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귀 방귀
나귀 방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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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17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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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동화

옛날에 시골에 사는 한 선비가 한양에서 열리는 과거시험을 보기위해 길을 나섰어요. 선비는 나귀를 타고 굽이굽이 오솔길을 따라 즐겁게 여행을 했어요.
“이야, 경치 좋다.”

 

한참을 가는데 저만치에 짐을 진 사람이 걸어가고 있어요. 그걸 보고 선비는 생각했어요.
‘어이구, 저렇게 큰 짐을 지고 걸어가다니. 나귀라도 한 마리 얻어 타지 그랬대?’
아니나 다를까! 짐을 지고 가던 사람이 나귀를 탄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반가워하며 말을 걸었어요.
“어디까지 가십니까?”
“한양까지 가오.”
“저는 다음 마을까지만 가면 되는데요, 언덕을 오를 동안만 나귀 등에 제 짐을 얹으면 안 될까요?”
“엥?”
선비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나 혼자 타고 가기도 좁은데 어디다 짐을 실어 달라는 거야?’
선비가 퉁명스럽게 대답했어요. 
“미안하지만 안 되겠소. 먼 길을 왔더니 나귀가 지쳐서 말이오.”
할 수 없이 짐을 진 사람은 땀을 뻘뻘 흘리며 짐을 진 채 언덕길을 올랐어요. 숨이 차서 씩씩거리며 말했어요.
“아이고, 힘들어. 이 짐만 좀 덜어도 살만 하겠는데….”
그러나 선비는 들은 척도 안했어요.
언덕을 내려오자 갈림길이 나왔어요. 나귀 탄 사람은 이쪽으로, 짐을 진 사람은 저쪽으로 갈라지게 되었어요. 그런데 짐 진 사람이 저쪽으로 몇 발짝 가더니 큰소리로 말했어요.
“선비님! 내가 운세를 조금 볼 줄 아는데 오늘 운이 안 좋으시네요.”
“뭣이오? 내 운세가 뭐 어떻다고 그러시오?”
“나귀가 방귀를 세 번 뀌면 크게 다칠 운이니 조심하십쇼.”
선비는 기분이 상해서 소리쳤어요.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갈 길이나 가시오!”
나귀 탄 선비는 짐 지고 가는 사람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비웃었어요.
‘쳇, 방귀를 세 번 뀌면 다칠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지.’

 

그때였어요. 나귀가 멈칫하더니 ‘뽕’ 하고 방귀를 뀌었어요. 선비는 깜짝 놀랐어요.
“어? 정말 방귀를 뀌었네.”
선비는 왠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어요. 나귀를 타고 길을 재촉했지만 나귀 엉덩이에 온통 신경이 쓰여 좋은 경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요.
“설마 나귀가 방귀를 뀐다고 무슨 일이 나겠어?”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로 두 번 더 뀌면 내가 다치는 거 아냐?’ 그런 생각이 자꾸 들어서 선비는 조심조심 나귀를 몰았어요.
‘뿌웅~’
그때 나귀가 또 방귀를 뀌었어요.
“이런! 방귀 소리가 커졌네.”
선비는 불안해지기 시작했어요.
“오늘따라 나귀가 방귀를 많이 뀌네. 아니, 전에도 방귀를 뀌긴 했던가?”
선비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나귀에서 내려서 걷기 시작했어요. 나귀가 자기를 태우고 가느라 힘이 들어 방귀를 뀌는 것 같았거든요.
“그나저나 벌써 두 번째잖아. 이제 한 번만 더 뀌면 무슨 일이 일어날 텐데, 어쩌지? 나귀야, 제발 참아라. 제발!”

 

고민에 빠져 있던 선비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옳거니! 그러면 되겠구나!”
선비는 돌멩이를 하나 주어 나귀 엉덩이 사이에 꼬옥 끼워 넣었어요.
“이제 됐다. 단단히 막아놓았으니 이제 걱정 없어.”
선비는 마음을 놓고 나귀를 몰고 갔어요. 그런데 한참 가다 보니까 또 걱정이 슬쩍 올라오는 거예요.
“걷다가 돌멩이가 빠지면 어쩌지?”
선비는 나귀를 세우고 살펴보았어요. 나귀 엉덩이에 얼굴을 대고 들여다보는데….
‘뿡~’

마침 나귀가 그때 방귀를 뀌었지 뭐예요? 그러면서 돌멩이가 튀어 나와서 선비의 이마를 ‘딱’ 하고 때렸어요.
“아야야야!”
선비는 놀라서 벌렁 주저앉았어요. 그리고 이마에 난 혹을 붙잡고 눈물을 줄줄 흘렸어요.
“아이고, 머리야! 이게 무슨 일이야?”
선비는 그제야 나귀가 세 번째 방귀를 뀐 것을 떠올리고 무릎을 쳤어요.
“아이고, 저런! 그 사람 말이 맞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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