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발견한 보석들
아프리카에서 발견한 보석들
  • 우승윤(기쁜소식잠비아루사카교회)
  • 승인 2017.05.31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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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수기 제5화
 

‘아프리카에서 가장 아름답고 귀한 것은 무엇일까? 아니, 세상에서 가장 복되고 귀한 것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본다. 세상의 어떤 보석과 값진 무엇보다 말씀을 듣고 마음을 바꾸는 사람만큼 아름답고 귀한 것이 있을까? 세상에서 가장 밝게 빛나고 가치 있는 보석은 말씀으로 변화한 그리스도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아프리카에는 그런 보석들이 수많이 묻혀 있다.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사람들
잠비아는 기독교 국가이며 기독교 인구의 절반 정도가 천주교인이다. 그리고 기독교인들 중에는 안식일 교인과 여호와의 증인들도 많아 동네 골목마다 안식일 교회와 여호와의 증인 교회가 상당히 많다. 길을 가다 안식일 교인과 여호와의 증인들을 만나 성경 말씀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자주 부딪히고 변론할 때가 많다. 처음에는 그들을 피해서 전도하고 싶은 마음도 많았는데, 길에서 만나는 사람 10명 가운데 절반은 그 교회에 다니는 사람들이라 그렇게는 할 수 없었다.
한번은 박옥수 목사님께 여쭈었다.
“목사님, 잠비아에는 안식일 교인들과 여호와의 증인들이 아주 많고 그들과 교제하다 보면 항상 다투기만 하고 구원은 잘 받지 않습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성경에 대한 열정과 하나님을 향한 충성심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죄 사함의 구원만 받으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사람들이야!”

만날 때마다  논쟁하던 청년 러브딜

 

하루는 단기선교사들의 초청으로 러브딜이라는 청년이 교회에 왔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안식일 교회에 다녔고, 그 외에도 여러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청년이었다. 성경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아 교회에 온 첫날부터 나와 교제하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반박했다. 저녁마다 교회에 찾아와 성경에 대해 논쟁하다 보니 나중에는 ‘어차피  내가 전하는 말씀은 듣지도 않고 논쟁만 할 거면 교회에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반박을 받던 나는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어느 날은 그의 질문과 상관없이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그는 계속 질문했지만 내가 계속 복음을 전하자 질문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 이야기를 듣기 시작했다. 그리고 요한일서 1장, 히브리서 4장, 고린도전서 3장에 대해 몇 가지 질문을  더 하더니 구원을 확신했다. 지금까지 많은 교회에 다니며 지식과 교리를 배웠지만 자신은 죄가 있어 지옥에 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오랫동안  마음을 짓눌렀다며 복음을 듣고 죄와 그 생각에서 벗어나 아주 기뻐하고 감사해했다.
다음날, 러브딜은 친구를 데려와 복음을 전해 달라고 했다. 그 친구는 동네에서 유명한 건달로, 아버지가 문란한 생활을 하여 술과 담배에 젖어 사는 청년이었다. 그도 오랫동안 여호와의 증인 교회를 다녔지만 죄와 욕망에 끌려 다니며 방황하고 있었다. 나는 3일간 그에게 복음을 전했고, 그 역시 구원받고 현재 교회와 함께하고 있다.
러브딜은 복음을 받아들인 뒤부터 매일 사람들을 만나 전도하는 삶을 살았다. 예전의 자신처럼 논쟁하는 사람을 만나 다투기도 하고, 이단 교회에 다닌다고 가족들이 핍박도 했지만 죄에서 구원받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굉장히 행복해했다.
러브딜은 월급을 많이 받으며 NGO 단체에서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고, 공군에 장교로도 입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인도를 따라 선교학교에 들어왔다. 지금은 목사가 되어 복음을 섬기고 있고, 그가 데려왔던 친구는 지역 교회에서 집사로서 복음을 섬기고 있다.


