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품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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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가희
  • 승인 2017.06.08 11:4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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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고을에 부자어른이 살았습니다. 넓은 땅에 커다란 집을 짓고, 논과 밭도 많아서 하인들을 많이 거느리고 사는 부자였습니다.

“흐아암∼ 잘 잤다. 마당 좀 쓸어 볼까아아아아아악!!”

하루는 마당을 쓸러 나가던 마당쇠가 대문을 열고 깜짝 놀라 뒤로 자빠지고 말았습니다.

“어이쿠! 이게 누구래?”

대문 밖에 한 총각이 쓰러져 있었던 것입니다.

“이봐! 왜 여기 누워 있나? 정신 좀 차려 봐!”

마당쇠가 총각을 흔들어 보았지만 총각은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주, 주, 주인어른! 여기 좀 나와 보세요!”

마당쇠의 호들갑에 부자어른이 마당으로 나왔습니다.

“아침부터 웬 호들갑이냐?”

“대… 대문에, 사… 사, 사, 사, 사람이!”

마당쇠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허름한 옷을 입은 총각이 쓰러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왜 이곳에…? 어서 방에 눕히거라!”

부자어른은 하인들을 불러 총각을 방으로 옮기고 보살피게 했습니다.

한참 뒤, 총각이 뒤척이며 정신을 차렸습니다.

“여, 여기가 어딥니까?”

“어디긴, 부자어른 사랑방이지.”

총각이 정신을 차렸다는 소리를 듣고 부자어른이 방에 찾아왔습니다.

“너는 누구며, 대체 어찌 된 일이냐?

“저는 북방에 살았는데 오랑캐들에게 집과 가족을 잃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겨우 이 마을에 들어와 어르신 집 앞에 쓰러졌던 모양입니다. 폐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쯧쯧쯧! 안됐구나!”

“얼른 일어나 가보겠습니다.”

“네 이름이 뭐냐?”

“돌쇠입니다.”

“갈 곳도 없는 모양인데 이제부터 우리 집에서 지내거라.”

“네에?”

“마당쇠랑 문간방에서 지내면서 집안일도 돕고 농사일도 거들면 되지 않겠느냐?”

돌쇠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날부터 돌쇠는 부자어른 집에서 다른 하인들과 같이 일을 거들며 지냈습니다.

 

한 해, 두 해가 지나고 돌쇠는 사랑채 신발을 정리하다가 방 안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영감! 어쩌다가 그런 죄를…?”

“에휴, 내가 반역에 엮일 줄이야….”

“그나저나 곤장 20대를 어떻게 견디시려고 하십니까?”

“그러게 말이야. 이 나이에 곤장을 맞았다가는 뼈도 못 추릴 게 뻔하니, 원.”

부자어른이 곤장 20대를 맞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돌쇠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하인들이 마당 한켠에 모여 수군대고 있었습니다.

“곤장 20대를 맞으면 어떻게 돼?”

“살이 다 터지고 너무 고통스러워서 정신을 잃기도 한 대.”

“어휴, 끔찍해. 우리 주인이 잘 버티셔야 할 텐데.”

“이 바보야! 저 연세에 어떻게 버텨? 두 대만 맞아도 그 자리에서 돌아가실 거야.”

“뭐? 그럼 어떻게 해?”

“듣자하니 매품팔이라는 게 있다던데…”

“아이고야! 그 끔찍한 곤장을 누가 대신 맞아준다냐? 나는 못한다.”

“그렇지. 목숨을 내놓고 대신 맞기가 쉽지 않지.”

하인들의 이야기를 듣던 돌쇠는 부리나케 관가로 달려갔습니다.

“나리, 저희 주인어른 대신 매를 맞으러 왔습니다.”

돌쇠는 부자어른과 자기 이름을 대고 매를 대신 맞겠다고 청했습니다. 커다란 매가 볼기짝을 찢을 듯이 내리쳤지만, 부자어른에게 받은 은혜를 생각하며 한 대 한 대를 맞아나갔습니다. 드디어 20대를 맞은 돌쇠는 겨우 겨우 기어서 집에 가 몸져눕고 말았습니다.

다음날, 부자어른은 매를 맞을 기한이 다 되어 죽을 준비를 하고 관가로 찾아갔습니다.

“이보시오. 아랫마을에서 온 아무개요. 오늘 곤장을 맞으러 왔소.”

“뭐요? 아무개라면 곤장 형이 이미 끝났는데요?”

“무슨 소리요? 내가 이제 맞으러 왔는데.”

“여기 장부를 보시오. 20대 곤장 형을 다 치렀다고 적혀 있지 않습니까?”

“엥? 어찌된 것이지?”

그때 지나가던 다른 포졸이 말했습니다.

“아, 아무개 곤장은 어제 돌쇠라는 머슴이 와서 대신 맞고 갔소.”

“돌쇠라고요?”

“그렇다니까요. 어찌나 야무지게 매를 참던지….”

부자어른은 어리둥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쇠야! 돌쇠 어디 있느냐?”

마당을 쓸던 마당쇠가 놀라 주인어른을 맞았습니다.

“주인어른, 어떻게 이렇게 멀쩡하게 돌아오십니까?”

“돌쇠를 부르거라.”

“돌쇠는 어제 밖에 나갔다 와서는 몸져누워 있습니다.”

부자어른은 돌쇠의 방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돌쇠는 엎드려 진땀을 뻘뻘 흘리며 끙끙 앓고 있었습니다. 이불을 걷어내자 볼기짝이 퉁퉁 붓고 살점이 찢어져 피가 엉겨 있었습니다. 부자어른은 정신없이 앓고 있는 돌쇠를 내려다보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네가 나를 대신해서 매를 맞았구나! 난 그런 줄도 모르고 이제 죽었다 하고 있었는데, 내 벌을 대신 다 받아주다니! 고맙다, 정말 고마워! 내 목숨을 구해준 너는 이제 내 아들이다.”

그 뒤로 부자어른과 돌쇠는 아버지와 아들처럼 오순도순 정답게 살았답니다.

 

 

<생각해 볼까요>

* 부자어른은 대문 앞에 쓰러져 있는 돌쇠를 어떻게 했나요?

* 돌쇠는 왜 부자어른 대신 매를 맞았을까요?

* 여러분이 생각지 못한 고마웠던 일을 찾아 적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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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애 2019-09-10 10:13:55
돌쇠는 곤장 맞고 죽었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