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 것 없이 받는 행복, 예수의 피를 힘입어
일한 것 없이 받는 행복, 예수의 피를 힘입어
  • 송근영(기쁜소식철원교회 사모)
  • 승인 2016.03.2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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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책

어린 시절 나는 구원파 교회에 다녔다. 고등학교 3학년 올라갈 즈음에 부모님이 기쁜소식선교회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나도 우리 선교회를 만났다. 당시에는 전에 다녔던 교회와 우리 교회의 차이점을 알지 못했다. 그곳에서도 예수님의 피로 죄를 씻음 받아 우리가 깨끗해졌으며, 그 사실을 믿음으로 천국에 간다고 가르쳤기 때문이다. 신앙생활의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했기에, 수능을 핑계로 영혼 없이 주일에만 교회를 왔다갔다했다.
 몇 년 동안 ‘예수님의 피로 죄를 씻음 받았다’고 버티면서 교회를 다녔다. 그렇게 지내다가 2005년에 단기선교사 훈련을 받으면서 복음이 마음에 임했다. 끝까지 자신을 세우려고 했던 사울의 모습에서 바로 내 모습을 발견했고, 내가 죄인임이 시인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예수님의 피가 비로소 마음에 뿌려져 나를 의롭게 했다.
 이전에 다녔던 교회에서는 죄가 다 씻어졌다고 하면서도 늘 “이젠 죄를 사함받고 천국에 갈 수 있으니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나는 하나님의 자녀답게 살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나름대로 금욕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구원받으면 스스로 정결한 삶을 살 수 있는 것처럼 착각했던 것이다. 죄에 대한 근본 개념이 잘못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래 전에 읽어 은혜를 많이 입었던 책 <예수의 피를 힘입어>를 최근에 다시 읽으면서 구원받기 전이 많이 생각났다. ‘세상에 죄 없는 사람이 어딨어? 다 거짓말하고 미워하고 사기 치고 사는 거지. 그러니까 나도 악하지, 뭐.’ 그렇게 죄인으로 묻어 살면서도 ‘죄 사함을 받았다’고 우기며 살았던 시간들. 그랬기에 죄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행위에 매인 삶을 살았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허락하신 복음이 한없이 놀라왔다. ‘죄가 씻어져 깨끗하게 되었다는 말의 무게와 가치가 이렇게 다르다니!’ 똑같이 예수님의 피를 이야기하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첫 장인 ‘입다의 신앙’ 편에서, 하나님을 믿지 못하는 불신이 죄임을 보여 주며 복음의 비밀이 하나하나 풀려나갔다. 마음이 바뀐 사르밧 과부가 받는 복, 허물 많은 둘째 아들과 아버지와 함께 있으면서도 은혜를 누리지 못하는 큰아들 이야기가 이어지며 ‘참된 신앙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초점을 잡아 주었다.

 

 성경을 볼 때마다 늘 궁금했던 것 가운데 하나가 ‘포도원 품꾼’에 관한 예수님의 이야기였다. ‘왜 일찍 들어온 사람이나 나중에 들어온 사람에게 품삯을 같게 주는 것인지’ 읽어도 읽어도 의문이었다. 한번은 교회 사모님께 그에 대해 묻자 사모님이 이렇게 되물으셨다.
 “포도원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사람이 너라면 어떻겠니?”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과 함께 입에서 대답이 흘러나왔다.
 “감사... 하겠지요.”
 나는 항상 나를 포도원에 먼저 들어온 사람의 위치에 두고 생각했지, 마지막에 들어온 사람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살았기에 책 중간쯤에 나오는 저자 목사님의 짧은 간증은, 이 책의 백미로 느껴졌다.
 “'하나님이 너무하다. 경건치 않은 자를 의롭다고 하시다니? 그래가지고 세상이 어떻게 되겠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주님, 감사합니다.’ 하는 마음이 들고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습니다. 그 경건치 않은 자가 바로 나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본문 중에서)
책에서는 끊임없이 우리가, 내가 경건치 않은 자라고 했다. 그리고 그런 나와 상관없이 예수님으로 말미암아 마음이 바뀌고 복을 받는 이야기가 이어졌다. 행위에 빠져 있는 동안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수수께끼 풀리듯 술술 풀려나갔다.
 행위와 은혜에 대한 오해는 구원받을 때뿐만 아니라 신앙생활을 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결혼해서 전도자의 아내가 되었을 때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주변 사람들까지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하나님이 나를 부르신 건 실수인 것 같았다. 하나님은 남편이 강릉에서 부사역자로 지낸 5년 반 동안 나를 훈련하며 가르치셨다. 내가 잘하는 것이나 부족한 것이나 하나님의 뜻에 따라 드러나기도 하고 가려지기도 하는 것임을. 오직 하나님의 은혜와 긍휼 안에서 살게 하시려고 말이다.
 얼마 전 철원 교회로 이동되면서 하나님이 새 마음을 주셨다. 나와 상관없는 세계! 구원받은 것이 나와 상관없이 온전한 그리스도의 보혈의 은혜인 것처럼, 삶도 마찬가지였다. 책 제목 그대로 <예수의 피를 힘입어> 사는 동안 나는 온전할 수 있고, 힘있게 살 수 있는 것이었다.

 

조용한 시골 교회에서 어려운 형편이 보여 힘들 때도 있고, 믿음 없고 연약한 내 모습 때문에 하나님이 일하실 수 없을 것 같다는 착각도 했다. <예수의 피를 힘입어>가 그런 내 마음을 정리해 주었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과 ‘나’를 분리시켜 놓고 있었다. 내가 흔들릴 때에도 주님의 보혈은 변함이 없고, 하나님은 내가 정죄 당할 것을 아시고 율법을 속죄소로 덮어버리셨다. 예수님의 보혈의 능력을 바라보니 담대함이 생긴다. 나는 죽을 때까지 경건치 않은 자지만 예수님의 보혈로 나를 의롭게 하시고 온전케 하신 하나님이 감사하고, 이 놀라운 내용들을 담은 채 내게 다가온 <예수의 피를 힘입어>가 고맙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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