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어떤 존재일까요?
사람은 어떤 존재일까요?
  • 김응대 선생님
  • 승인 2016.05.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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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로 배우는 공부마인드

학생들이 새해 목표를 세울 때마다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공부 잘하기’예요. 과연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요? 10회에 걸쳐 연재되는 논어 공부를 통해 진정한 공부의 의미와 방법을 찾아가는 공부마인드 여행을 떠나볼게요.

 

사람의 뛰어난 학습 능력
지난 시간에 진짜 공부란 ‘나를 알아가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람이란 어떤 존재일까요? 고전에서는 사람을 어떤 존재라고 이야기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흔히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합니다. 모든 만물 중에 사람이 가장 뛰어난 존재라는 뜻으로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사람이 가장 뛰어난 존재일까요? 사람과 돌고래가 수영을 하면 누가 이길까요? 사람과 치타가 달리기를 하면 누가 이길까요? 가지고 있는 재량으로 보면 사람이 동물들보다 더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동물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발전을 이루어 살고 있습니다. 학자들은 사람이 동물들과 다른 것은 ‘뛰어난 학습 능력’을 가진 것이라고 말합니다. 맞습니다. 분명히 사람들은 무언가를 연구하고 배우는 능력이 있어서 점점 더 발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배우기 싫어하는 마음
그런데 더 깊이 알고 보면, 사람은 배우는 능력이 있지만 잘 배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즉, 배우는 것을 싫어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율곡 이이 선생님은 <격몽요결>에서 “人生斯世 非學問 無以爲人(인생사세 비학문 무이위인)”이라고 했습니다.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 배우지 않으면 어찌 사람이 될 수 있으리요’라는 뜻으로, 사람은 배워야만 진정한 사람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말을 왜 했을까요? 사람들이 배우는 것을 좋아했다면, 이런 말을 굳이 할 필요가 없었을 것입니다. 사람의 뇌는 뛰어난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마음은 배우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렇게 배움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공부하기 싫은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해도 어리석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이 배우지 않으면
공부를 잘하려면 먼저 자신의 어리석음을 알고 마음을 바꿔야 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지식을 쌓으려고 하지 마음을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지식만 쌓아서 산다면 사람은 짐승보다 못한 존재가 됩니다. 그러한 상황을 공자는 논어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진 마음(仁), 지혜(知), 믿음(信), 정직(直), 용맹(勇), 강직함(剛)이 매우 중요한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압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을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은 갖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배움이란 올바른 실천 방법과 방향을 알려주는 나침반과 같은 것입니다. 올바르게 배우지 않은 사람은 아무리 뛰어난 지혜와 용맹을 가지고 있더라도 자신과 사람들에게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에는 하고자 하는 ‘원함’과 자기 원하는 대로 하고 싶은 ‘욕구’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들을 조절하고 막아주는 ‘브레이크’ 즉 ‘마음의 힘’이 없으면 인생을 그르치기 쉽습니다. 이러한 마음의 힘은 배움을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공부는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강진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 ‘다산초당’이라는 작은 서당에서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쳤습니다. 그곳에 공부하러 오는 학생 중에 ‘황상’이라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언제나 맨 뒷자리에 앉아 선생님의 얼굴도 쳐다보지 못하는 어리숙한 아이었습니다. 한번은 정약용 선생님이 황상을 불러 “문학을 공부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묻자, 황상이 대답했습니다.
“저는 둔하고 어리석어서 이해를 잘 못합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글공부를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정약용 선생님은 기뻐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똑똑하고 머리 좋은 사람에게는 세 가지 병이 있는데 첫째는 너무 잘 외우는 것이고, 둘째는 글을 너무 잘 짓는 것이고, 셋째는 이해를 너무 잘하는 것이다. 그들은 너무 쉽게 이해하고 글을 짓는 까닭에 학문에 깊이가 없다. 그런데 너에게는 그러한 병이 없지 않느냐. 공부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바로 너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이 공부를 하는 것이다. 내 말을 마음에 새기면서 공부해 보아라.”
이 말에 힘을 얻은 황상은 정약용 선생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공부하여 훗날 유명한 문장가가 되었습니다.

 

어리석기 때문에 공부한다
학생들에게 “왜 공부하냐?”고 물어보면, 주로 “그냥요.” “부모님이 하라고 해서요” “몰라요.” 등의 안타까운 대답을 합니다. 그나마 좀 나은 학생들은 “나를 위해서요.” “내 꿈을 이루기 위해서요.”라고 답합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어리석은 사람이기 때문에 공부합니다.”라고 말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어리석은 존재’라는 사실을 먼저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그래서 내 생각을 주장하기 전에 낮은 마음을 갖고 어른들과 선생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배우며 마음의 브레이크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사람이란 어리석은 존재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진짜 공부이며, 이 사실을 아는 것에서부터 올바른 공부가 시작됩니다. 마지막으로 논어의 한 구절을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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