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윤아, 네 인생 내가 이끌어 줄께!"
"승윤아, 네 인생 내가 이끌어 줄께!"
  • 우승윤(기쁜소식잠비아루사카교회)
  • 승인 2017.01.04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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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수기(1회)

하나님은 어린 시절 어두운 마음속에 갇혀 살던 우승윤 선교사를 구원하여 인생을 당신의 손에 맡기게 하셨다. 그리고 질그릇 같은 그의 마음에 말씀을 담으시면서 아프리카 선교사로 이끄셨다. 생명을 구원하는 귀한 일에 드려진 우 선교사의 삶 속에서 하나님이 살아 역사하신 간증을 12회에 걸쳐 소개한다.

 

내 수기를 <기쁜소식>지에 연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나는 아직 어리고 아는 게 없으며, 선교지에서 한참 동안 헤매다 보니 여러 해가 지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선교사로서 수기를 쓴다니…. 하지만 구원받았을 때를 기억하며 간증을 적기 시작하니 어느새 마음이 기쁨과 행복으로 가득 찼고, 감사에 흠뻑 젖어 한나절을 보낼 수 있었다. 나같이 비천한 사람을 인도해 주신 하나님의 크신 은혜와 사랑에 한없는 감사를 드리며 간증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면 왜 나와 우리 가족을 이렇게 힘들게 하시지?’
내가 부모님을 따라 교회라는 곳에 처음 갔던 날의 기억은 이렇다. 유치원에 다닐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에 들어갔는데, 얼마나 무섭고 두렵던지! 안 들어가겠다고 소리치며 울다가 결국 집으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에 내 성격은 극히 내성적이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해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수줍고 어색해서 소변이 마려워도 화장실에 갈 수 없었다. 수업 시간에 손을 들고 “화장실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부끄럽고 창피해서 참고 있다가 바지에 싸버렸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저 평범하고 조용하게 지내는 아이였다.

초등학생 시절에 친구와 함께

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식당을 운영하셨다. 여러 사람들에게서 돈을 빌려서 한식당을 차리셨는데, 처음에는 잘되는 듯하다가 점점 어려워지더니 결국 빚만 지고 1992년에 문을 닫았다. 그로 인해 부모님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고, 친척들과 지인들에게서 돈을 빌려 사업을 했던 관계로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과 오랫동안 돈 문제로 갈등했다. 우리 가족은 빚쟁이들을 피해 여러 번 이사를 다녔다. 부모님은 식당을 정리한 후에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러 다녔는데, 어느 날부턴가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평소에 죄 문제로 고통하며 하나님을 간절히 찾던 아버지는, 여러 교회를 옮겨 다니다가 사업으로 마음이 더욱 어려워지자 아예 집을 나가 기도원을 이곳저곳 찾아다녔던 것이다. 나는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아버지는 기도원을 전전하며 지내시고 어머니는 새벽부터 일하러 나가셨기에 아침에 학교에 가려고 일어나면 집에 아무도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나는 아침에 도시락을 싸는 일부터 시작해 청소, 빨래까지 온갖 집안일을 했고 공과금도 챙겨야 했다. 수도세와 전기세, 전화세를 내지 못해 날아온 독촉장을 보며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형은 가난을 이겨내려면 공부밖에 길이 없다고 하며 공부에만 매진했는데, 집에 있으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나를 자주 때렸다. 원래 말이 없던 나는 말수가 점점 더 적어졌고, 가난한 형편이 부끄러워 집에 친구들을 데려오지 않다 보니 친하게 지내는 아이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우울증이 있었던 것 같다. 비가 오거나 집에 혼자 있는 날이면 이유 없이 울기도 했고, 미래가 막막해 자살도 여러 번 생각했다.
아버지가 계시다는 기도원에 찾아가 본 적이 있는데, 그곳에서 사람들이 밤마다 죄 문제로 울부짖고 있었다. 지은 죄를 낱낱이 적은 종이를 모닥불에 태우며 “하나님이 우리의 모든 죄를 이렇게 다 태우시고 사하셨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목사님이나 교인들을 보면 이상하게 여겨져 오히려 하나님을 향해 마음이 닫혔다.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면 왜 나와 우리 가족을 이렇게 힘들게 하시지?’라는 의문을 가진 채 부모님을 따라서 다니던 교회를 아무 생각 없이 다녔다.

