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농부와 아버지
가난한 농부와 아버지
  • 그림/이가희
  • 승인 2016.07.23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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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동화
 

옛날, 한 마을에 가난한 농부가 살았습니다. 게다가 나이 많은 아버지를 모시고 어렵게 살았습니다. 이웃 사람들은 가난한 농부에게 종종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네는 집안도 어려운데 일도 못하시는 아버지까지 모시고 살아야 하니 안 됐네.”
그럴 때마다 가난한 농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래도 부모님이 계시는 것이 든든하지 무슨 소리인가?”

하루는 농부가 키우는 소가 이웃에 사는 부잣집 밭으로 들어가 곡식을 뜯어 먹었습니다. 욕심 많은 부자는 옳다구나 싶어 소를 붙잡아 놓고 농부에게 말했습니다.
“자네 소가 내 밭을 망쳤으니 내가 손해 본 만큼 보상해주게. 그렇지 않으면 내가 이 소를 갖겠네.”
돈이 없는 농부는 물어줄 길이 없어 곤경에 처했습니다. 부자와 가난한 농부는 어쩔 수 없이 마을 영주를 찾아가 판결을 내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영주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이 소를 가질 것이다. 너희는 각자 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움을 주는 것 한 가지와 가장 영양가가 풍부한 것 하나와 가장 빠른 것 하나를 가져오너라.”

 

부자는 집에 돌아가 많은 재산 중에 영주가 말한 것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래서 가장 즐거움을 주는 것으로 꿀을, 가장 영양가가 풍부한 것으로 버터를, 그리고 가장 빠른 것으로 경주마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농부는 집안에 내놓을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에휴, 어쩌지? 이대로 소를 빼앗기게 생겼구나.”
한숨을 내쉬는 아들을 보고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얘야,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소를 되찾을 방법을 알려주마.”
“어떻게요? 아버지.”
아버지는 아들의 귀에 대고 쑥떡쑥떡 이야기해주었습니다.

 

다음날, 부자는 영주에게 꿀과 버터와 경주마를 가져가 보였습니다.
“그럴 듯하구나. 그럼 너는 무엇을 가져왔느냐?”
농부는 영주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집이 가난해서 가져올 물건이 없습니다. 대신 세 가지를 말씀드리겠습니다. 가장 즐거움을 주는 것은 잠입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단잠을 자는 것만큼 즐거운 것이 없으니까요. 가장 영양가가 높은 것은 땅입니다. 땅은 사람들에게 수많은 양식을 주니까요. 그리고 가장 빠른 것은 사람의 마음입니다. 마음은 순식간에 어디든 가볼 수 있으니까요.”
영주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지혜로운 생각이 가난한 농부에게서 나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농부의 지혜를 시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 소는 원래 주인인 네가 갖도록 하여라. 그런데 말이다. 내가 부탁이 있다. 달걀 열두 개를 줄 테니 내일 열릴 파티를 위해 닭으로 키워 오거라.”
농부는 달걀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 깊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아버지, 큰일 났어요. 어떻게 하루 만에 달걀을 닭으로 키운단 말이에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던 아버지가 말했습니다.
“내일 영주에게 밀 씨앗을 한 줌 가져가거라. 그리고 닭을 먹일 사료가 필요하니 당장 밀로 키워달라고 하여라.”
농부는 영주에게 달려가 아버지의 말을 전했습니다. 영주는 펄쩍 뛰었습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어떻게 하루 만에 밀을 수확하겠느냐? 씨앗에서 밀을 수확하려면 적어도 3개월은 걸릴 텐데.”
“알을 부화시켜서 병아리가 나오는 데는 3주가 걸리고, 닭고기로 먹으려면 적어도 두 달을 키워야 합니다. 그런데 어찌 하루 만에 닭을 잡아오라고 하셨습니까?”
영주는 다시 한 번 농부의 지혜에 감탄했습니다.
“어떻게 그런 지혜를 얻었느냐?”
“제게 늙은 아버지가 계시는데, 아버지가 가르쳐 주신 것입니다.”
영주는 마지막으로 그 노인의 지혜를 시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너희 아비에게 내일 성으로 오라고 전해라.”

 

다음 날 아침, 농부와 그의 아버지는 일찍 일어나 성으로 향했습니다. 영주가 두 사람을 맞으며 말했습니다.
“어서 오시오. 여기 두 마리의 말이 있소. 몸집이나 생긴 것이 똑같은데 한 마리는 어미고, 한 마리는 그의 새끼라오. 어떤 것이 어미인지 가려 보시오.”
농부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여물을 가져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말들 앞에 여물을 놓았습니다. 그러자 말 한 마리가 여물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말은 가만히 보고만 있더니 먼저 말이 여물을 먹고 비켜나자 그제야 여물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농부의 아버지는 미소를 지으며 영주에게 말했습니다.
“나중에 여물을 먹은 말이 어미입니다.”
“어째서 그렇소?”
“짐승이나 사람이나 어미는 먼저 새끼를 배불리 먹인 다음에 먹습니다.
그것이 어미의 마음입니다.”
“하하하! 역시 대단하오. 앞으로 나와 함께 지내며 나를 도와주시오.”
“영주님, 제가 도울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우리 성에 어려운 문제가 생길 때 지금과 같이 영감의 지혜로 조언해 주면 되오.”
그날부터 농부와 아버지는 영주와 함께 성에서 지냈습니다.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이런저런 문제를 들고 찾아와 성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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