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도자기
대단한 도자기
  • 이가희
  • 승인 2017.03.03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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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옛적에 부자 대감이 살았어요. 대감은 값비싸고 진귀한 물건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사랑방에 둔 도자기 두 점을 각별히 아꼈어요. 한번은 아들이 사랑방에서 놀다가 도자기를 건드려서 깨뜨릴 뻔했어요. 대감이 얼마나 나무라며 호통을 쳤던지, 아들이 다시는 사랑방에 들어가지 않을 정도였어요. 여자 하인들은 돌아가며 그 방을 청소할 때마다 마음을 졸이곤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하인들 중에 가장 나이 많은 할멈이 사랑방 청소를 하게 되었어요.

“어휴, 무서워라. 도자기를 깨는 날에는 죽은 목숨이니 도깨비보다 더 무섭네 그려.”

할멈은 조심조심 걸레질을 했어요.

“휴, 다 했다.”

청소를 다 끝낸 할멈은 긴장이 풀려 자기도 모르게 기지개를 켰어요. 그러다가 그만 도자기를 툭 치고 말았어요.

“쨍그랑!”

도자기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났어요.

“아이고, 이를 어째! 이제 난 죽었네.”

할멈의 울음소리가 온 집 안에 울려 펴졌어요. 안방에 있던 마님이 깜짝 놀라서 사랑방으로 달려왔어요.

“세상에, 어쩌다가 이걸!”

마님은 정신을 가다듬고 할멈을 달랬어요. 그리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무릎을 치며 말했어요.

“할멈, 내가 알아서 할 테니 할멈은 걱정 말고 방에 가 있어요.”

저녁때가 되어 집에 돌아온 대감은 사랑방에 도자기가 깨진 것을 보고 소리쳤어요.

“여봐라! 누구 짓이냐? 당장 나오거라!”

그러자 마님이 사랑방에 들어와 납작 엎드려 말했어요.

“대감, 제가 죽을죄를 지었어요. 오랜만에 사랑방 청소를 하려다가 그만….”

대감은 화가 치밀어 얼굴이 벌개졌어요. 그런데 갑자기 마님이 나머지 도자기를 집어 들더니 마당으로 휙 던졌어요. 대감이 깜짝 놀라 물었어요.

“지, 지금 뭐하는 짓이오?”

“나머지 도자기를 그대로 두면 누군가 청소하다가 깨뜨려 경을 칠 것이 아닙니까? 그러느니 어차피 죽을 목숨인 제가 깨뜨리고 누군가 받을 벌까지 대신 받고 죽겠습니다.”

그제야 대감은 집안사람들이 도자기 때문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알았어요.

“도자기 때문에 모두들 마음고생이 심했나 보구려. 내가 도자기보다 사람이 더 귀한 것을 몰랐소. 이제 노심초사할 도자기가 없어졌으니 마음 편히들 살라고 하시오.”

마당에 서서 대감과 마님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하인들이 절을 꾸벅하며 고마워했어요. 할멈은 연신 절을 올리며 가슴을 쓸어내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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