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부담을 넘는 힘, 학생 콘서트
[뉴욕] 부담을 넘는 힘, 학생 콘서트
  • 황유현 기자
  • 승인 2016.04.13 0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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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그라시아스 뮤직 페스티벌

공연이 정말 너무 아름다워요! 왜 지금까지 이 학교와 여러분을 알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4월 10일 일요일 마하나임에서 열린 학생 콘서트 직후 만난 한 노부부는, 마이크 앞에 서자 흥분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다.

“저희가 이곳, 헌팅턴에 산지 벌써 35년이 되었지만, 지난주 뮤직 페스티벌 콘서트를 통해 처음으로 그라시아스 합창단과 음악학교를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주에 이어서 이번주 공연도 정말 좋았는데 왜 더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았는지 모르겠어요.”

▲ 4월 10일 일요일, 마하나임에서는 오로지 어린 학생들의 공연으로만 이루어진 '학생 콘서트'가 열렸다.

사실 이번 학생 콘서트를 하자고 처음 의견이 나왔을 때, 여기 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

그동안 했던 대부분의 활동이나 콘서트는 이미 필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라시아스 합창단이 주가 되어 이끌어 왔던데에 반해, 이번 학생 콘서트는 온전히 학생들끼리 준비하고 공연 해야하는 콘서트였기 때문이다. 특히 뮤직 페스티벌 기간 중 처음으로 자기들 끼리만 홀로서기를 해야하는 학생들은 이번 공연을 앞두고 정말 많이 긴장하고 부담스러워 했다.

▲ 이날의 콘서트는 임한나 학생의 소프라노 솔로 "Il bacio"와 김주성 학생의 테너 솔로 "Mattinata"로 시작하여, 곽은재 학생의 오보에 독주 "가브리엘의 오보에"로 이어졌다.

그러나 막상 공연 당일, 뚜껑을 열어 본 학생 콘서트는 상상 그 이상이었다. 

어린 학생들끼리만 하는 공연이 과연 정말 좋을지에 대해 반신반의 하던 관객들은, 학생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비록 아직은 어린 나이이지만, 학생들은 그동안 캠프를 하면서 배운대로 청중들 앞에서 긴장하는 대신 수준급의 무대 매너로 완성도 있게 각 음악을 표현해냈다.

▲ 이보민, 안수현 학생의 바이올린 듀엣 "Navarra"
▲ 김현아 학생의 피아노 솔로, 쇼팽의 '겨울바람'
▲ 맑고 청아한 음성의 여성 중창 공연.

아니, 오히려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가지는 특별한 감동이 있었다.

특히 학생들이 풋풋한 목소리로 합창을 할 때에는, 그 목소리가 너무나 청아하고 순수해서 다른 누구가 그 노래를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만약 ‘오블라디 오블라다’라는 곡을 합창단이 불렀다면, 학생들같은 그런 깨끗한 경쾌함은 나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 이날 콘서트의 하이라이트였던 합창 공연.
▲ 특히 합창 첫 곡이었던 '오블라디 오블라다'는 지휘마저 지휘과 학생이 맡아 학생들의 음악적 기량을 마음껏 보여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단체’가 주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말한다. 평소라면 나를 사리기 바쁜 이들도, 팀이 생기고 나면 팀을 생각해서 나도 모르게 부담에 발을 내딛게 된다는 것이다.

음악 캠프 안에서 부담스럽고 시간도 촉박한 가운데 많은 공연들을 해야하지만, 옆에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 프로그램 안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학생들은 그 부담들을 뛰어 넘을 수 있다.

▲ 바이올린 듀엣 연주를 하고 있는 이보민 학생

”안녕하세요, 저는 대전 그라시아스 음악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이보민 입니다.

이번 음악 캠프를 하면서 되게 하나 하나가 부담스러운게 많아요. 그동안은 부담스러운 일들이 있어도 그냥 애매하게 빼는 부분이 많았는데, 이번 캠프에서는 모든 부분에서 부담을 넘어야 해요. 심지어 시차 떄문에 졸리고 할 때도 나를 딱 깨고 뛰어드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특히 오늘 공연에서는 바이올린 듀엣인 사라사테의 ‘Navarra’ 연주와 오케스트라 악장을 맡게 되었는데, 정말 마음을 들여서 하는 것을 많이 배울 수 있었어요. 진짜 처음에 너무 부족했는데, 오히려 부족하니까 합창단 언니들의 도움도 받고 점점 더 좋아지는 것을 보면서 정말 감사했어요.” -이보민 학생 (바이올린)

처음 무대에 서는 것을 어색해하고 쭈뼛쭈뼛 하던 학생들은 이제 눈빛부터가 다르다. 한주 한주 학생들의 음악이 달라지고, 그 마음 또한 달리지고 있다. 어린나이에 벌써 이렇게 자유로이 음악을 풀어내고 전달해 내는 학생들을 볼 때,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기대가 된다.

3월 30일 부터 4월 20일까지 총 22일간 뉴욕 마하나임에서 진행되는 이번 페스티벌은 그라시아스 합창단, 마하나임 음악원, 그리고 한국 대전 음악 고등학교, 중학교 학생 191명이 함께한다.

글 ㅣ 황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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