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아니라면 얻을 수 없는 행복
하나님이 아니라면 얻을 수 없는 행복
  • 김주원 기자
  • 승인 2017.03.29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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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에세이

 

결혼 2년 만에 이혼을 맞게 된 나는 돌 지난 아이를 데리고 친정 엄마에게 갈 수밖에 없었다. 아이를 두고 일을 나가야 했기 때문에, 잠시라고 생각했던 엄마와의 동거 생활은 두 살배기 아이가 열 살이 넘기까지 긴 시간 이어졌다. 친정 엄마와 같이 산 10여 년 동안 많이도 싸웠다. 아이를 키워 주기에 물질로 충분히 보상하고 있다는 딸과 힘들게 손녀를 돌보면서도 돈을 받아 쓴다는 것 때문에 눈치를 봐야 하는 엄마와의 갈등 때문이었다.
결혼 전에도 내가 하는 사업이 잘되었지만 이혼한 후에도 여전히 사업이 잘되어 주변 친구들은 쉽게 만져보지 못할 만큼 돈을 벌었고, 경제적 여유가 늘 있었다. 건설 사업도 시작하면서 그 분야의 전문가인 친오빠와 같이 일을 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쉽지 않았는데, 수익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삐거덕거리다 잦은 싸움이 이어졌다. 친정 엄마와 오빠와 나, 우리는 그렇게 감정의 골이 깊어져 자주 다투었다. “이제 평생 보지 마요.” “다신 보지 말자.” “그나마 엄마라도 살아 계시니까 그렇지, 아님 우리는 남보다 더 못해.” 서로의 가슴에 대못을 박으며 싸웠다. 14년을 서로에게는 상처를, 자신에게는 외로움을 더해 가며 살았다.
남편과의 사랑도, 가족과의 사랑도 모른 채 모든 사람을 미워함으로 나는 병들어 갔고, 자살의 그림자가 나를 에워쌌다. 2012년, 죽음의 그림자가 나를 삼키려 할 때 나는 박옥수 목사님을 만나 구원을 받았다. 구원받은 그날 밤, 예수님을 향한 감사에 눈물로 잠이 들었고, 그날 엄마와 오빠를 미워하는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후로 내 마음에는 엄마와 오빠를 향해 그칠 줄 모르는 미안함이 넘쳤다.
“엄마, 그동안 미안했어.” “그래, 알았다. 근데 무슨 일 있는 거니?” “나, 하나님 만났어. 엄마 미안했어요. 그동안.” 그날 이후 우리 가족은 서로 사랑했다. 서로 안부를 묻고, 서로 위하고, 서로 보고 싶어했다. 엄마도 일 년 뒤에 구원받으시면서 우리 모녀는 둘도 없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오빠와의 사이에도 돈독한 우애가 생겼다. 오빠는 어머니와 동생이 하나님을 믿고 행복해하는 것이 좋으면서도 늘 본인은 아직 하나님을 믿을 준비가 안 되었다고 그랬다.
하나님이 올해 신년사로 ‘이방의 빛이 되게 하셨다’는 말씀을 주신 이상 오빠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을 주저할 수 없었다. 지난 설에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 꼭 복음을 전하고 싶었다. 성경을 들고 앞에 앉는 동생에게 “다음에, 다음에” 하는 오빠. “한 시간만, 30분만”이라고 하는 나. 매년 그랬는데, 이번에는 오빠가 시간을 내주었다. 하나님을 만나 얻은 어머니와 동생의 행복을 깨고 싶지 않는 오빠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가족이 서로 위하며 행복한 시간들을 하나님이 아니라면 얻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오빠는 알고 있었다.
그날 오빠는 복음을 듣고 구원을 받았다. 엄마와 나처럼 뜨겁고 눈물겨운 순간은 아니었지만, 오빠는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설 연휴가 끝나고 출근하는 길에 주일예배 때 박 목사님이 전하신 말씀을 다시 들었다.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시면 나는 작은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돈도 잘 벌지 못하고 말단 직원으로 일할지라도, 나아만 장군의 계집종이 그 집에 무슨 덕을 끼칠까 싶어도 그 집에서 모든 근심을 잠재우고 모든 슬픔을 가라앉히고…. 돈으로 권세로 지위로 할 수 없는 일을 작은 계집아이가 이루는데, 그게 너무 신기합니다.”
오빠는 하는 일이 잘되고 성품도 선해서 죄에 눌려 살아 본 적도 없고 건강도 문제가 없다 보니 복음이 작은 듯해 보였지만, ‘돈이나 권세로 어찌할 수 없는 순간에 복음이 오빠에게 가장 귀한 생명이 되겠구나.’ 하는 소망이 되었다. 또, 내 삶이 어렵고 누추해 보여도 복음을 전하는 귀한 직분을 가졌다고 생각하니 발걸음조차 절로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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