술 마시던 청년 버나드가 복음 전도자로

 

어느 날은 버나드라는 청년이 단기선교사와 같이 교회에 들어왔다. 눈은 충혈되고 술 냄새가 심했다. 동네에서 흔히 보는 일하기 싫어 게으름만 피우고 매일 술만 마시는 청년 같았다. 교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 술이 깨고 정신이 온전할 때 오라고 하며 그냥 돌려보냈다. 그런데도 버나드는 늘 술에 취해서 교회에 왔다. 그런 상태에서 교제하다 보니 나도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주일 예배에 초청하며 술을 마시지 말고 오면 좋겠다고 다시 한 번 조언하고 돌려보냈다. 그런데 역시나 버나드는 주일 예배 때에도 술에 취해 충혈된 눈으로 의자에 삐딱하게 앉았다. 예배를 마치고 내가 평상시에 교제하던 다른 청년과 장년에게 복음을 전하려고 하자 버나드가 중간에 끼어 앉는 것이 아닌가. 여전히 술 냄새를 풍기며 삐딱하게 앉았다. 나는 일부러 양 옆에 앉은 사람들만 쳐다보며 성경을 펴서 복음을 전했다. 그러자 버나드의 자세가 점점 달라졌다. 고개를 좌우로 돌려가며 성경을 보며 끝까지 말씀을 경청했다. 내가 복음을 다 전하고 양쪽에 앉은 사람에게 ‘여러분은 죄가 있습니까?’ 하고 질문하자 대답이 확실하지 않았다. 나는 다음주에 다시 교제하자고 했다.
일주일 뒤, 나와 만나기로 약속한 두 사람은 오지 않고 버나드가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간증 시간에 나와 놀라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저는 어려서부터 여호와의 증인 교회에 오래 다녔습니다. 고등학생 때에는 유혹을 이길 수 없어서 죄에 깊이 빠졌습니다. 선하게 살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더욱 술과 담배 등의 유혹에 빠질 뿐이었습니다. 나중에는 아예 공부도 안 하고 신앙도 안 하고 인생을 포기하고 술을 마셨습니다. 밥도 거의 먹지 않고 술만 마셨습니다. 그때 이 교회를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외국인 선교사에게 돈이나 받아서 술을 마셔 보려고 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 개인 상담 시간에 죄와 율법에 대한 말씀을 들으며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씀이구나’ 하고 마음이 열렸고, 확실히 구원받았습니다. 이제 저는 의인이 되었습니다. ‘나도 이제 하나님의 아들이 되었구나’ 하는 마음이 들자 자연스럽게 술이 멀어졌습니다.”
버나드는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선교학교에 들어와 훈련을 받았다. 훈련 중에 도망가기도 하고 시험에 들어 다시 술을 마시기도 했지만, 하나님의 권고하심과 인도하심으로 술과 위궤양에서 벗어나 현재는 복음 전도자로 주의 일을 하고 있다.

행복하게 복음을 전하셨던 나메보 목사
2007년, 아무것도 갖춘 것은 없었지만 교회의 인도를 따라 마하나임신학교를 시작했다. 여러 지역에서 200여 명의 목회자들을 초청하여 3일간 캠프를 열었다. 복음을 전하자 반발하는 목회자들도 많았지만 마음을 돌이켜 복음을 받아들이는 목회자들도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긴 했지만 우리에게 전적으로 속하지는 않았다. 캠프를 마친 후 목회자들이 계속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무료 마하나임 수업을 열었다. 매달 40여 명의 목회자들이 꾸준히 와서 수업을 들었다. 그 가운데 내 마음에 남는 나메보 목사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는 평생 공군 부사관으로 근무하며 방탕하게 살았다. 첫 번째 부인을 잃고 재혼한 뒤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부터 하나님을 찾고 찾다가 목사가 되었다. 막상 목사가 되어 설교는 하지만 죄 때문에 고통하며 진리의 말씀을 찾던 중 우리 교회를 만난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 교회를 오해하고 대적했지만, 계속 말씀을 듣던 중에 복음을 받아들여 구원받았다. 자신의 교회 리더와 부인도 우리 교회에 데려와 복음을 듣게 하여 그들도 구원받았다.