빛 되신 말씀이 내 마음에 들어와
1년 넘게 집을 떠나 계셨던 아버지는 신학을 공부하던 중에 기쁜소식선교회의 성도 한 분을 만났는데, 그분과 신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 다른 주장을 하면서 다투었다. 아버지는 그분으로부터 박옥수 목사님이 ‘성막’을 주제로 설교하신 말씀 테이프를 받아 들었는데, 테이프와는 말싸움을 할 수 없으니 밤새 흘러나오는 말씀을 듣다가 죄를 사함 받으셨다. 아버지는 이후 박옥수 목사님을 만나셨는데, 그때 목사님이 아버지에게 “형제님은 가족이 있습니까?”라고 묻고 가족들에게 가서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아버지는 곧바로 집에 전화하셨다. 내가 전화를 받았는데, 아버지는 안부를 묻거나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집 근처에 있는 서울제일교회에 찾아가 목사님을 만나보라고 하셨다. 아버지가 간절한 마음으로 부탁하시기에 찾아가 보겠다고 대답하고 보니, 교회가 내가 다니던 원당초등학교 바로 맞은편에 있었다.
방과 후에 서울제일교회를 찾아가 목사님을 만나고 싶다고 했는데, 목사님은 부재중이셨고 연세가 많으신 할아버지 한 분이 오셔서 나에게 다짜고짜 앉으라고 하셨다. 할아버지는 성경을 펴고 나에게 말씀을 전해 주셨는데,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그날 저녁에 아버지가 오셨다. 아버지는 집에 오시자마자 형과 나를 서울제일교회에 다시 데리고 가셨다. 그날 이후 한 달 넘게 매일 교회에 가서 복음을 들었다. 구원에 대해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학교를 마치고 교회에 가서 제대로 된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교회에서 놀고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밥을 먹는 것 자체가 좋아서 계속 교회에 갔다. 사람들과 함께 있고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이 그리웠는지도 모르겠다.
매일 교회에 가서 성경공부를 하고 복음을 듣는데, 하루는 한 말씀이 마음에 들어왔다. “저희 죄와 저희 불법을 내가 다시 기억지 아니하리라.”(히 10:17) 이 말씀이 나로 하여금 예수님을 영접하게 했고, 내 인생 전체를 의롭고 거룩하게 만들어 주었으며, 하나님의 영광 가운데로 들어가게 했다. 항상 어둡고 우울했던 내 마음에 빛 되신 말씀이 들어와 나를 변화시켰고 내 삶을 이끌어 가기 시작했다.

교회에 잠깐 머물면서 상담하려고 했는데…
구원받은 후 서울제일교회에 다니며 신앙생활을 했다. 하나님이 나에게 일하셨지만 사탄도 내 마음에 끊임없이 욕망과 유혹을 넣어 주어 세상을 향하게 했다. 그래서 중·고등학생 시절에 교회 안에서는 조용한 형제로 지냈지만 학교에서는 교회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이중적인 삶을 살았다. 우리 반 친구들은 내가 기독교인인 걸 전혀 몰랐다. 가족들에게 마음을 붙이지 못했던 나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이었음에도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술 담배를 하고 매일 당구장과 노래방에 가서 살았다. 그렇게 사는 동안 하나님이 두렵기도 했지만 마음에서 하나님을 무시하고 육신을 즐기려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교회를 다닌다는 한 친구가 나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승윤아, 너 교회 다녀?”
“응…. 교회 다니지….”
친구가 내 대답을 듣더니 묻기 시작했다.
“너 구원받았어?”, “언제 구원받았어?”, “너는 죄인이야, 의인이야?”, “구원받은 간증 좀 해봐라.” 등의 질문을 하는데, ‘어? 이건 내가 물어야 할 말들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나에게 말을 건 친구는 안승우라는 학생이었는데, 나는 승우의 질문에 답하면서 어떻게 구원받았는지에 대해 간증하고 말씀도 전했다.
승우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에 신앙에 대한 회의와 죄책감에 시달리다가 나를 기억하고 우리 교회 위치를 알아내 찾아왔는데, 목사님과 상담을 나누며 복음을 듣고 구원받았다. 승우는 이후 교회와 연결되어 신앙생활을 하다가 단기선교를 다녀왔고, 마하나임신학교를 졸업한 뒤 현재는 우크라이나 하리코프교회에 선교사로 파송받아 복음을 전하고 있다.

