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를 담은 작은 유럽 헝가리
아시아를 담은 작은 유럽 헝가리
  • 유혜원
  • 승인 2016.11.24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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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에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어요. 가까운 이웃 나라부터 먼 나라까지, 피부색도 다른 그 친구들은 무엇을 먹고 무엇을 하며 살고 있을까? 키즈마인드와 함께 지구촌을 한바퀴 돌며 새로운 문화와 마인드를 만나볼게요. 이번 호에는 한국과 정서가 많이 닮은 헝가리로 떠나요.

누구와도 반갑게 인사해
친구들, 안녕! 나는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한 나라, 헝가리로 해외봉사활동을 다녀온 유혜원이라고 해. 갑자기 반갑게 인사해서 어색하다고? 한국의 친구들은 서로 아는 사이가 아니면 인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런데 헝가리에서는 모르는 사이라도 인사를 하는 게 당연한 예의야. 동네에서뿐만 아니라 학교, 기숙사 등 같은 공간에서 마주치면 반갑고 친근하게 인사를 하지.
그런데 주의해야 할 점은 헝가리어에도 반말과 존댓말이 존재하는데, 그 구분이 나이에 따른 것이 아니라 친한 정도에 따라 정해진다는 거야. 어린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반말을 하기도 하고, 반대로 중년 어른이 젊은이에게 존댓말을 하기도 하지. 그래서 내가 헝가리에 서 사는 동안 ‘내가 이 사람에게 존댓말을 해야 하나, 반말을 해야 하나’ 하고 고민한 적이 많아.

 

아시아에서 이주한 민족
헝가리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들이 많은데, 그 이유는 헝가리 민족이 중앙아시아 서쪽 끝 우랄산맥에서 이주(AD 896년)했기 때문이야. 그래서 다른 유럽 국가들도 헝가리를 매우 흥미로운 나라로 생각하고 있단다.
헝가리 민족이 우랄산맥으로부터 이주하여 현재의 카르파티아 평원에 정착한 시기의 옷차림을 보면 놀라울 만큼 아시아와 비슷해요.
한번은 헝가리 국경일 행사에 갔다가 우리나라 후삼국 시대의 복장과 너무나 비슷한 모습을 한 헝가리 사람들을 보고 무척 놀랐어. 역사드라마에서 본 궁예와 왕건이 헝가리 거리에 나타났으니 말이야.

작지만 강한 나라
헝가리는 면적이 남한과 비슷하고 인구는 5분의 1에 불과한 작은 나라지만 문화와 지식수준만큼은 놀라우리만큼 높단다. 컴퓨터, 컬러텔레비전, 헬리콥터, 디젤엔진뿐만 아니라 친구들이 좋아하는 루빅스 큐브와 공부할 때 필요한 볼펜, 소프트 렌즈와 같은 발명품들이 다 헝가리에서 나왔어. 또한 노벨상 수상자를 14명이나 배출해낸 작지만 과학이 발달한 강한 나라야.

전차를 타고 즐기는 관광
파리, 프라하와 함께 유럽의 3대 야경이라 불리는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곳이란다. 특히 120년 전 영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통된 전차를 타고 다뉴브 강변을 따라 가다가 불빛으로 수놓은 세체니 다리와 으리으리한 국회의사당의 야경에 빠져보렴. 고개를 들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부다성이 보일 거야. 그리고 어부의 요새, 겔레르트 언덕의 자유의 여신상까지 볼 수 있어! 관광을 마치면 수영복을 챙겨서 마치 궁전과 같은 온천에서 가족과 함께 피로를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온천으로 유명한 헝가리에는 1,000여 개의 좋은 온천이 있어.

 

한국인들의 입맛에 맞는 음식
유럽에 와서 주로 빵과 치즈를 먹었더니 얼큰하고 매운 국물이 생각날 때가 많아. 그럴 땐 헝가리의 전통음식 구야쉬(gulyás)를 먹었어. 1,000년 전 헝가리의 목동들이 평원에서 양떼를 치다가 즉석에서 양을 잡아 채소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것에서 유래된 고기 스튜(stew)인데, 그 맛이 우리의 육개장과 비슷해. 양고기나 소고기로 만들어도 모두 맛있어. 만일 좀 더 칼칼하게 먹고 싶다면 고추를 다진 양념을 넣으면 돼! 고추에서 비타민C를 발견한 민족이니 만큼, 헝가리 사람들은 음식에 고추를 적극 활용해. 헐라스리(halászlé)라고 불리는 매운탕에도 마찬가지야. 나는 감기에 걸리면 꼭 메기로 끓인 헐라스리에 매운 고추 양념을 넣어서 먹었는데, 그러면 아픈 게 싹 달아났어. 참, 김치가 아쉬우면 대신 헝가리식 장아찌인 셔버뉴샤그(savanyúság)를 곁들이면 되니, 헝가리에서 음식 걱정은 안 해도 되겠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
헝가리로의 여행, 즐거웠나요? 난 헝가리에서 해외봉사활동을 하고, 학교도 다니고, 회사에서 일도 했지만 지금도 늘 헝가리가 생각나고 그리워. 그런데 그건 멋진 야경도, 맛있는 음식 때문도 아니야. 그 이유는 바로 내가 헝가리에서 만난 사람들 때문이란다. 작은 동양 여학생인 내게 헝가리 사람들이 보여준 따뜻한 마음이 지금도 내 가슴 한편에 남아 있어. 그들은 피부색이 다르고, 헝가리어를 못하는 나를 무시하지 않았거든. 내가 부족한 것이 많고 그들과 다른 점이 많았지만 마음을 열고 내 이야기를 경청해 주었지. 그래서 예전에 쉽게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지내던 내 모습과 비교가 되어 너무 부끄러웠어. 그런데 그런 시간을 통해 내가 낯선 유럽 땅에서 계속 도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용기를 얻었단다.
키즈마인드 친구들도 앞으로 많은 곳에 가보고, 많은 것을 배우고,자기와 다른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해보면 좋겠어. 그래서 지식보다 마음이 넓은 훌륭한 음악가, 발명가, 과학자가 되어서 이 세상을 밝게 비추는 별들이 되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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