 

나메보 목사님이 목회하는 교회는 오순절 계통의 교회로 성도가 25명 가량인 시골의 작은 교회였는데, 목사님이 구원받고 1년 후 정식으로 우리 선교회에 속하기로 결정하셨다. 우리는 그 교회에 자주 가서 말씀을 마음껏 전했다. 
그런데 나메보 목사님은 건강이 아주 안 좋으셨다. 특히 간이 안 좋아 복수가 차고 에이즈 때문에 몸이 많이 쇠약하셨다. 목사님은 구원받으신 후 그 기쁨이 커서 복음을 전하고 싶어 했지만 건강 때문에 무척 안타까워하셨다. 그래서 자신의 집을 우리 교회에 드려 그곳에서 교회를 시작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배려해 주셨다. 자신의 땅도 팔아 교회 건축을 위해 헌금도 하시는 등 복음 앞에 자신을 다 드리며 사셨다. 부모님이 안 계신 젊은 현지 사역자들을 위해 결혼도 주선하고 아들뻘 되는 나를 마음으로 섬겨 주셨다.

복음을 전하고 오고 싶습니다
하루는 나메보 목사님이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나를 찾아오셨다. 몸이 불편하긴 하지만 움직일 수 있을 때 사역자와 함께 무전전도여행을 가서 마음껏 복음을 전하고 싶다며 허락해 달라고 하셨다. 건강이 좋지 않았기에 나중에 가시라고 극구 만류했지만, 목사님은 지금 꼭 가고 싶다고 하셨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허락해 드렸다. 그리고 기도해 드렸다. 나메보 목사님은 일주일 간 멀리 북쪽 지방에 가서 복음을 전하고 돌아와서 굉장히 기뻐하며 간증하셨다. 우리가 가진 복음이 굉장히 귀하고 사람들이 구원받는 것을 보니 가슴이 벅찼다며 무척 행복하게 간증하셨다.
그리고 내게 다시 부탁하셨다. 이번에는 남쪽 지방으로 무전전도여행을 다녀오고 싶다고 하셨다. 무척 가고 싶어하셨기에 다시 보내드렸다. 이틀 뒤 목사님이 내게 전화하셨다. “어디를 가 봐도 우리가 가진 이 복음이 없습니다. 저는 복음 말고는 아는 것이 없는 사람인데....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는 우리 가족과 친척들이 모여 사는 뭉구(수도 루사카에서 700킬로미터 떨어진 도시)에 가서 복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나메보 목사님의 유언
목사님이 전도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신 날, 같이 동행했던 사역자 러브딜이 내게 찾아와 간증했다. “나메보 목사님은 지나가는 차를 잡기 위해 같이 뛰기도 하고 굶기도 하셨지만 복음을 전하실 때 무척 기뻐하셨습니다. 굉장히 감사해하셨습니다.”
다음날 나메보 목사님이 시무하는 교회의 부인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목사님이 전도여행에서 돌아오신 후 다음날 오후 늦게 소파에 앉아 코를 골며 주무시다가 평안히 하나님께 돌아가셨습니다.”
갑작스런 소식에 너무 당황하고 놀랐다. 밤에 급히 차를 몰고 병원에 달려갔지만 영안실에 누워 계신 목사님을 뵐 수밖에 없었다. 부인회장은 목사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미리 유언을 남겨 놓으셨다며 내게 이야기해 주셨다.
“내가 죽으면 재산 배분 때문에 친척들이 다툴 것이다. 다른 건 다 가져가도 교회에 드린 내 집은 절대 건드리지 말거라. 구원받지 않은 가족들이 많은데 우리 가족들에게 복음을 전해 주길 바란다.”
유언은 아주 간단했다.
나메보 목사님의 장례식에 뭉구 지방에 사는 친척들이 참석했다. 나는 목사님의 유언대로 목사님 집에서 한 번, 장례식 때 또 한 번 자세히 복음을 전했다. 목사님은 돌아가셨지만 그로 말미암에 친척들이 복음을 들을 수 있었다. 그 가운데 지금 조카 부부가 지역 교회에서 집사로 복음을 섬기고 있다.
‘잠비아’라는 이름은 국토의 중심에 흐르는 잠베지 강의 이름을 따서 지었고, ‘나미비아’라는 나라는 ‘아무것도 없는 땅’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프리카는 겉으로 보면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땅이지만 지하자원이 굉장히 많다. 깊이 파고 들어가면 다이아몬드, 구리, 우라늄 등의 자원이 나온다. 마음에 그리스도의 마음이 심겨지면 누구보다도 빛나고 귀한 보석이 되는 아프리카. 이곳은 하나님이 복음을 전하시기 위해 모든 것을 예비해 놓으신 어느 대륙보다 귀한 땅임을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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