득 채워야 한다.”
“예? 이 큰 방을 채우라고요?”
왕자들은 의아한 얼굴로 왕을 바라보았어요. 왕이 신하에게 명했어요.
“여봐라! 왕자들에게 각각 은화 다섯 닢을 주거라.”
세 왕자는 은화를 받아들고 심각한 표정으로 방을 둘러보았어요.
“겨우 이 돈으로 어떻게 이 큰 방을 채운담?”
첫째 왕자는 궁궐을 나와 넓은 들로 향했어요. 한참을 걷자 사탕무 농장이 나왔어요. 
“아니, 이 많은 찌꺼기를 언제 다 치운담.”
첫째 왕자가 소리 난 쪽으로 가보니, 사탕무 농장에서 일꾼들이 즙을 짜고 있었어요. 옆에는 즙을 짜고 난 사탕무 찌꺼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요.
‘옳거니! 바로 저거야!’
첫째 왕자는 신이 나서 일꾼들에게 물었어요.
“여기 있는 사탕무 찌꺼기는 버릴 것이오?”
“당연하죠. 이 찌꺼기를 어디에 쓰겠소.”
“그렇다면 내가 가져가도 되겠소?”
“마음대로 하시오.”
첫째 왕자는 쾌재를 부르며 사탕무 찌꺼기를 궁궐로 옮겼어요.
‘이 정도라면 궁궐 방을 다 채우고도 남겠다. 돈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방을 채우게 됐으니 아버지가 보면 놀라실 거야.’
정말로 사탕무 찌꺼기는 방을 다 채우고도 남았어요.
 
첫째 왕자는 부리나케 왕을 모셔다 방을 보여주었어요. 왕은 사탕무 찌꺼기가 가득 차 있는 방을 보고 화가 나서 소리쳤어요.
“이게 뭐냐? 이런 쓸데없는 쓰레기로 방을 채우다니. 당장 이것들을 내다버려라!”
그 시간, 둘째 왕자는 휑한 방 안에 앉아 고민하다가 갑자기 무릎을 쳤어요.
“궁궐에 어울릴 만한 방으로 꾸며야겠어. 고급스런 가구와 그림이 있어야겠는데…. 은화 다섯 닢으로는 어림도 없잖아.”
둘째 왕자는 서둘러 궁궐을 빠져나와 부자 친구들을 찾아갔어요.
“이보게, 내가 급히 방을 꾸며야 해서 자네 장식장을 써야겠네.”
“아니, 갑자기 그건 왜?”
둘째 왕자는 다른 친구들 집에도 찾아가 식탁과 의자, 그림 등 쓸만한 물건을 빼앗았어요. 그리고 값비싼 물건들은 나중에 돈을 주기로 하고 억지로 가지고 왔고요.
“하하하, 이 정도면 됐어. 멋진 가구와 그림을 걸어놓으니 내 품격에 걸맞은 방이 되었어. 아버지도 좋아하실 거야.”
 
둘째 왕자는 자신만만하게 왕을 모셔다 방을 보여드렸어요. 화려한 장식장과 그림들로 장식한 방을 보고 왕이 물었어요.
“은 다섯 닢만 주었는데 어떻게 이런 가구와 그림을 구했지?”
둘째 왕자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어요.
“친구들 집에서 가져왔습니다. 다음에 돈을 주기로 한 것도 있고요.”
왕은 실망스런 목소리로 말했어요. 
“가진 것에 맞지 않게 사치스런 물건들로 채우다니. 당장 가구와 그림을 갖다 주어라!”
셋째 왕자는 하루 종일 방 안에 앉아 생각에 잠겼어요.
‘적은 돈으로 이 방을 채울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아버지는 왜 이 방을 채우라는 과제를 내주셨을까?’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고 생각하다 보니 어느 새 땅거미가 내려앉았어요.
“어? 벌써 어두워지네. 이를 어쩌지?”
방안을 둘러보던 셋째 왕자에게 한 생각이 떠올랐어요.
“바로 그거야. 이 방에 필요한 것이 생각났어!” 
셋째 왕자는 시장에 가서 무엇인가를 사서는 품에 안고 돌아왔어요.
셋째 왕자는 왕을 방으로 모시고 왔어요. 방은 아무것도 없이 깜깜한 상태였어요.
“아니, 어찌하여 아직까지 아무것도 채우지 않았느냐?”
“잠시만요. 지금 바로 이 방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채우겠습니다.” 
 
셋째 왕자는 품 안에서 양초 한 자루를 꺼내 불을 붙였어요. 양초 심지가 타오르며 밝은 빛이 방 안 구석구석 비취었어요. 곧 어둡던 방 안이 환해졌지요. 왕이 흐뭇해하며 말했어요.
“훌륭하구나! 지금 이 방에 꼭 필요한 것은 빛이지.”
왕은 다른 아들들을 불러 이야기했어요.
“세 명 모두 내가 준 과제를 해냈다. 그런데 쓸모없는 음식찌꺼기로 방을 채운 첫째, 분수에 맞지 않는 물건으로 방을 채운 둘째에게 이 나라를 맡길 수는 없다. 내가 준 돈으로 가장 필요한 것을 구해서 방을
채운 지혜로운 셋째에게 이 나라를 맡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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