   좌) 교회로 이끌어 주신 아버지                우)서울제일교회 전도사였던 전희용 선교사와

하나님은 욕망에 이끌리던 내 모습과 상관없이 당신의 분명한 계획대로 나를 인도하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가고 싶었지만 지원한 대학에서 모두 떨어졌다. 지방 대학에 가야 할지 재수를 해야 할지를 두고 고민하다가 처음으로 담임 목사님과 진지하게 상담을 나누었는데, 목사님이 “너는 다른 것보다 신앙을 배워야 해.”라고 하시면서 이틀 정도 교회에 머물면서 장래에 대해 기도해 보자고 하셨다. 그런데 이틀 후에 목사님이 다른 도시에서 열리는 성경세미나에 강사로 가셨다. 특별한 말씀을 하지 않고 가셔서 집에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전도사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승윤아, 목사님이 너 집에 가지 말고 교회에서 지내면서 신앙훈련을 받으라고 하시던데?” 교회에 잠깐 있으면서 상담하려고 했다가 2년을 머물게 되었다.
내 마음에는 신학교에 가고 싶다거나 전도자가 되고 싶은 소망은 없었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특별히 없었고 ‘대학을 졸업하고 그냥 직장생활 하면 되지 않겠나?’ 하는 막연한 마음만 있었는데, 2년이라는 시간을 교회에서 지내게 된 것이다. 교회에서 훈련을 받는 삶은 그다지 쉽지 않았다. 신앙을 배우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기에, 많은 모임에 참석하고 교회 청소, 예배 준비, 잔심부름 등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렇게 지내는 것이 점점 싫어져 반항하는 마음이 커져갔다. 여러 번 교회에서 도망쳐 집에 돌아가기도 했다. 나를 구원하신 예수님의 사랑에 잠겨 어느 위치에서든 감사하며 사는 것보다 뭔가 그럴 듯하게 보이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집에 간 나를 받아주지 않았다. “나는 내 아들을 하나님께 바쳤는데, 너는 대체 누구냐? 우리 집에 왜 모르는 사람을 재워줘야 하지?”라고 하셨다. 한번은 밤새 거리를 배회하다가 친구들에게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친구 집을 찾아가는 중이었는데, 멀리서 술에 취해 방탕한 모습을 하고 있는 친구들이 보였다. 하나님이 그때 나에게 두려운 마음을 주셨다. ‘지금 저 친구들에게 가면 평생 죄에 끌려 다니겠구나!’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하나님이 여러 가지 사건과 문제를 통해 내 모습을 보여주시면서 나를 부끄럽게 하셨다. 그제야 목사님이 왜 교회에서 신앙훈련을 받으라고 하셨는지 알 것 같았다. 하나님은 당신의 은혜로 나를 교회에서 지내게 하시며 내 마음에 당신의 말씀이 심길 수 있게 일하셨다. 당신의 말씀으로 내 인생을 이끌어 가실 준비를 하신 것이다.

친구인 안승우 우크라이나 선교사 가족    우)우승윤 선교사 가족(왼쪽부터 성아, 성희, 서유진 사모, 성은)

‘아, 하나님이 나를 새로운 길로 이끄시겠구나!’
2001년 어느 날 예레미야 성경을 읽던 중에 내 인생을 하나님께 맡기도록 하는 말씀을 만났다. “여호와여, 내가 알거니와 인생의 길이 자기에게 있지 아니하니 걸음을 지도함이 걷는 자에게 있지 아니하니이다.”(렘 10:23) 인생의 길이 자기에게 있지 않다는 말씀이 내 마음에 임하면서 내가 내 인생을 어떻게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말씀과 다른 허무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또 잠언 16장 9절의 “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 걸음을 인도하는 자는 여호와시니라.”라는 말씀도 내 마음을 강하게 두드렸다. 하나님은 이 두 말씀으로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승윤아, 네가 네 인생을 계획하거나 어떻게 바꾸어 보려고 노력하지 마. 내가 이끌어 줄게. 내가 네 삶 속에서 선하게 일할게.”
하나님의 말씀이 세상과 욕망을 향해 가던 나를 이끌어 복음을 향하게 했고, 내 속에 계속해서 하나님의 마음을 넣어 주었다. ‘아, 하나님이 나를 새로운 길로 이끄시겠구나! 하나님이 분명히 내 인생을 말씀대로 이끄셔서 복되게 하시겠구나!’라는 마음이 밀려오면 내 연약함과 상관없이 소망스러웠다. 그리고 얼마 후에 선교회 안에 단기선교 프로그램이 생겨 단기선교사를 모집한다고 했다. 하나님은 그때부터 나를 아프리카로 이끌기 시작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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