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수표
어머니와 수표
  • 이가희
  • 승인 2017.03.31 17: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산골 마을에 홀어머니와 아들이 살았어요. 산골 마을에는 농사지을 땅도 귀하고 돈을 벌 만한 일이 없어서 어렵게 살았지요. 아들은 점점 늙어가는 어머니를 보며 걱정에 잠겼어요.

“어머니가 너무 고생하시는데 어쩌지?”

하루는 아들이 어머니에게 말했어요.

“어머니!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제 마음이 너무 아파요. 이제 저도 다 컸으니까 제가 돈을 벌어서 어머니 호강시켜드릴게요.”

며칠 뒤, 아들은 어머니를 뒤로 하고 집을 떠나 서울로 갔어요.

 아들이 서울에 간 지 서너 달 쯤 지났을 때, 마을 이장님이 어머니를 찾아왔어요.

“아주머니! 편지 왔어요. 서울서 아들이 편지를 보냈네요.”

“아이고, 우리 아들이 편지를? 얼른 읽어봐요.”

이장님은 글을 모르는 어머니 대신 편지를 읽어내려 갔어요.

‘어머니, 그동안 별고 없으시지요?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서울 와서 일자리를 찾느라 애먹었는데, 다행이 좋은 분을 만나 큰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이제 월급을 받아서 돈을 보내드릴 수 있네요. 이 돈으로 좋은 옷도 사 입으시고 맛있는 것도 사 드세요. 어디 편찮으시면 참지 마시고 이 돈으로 병원에도 가시고요. 또 보내드릴 테니까 아끼지 말고 즐겁게 지내세요.’

“아이고, 아들 하나 잘 키우셨습니다. 부럽네요.”

“암만요. 우리 아들이 최고지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장님이 돌아가고 어머니는 봉투 안을 들여다보았어요.

“얼마나 보냈나?”

그런데 돈은 없고 웬 허연 종이만 한 장 들어 있는 거예요.

“엥? 이게 뭐야? 돈을 보낸다더니 깜빡한 모양이구만.”

어머니는 편지와 하얀 종이를 장판 밑에 넣어 두었어요.

한 달이 지나 또 아들에게서 편지가 왔어요. 이번에도 돈은 없고 글씨 쓴 편지지와 종이만 한 장 들어 있었어요.

“이놈이 객지에서 고생이 심한가보구먼. 돈을 넣지도 않고 보냈다고 하고….”

그 다음 달에도, 또 그 다음 달에도 아들은 편지와 하얀 종이만 보내왔어요. 그러기를 수차례, 어머니는 돈을 보내겠다고 해 놓고 천 원짜리 한 장 보내지 않는 아들 때문에 속이 상했어요.

“에휴, 기침이 심해서 병원에 갔으면 좋겠는데 돈이 한 푼도 없으니…. 콜록 콜록!”

 

그렇게 2년의 세월이 흘러 드디어 아들이 고향에 돌아왔어요. 아들은 집을 향해 산길을 오르며 즐거운 생각을 떠올렸어요.

‘그동안 보내드린 돈으로 잘 지내고 계시겠지? 얼굴도 좋아지시고, 살림살이도 많이 늘었을 거야. 이런 효자가 어디 있냐며 얼마나 흐뭇해하실까?’

아들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어요.

아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섰어요. 그런데 이게 웬일? 어머니는 여전히 허름한 옷을 입은 채 다 쓰러져가는 집 마루에 앉아 옷을 깁고 있었어요. 깊은 기침을 연달아 하는 어머니의 얼굴은 수척하기 이를 데 없었어요.

“어머니! 저 왔어요.”

“에구머니! 이게 누구냐? 내 아들 왔구나! 서울서 고생이 많았지?”

“고생은 어머니가 하셨죠. 그런데 어머니, 제가 보내드린 돈은 어쩌고 이렇게 어렵게 지내세요?”

“뭐라고? 돈을 보내겠다고 말만 하고 한번을 보내주지도 않고선 그게 무슨 소리냐?

“어머니, 제가 매달 월급받아서 꼬박꼬박 보내드렸잖아요!”

“예끼, 이놈아! 돈은 무슨 돈? 매번 허연 종이만 보내놓고 무슨 소리냐?”

 

“허연 종이요?”

“그래, 편지는 이장님이 읽어줘서 소식 잘 들었다. 그런데 돈은 없고 매번 허연 종이만 한 장 들어있더라.”

그 순간 불안한 생각이 아들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어요.

“그, 그러면 제가 보내드린 종이를 어, 어떻게 하셨어요?”

“아궁이 불쏘시개로…”

“네에?”

“아궁이 불쏘시개로 쓰려다가 장판 밑에 모아두었다.”

아들이 얼른 방으로 들어가 장판을 들어 올리자 곰팡이 슨 편지와 수표가 방바닥에 납작하게 눌려 있었어요.

“어머니, 이게 다 돈이에요. 이거 한 장이면 만 원짜리가 열 개, 천 원짜리가 백 개나 다름없어요.”

아들은 수표를 가지고 읍내에 나가 은행에서 돈으로 바꿔서 어머니에게 보여드렸어요. 그리고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도 가고 새로운 옷도 사드렸지요. 어머니는 좋아서 어쩔 줄을 몰랐어요.

“그 종이가 이렇게 큰돈일 줄이야! 진작 알았다면 고생을 안했을 텐데.”

어머니는 아들이 사준 살림살이를 양손 가득 들고서 아들과 함께 집으로 향했어요.

 

<생각해 볼까요>

* 편지에 계속 돈이 안 들어 있는 것을 보고 어머니 마음은 어땠나요?

* 집에 온 아들은 어렵게 사는 어머니를 보고 왜 깜짝 놀랐나요?

* 여러분은 예수님을 얼마큼 의지하고 있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