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줄의 글이 가져다 준 기적
몇 줄의 글이 가져다 준 기적
  • 남동현(LA기쁜소식중앙교회)
  • 승인 2016.07.2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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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도간증

나는 광운대학교 화학공학과에 다니던 중 2004년 단기선교사로 코스타리카에 다녀왔다. 복학 후 대학원을 졸업하며 당시 서울중앙교회 목사님께 진로 문제를 상담했다. 마침 미국 집회에 다녀오신 목사님이 필라델피아교회에서 박사 과정을 공부하는 형제 이야기를 하시며 “너도 미국에 가서 복음을 위해 공부하면 좋겠다”고 하셨다. 유학을 간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한동안 갈등했지만 목사님이 말씀하셨다면 하나님의 뜻이라는 마음이 들어 유학을 결정하고 준비했다.
 영어 실력이 좋은 편이 아니라 염려했는데 미국 공과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점수를 받아 무척 감사했다. 학교는 LA 교회와 가까운 곳들을 알아보았다. 교회와 1시간 거리에 있는 캘리포니아 주립대 리버사이드에서 학비도 전액 지원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2010년 아내와 아들과 함께 유학길에 올랐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예상했던 대로 유학생활이 만만치 않았다. 학교에 입학하자 나를 지도해 주실 교수님이 다른 학교로 가시는 바람에 1년 동안 방황했다. 나도 학교를 옮겨야 할지 전공을 바꿔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무렵 학교에서 바이오 분야 교수를 다시 채용해 주어 중국인 지도 교수님을 만났다. 내가 교수님의 첫 제자다 보니 수업을 들으며 혼자 실험실 장비를 설치하고 관리하고 연구해야 하는 등 할 일이 아주 많아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무슨 연구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막막하기까지 했다.
 어느 날, 교수님과 연구에 대해 상의하던 중 유방암에서 과발현되는 항원을 퇴치하는 항체 개발 연구를 시작했다. 실험실에서 잘 만들어지는 항원이기 때문에 항원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는 속담이 있듯 우리가 얼마나 어려운 분야에 발을 들여놓았는지 그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항체 개발 가운데 굉장히 어려운 분야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새벽부터 연구에 몰입했건만
주말에는 교회에 가기 때문에 내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일주일에 5일이 전부였다. 주중에 집회가 열리는 경우에는 새벽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연구했다. 실험이 잘 안될 때는 주일 예배에 빠지고 싶은 유혹이 올라오기도 했지만 ‘복음을 위해 공부하라’고 하신 말씀이 내 마음을 잡아주었다. 
 연구한 지 2년이 흘렀다. 아무리 실험해도 신뢰성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너무 실망스러웠다. 졸업까지 2년 반의 시간이 남았을 때, 교수님이 새로운 방법을 제안하셨다. 굉장히 도전적인 제안이었다. 나는 교수님께 “만약 이 방법을 써도 안 되면 어떻게 하나요?”라고 여쭈었다. 교수님은 “안 되면 어쩔 수 없지만 되는 것을 연구하는 것이 무슨 연구입니까? 어렵지만 함께 해 봅시다”라고 하셨다. 그 아이디어는 교수님이 교수가 되면 꼭 실현해 보고 싶었던 것으로, 2년간 발전한 내 실험 기술로 항체를 개발해 보고 싶어 하신 것이다. 나는 교수님의 마음을 받아 다시 연구를 시작했다. 이번에도 결국 신뢰성 없는 연구라는 결론이 났다. 그때가 졸업을 6개월 앞둔 시기였다. 교수님은 연구 결과가 나오지 않아도 졸업은 가능하다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1년 더 연구하더라도 결과를 얻고 싶었다.
 문제는 나에게 다시 도전할 힘이 없어진 것이다. 그동안 공부하다 한계를 만나면 말씀을 생각하고 미국의 가족(2남 1녀)을 생각하고 한국에서 나를 지원해 주셨던 부모님을 생각하며 다시 일어섰다. 그런데 4년 반 동안 고생하며 연구한 것이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하자 완전히 힘을 잃고 만 것이다. 게다가 감기몸살까지 걸려 너무 힘들었다. 포기상태에 이르러 교수님께 연락하지도 않고 2주간 학교에 가지 않았다. 당장 그만두고 짐을 싸서 한국에 가고 싶을 뿐이었다. 마음이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임을 그때 비로소 실감했다.

“동현아, 다시 한 번 더 해봐.”
자포자기 상태가 됐을 때 내 인생에 잊지 못할 순간이 왔다.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 있는 동안 습관처럼 컴퓨터를 켜고 선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소식들을 읽었다. 마침 도미니카에서 열린 월드캠프 기사가 눈에 띄었다. 당시 음악학교 개교식 행사가 있었고, 캠프 강사인 박영국 목사님이 음악학교 신입생들에게 전한 말씀 가운데 일부 내용이 쓰여 있었다.
 “도미니카에서 음악 교육을 시작하게 된 것은 매우 기쁜 일입니다. 우리가 하는 교육이 도미니카를 바꿀 것입니다. 음악을 공부할 때 중요한 것은 재능보다 노력입니다. 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포기하지 않는 마음입니다. 우리 모두는 언젠가 지금 갖고 있는 열정이 식을 것이고 흥미도 사라질 것입니다. 하지만 그럴 때 내 마음을 꺾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기사를 읽는 동안 내 마음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10초 전 만해도 다시 일어설 기력조차 없었는데, 몇 줄의 글이 내 마음에 엄청난 힘을 주었다. 그동안 수없이 ‘포기하지 마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순간은 하나님이 “동현아, 다시 한 번 더 해봐.”라고 하시는 것 같았다. 놀랍게도 ‘그래. 한 번 더 해보자.’ 하고 바닥을 밀치고 벌떡 일어섰다.

개발한 나도 결과가 믿어지지 않았다
바로 연구실로 돌아갔다. 지금까지는 내가 나의 발걸음을 학교로 옮겼다면, 말씀이 들어온 후로는 말씀이 나를 학교에 가게 하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기존 방식대로 실험하며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 하나를 실험에 추가했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지난 날에는 실험할 때마다 매번 다른 결과가 나왔는데, 10회 이상 연속 실험을 해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그리고 성능이 굉장히 좋은 항체가 여러 개 나왔다. 믿을 수 없었다. 항체를 개발할 때는 흔히 쥐를 사용한다. 그런데 내가 개발한 항체는 동물을 사용하지 않고 전적으로 실험관에서 합성해서 만든 새로운 항체였다. 개발한 나도 결과가 믿어지지 않았다.
 하나님이 나를 4년 반 동안 훈련시키고 단 3개월 만에 놀라운 성과를 내게 하신 것이다. 실험 결과를 확인하신 교수님은 졸업을 미룰 필요가 전혀 없다고 하며 당장 졸업을 준비하자고 하셨다. 실험을 마무리하며 3개월 가량 논문을 준비하고 박사 논문을 냈다.

“이건 내가 한 것이 아니야. 하나님이 하신 거야”
2015년 6월, 드디어 졸업하는 날이 되었다. 요즘은 박사들이 워낙 많이 배출되기에 박사 학위가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날만큼은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날이었다. 박사 가운을 받으며 하늘을 향해 말했다. “이 박사 학위는 내가 한 것이 아니야. 하나님이 하신 거야.” 작년 미국 크리스마스 칸타타 순회 공연이 끝나고 박영국 목사님이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다. “우리가 움직이며 일했기 때문에 인간이 99% 일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 인간이 하는 것은 1%도 안 됩니다. 크리스마스 칸타타 투어는 하나님이 99% 이상 준비해 주셨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목사님의 말씀이 내 마음에 다시 새겨졌다. 내가 박사 학위를 받은 것은 ‘나’라는 몸이 99% 연구한 것 같지만 사실은 하나님이 99% 힘을 주셨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내가 일한 것은 1%도 되지 않았다. 내가 받은 박사 학위는 전적으로 하나님이 하신 일이었다.

 

교회와 함께하는 은혜
박사 학위를 받고 나니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다시 고민이었다. 올해 초 박영국 목사님이 LA 대전도집회에 강사로 오셨을 때, 목사님께 박사 학위를 받은 간증을 하며 진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목사님은 ‘내 옆에 있으면 좋겠다’며 ‘LA 교회 안종령 목사님과 함께 있는 것이 바로 내 옆에 있는 것이다’라고 하셨다. 목사님들의 마음이 하나로 흐르고 있는 것이 느껴져 감동이 밀려왔다. 또 ‘목사님이 미국에서 일어나는 하나님의 역사를 나 같은 자와 함께 보기를 바라시는구나’ 하며 무척 감사했다.
 박사 학위를 받은 것도 감사하지만 지난 5년 동안 받은 더 큰 은혜는 바로 교회와 함께하는 은혜였다. 한국에서 본 미국과 실제 와서 본 미국의 모습은 많이 달랐다.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미국에서 산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려운 가운데 교회를 섬기는 형제 자매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LA 교회가 있는 것을 보았다. 또한 매년 크리스마스 칸타타 투어와 멕시코 · 아이티 영어캠프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이 전해지고, 하나님이 많은 일꾼을 일으키시는 것도 보았다. 최근 LA 교회는 8월 월드캠프와 음악학교 설립을 위한 예배당 이전을 두고 기도한다. 해마다 미국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생동감 있게 움직이고 있고 그 안에 우리 가족이 함께 있어서 소망스럽다. 유학을 갈 때도 하나님의 뜻으로 말미암았듯, 미국에서의 남은 삶도 교회와 종의 인도를 따라갈 때 복될 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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