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을 많이 해라"_예배당 건축 이야기
"고생을 많이 해라"_예배당 건축 이야기
  • 우승윤(기쁜소식잠비아루사카교회 선교사)
  • 승인 2017.06.29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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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수기 제6화
 

아프리카에 땅을 얻어 예배당을 짓고 힘 있게 복음을 전하자
2007년 5월, 하루는 한국에서 연락이 왔다. 박옥수 목사님이 설교 시간에 아프리카에 땅을 얻어 예배당을 짓고 힘 있게 복음을 전하자는 뜻을 말씀하셨다며, 한국 월드캠프에 오기 전에 땅을 알아보라고 하셨다. 당시 우리 교회에는 형제 자매들이 20명이 채 되지 않았고, 나는 건축이나 땅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땅을 알아보라는 말이 이해되지도 않고 마음에 받아들여지지도 않았다.
그러나 하나님은 내 마음에 이해는 안 되었지만 ‘땅을 알아보자’는 작은 마음을 넣어주셨다. 여기저기 물어서 알아 보니 루사카에 있는 땅은 시청에서 관리한다고 했다. 무작정 시청에 찾아가 땅 문서를 관리하는 직원에게 가서 다짜고짜 교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을 알아 보러 왔다고 말했다. 그는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어떤 사람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주며 이 사람이 땅을 많이 갖고 있으니 전화해서 알아보라고 했다.
직원이 알려준 번호로 연락해 주인을 만났고, 그의 안내로 땅을 보러 갔다. 땅은 1,300평쯤 되는데 주변에는 다른 건물이 거의 없고, 수도와 전기 시설도 없고 도로도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은 황무지 같은 곳이었다. 땅 값은 2천만 원 정도라고 했다. 조건만을 보면 누가 봐도 별 볼일 없는 땅일 텐데, 내 마음에는 땅을 본 그날 시편 89편 11절 말씀이 들어왔다. “하늘이 주의 것이요, 땅도 주의 것이라. 세계와 그 중에 충만한 것을 주께서 건설하셨나이다.” 하늘과 땅을 지으신 분이 그 모든 것의 주인이기 때문에 하나님이 그 땅을 우리에게 주시고자 하면  얼마든지 주시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그해 7월, 한국 월드캠프에 참석했다. 한국에서 한 달 가량 지내는 동안 아프리카에서 땅을 얻고 예배당을 건축하여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하나님의 종의 뜻을 여러 번 들을 수 있었다. 나는 박옥수 목사님께 잠비아에서 보고 온 땅에 대해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좀처럼 기회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출국을 앞두고 목사님께 인사드리러 갔을 때 잠깐 이야기를 꺼냈다. 그냥 간략하게 설명했을 뿐인데, 내 이야기를 들으신 목사님이 굉장히 기뻐하시며 땅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한국 교회에서 당장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지원금을 받아서 출국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피할 수 없도록 하셨다
한 달여 만에 잠비아에 돌아와 주인과 땅을 계약했다. 그런데 계약금을 지불하고 예배당 부지에 가보니 누군가가 건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일하는 사람에게 가까이 가서 물었다.
“여기는 우리 교회 땅인데, 지금 뭘 하고 있는 겁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여기는 내 땅인데!”
하늘이 노래진다는 것을 그때 실감했다. 알고 보니, 잠비아에서는 땅 주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래 전부터 여당 세력이 선거 유세를 도와주는 사람들에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문서를 만들어 땅을 나눠주었다고 했다. 그 땅에는 우리 교회 말고도 주인이 세 명 더 있었다. 전 주인에게 물으니 본인이 주인이 확실히 맞다며 시청에 이야기해서 그 땅에 짓고 있는 건물을 부숴버리면 된다고 말만 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말하지 않았다. 시청에서는 이 지역이 부동산 투기 지역으로 문제가 심각해지며 전 주인이 자주 들락거려 귀찮았던 차에 우리에게 넘겨버린 것이었다.
마음이 무척 어려웠다. 무엇보다 ‘왜 하나님이 이런 일을 허락하셨을까?’에 대한 답을 확실히 알 수 없어 더 어려웠다. 나는 하나님의 인도를 따라가다가도 부담스러운 일이 생기면 항상 피해 가려 하고 숨으려고 하는 사람인데, 이번에는 하나님이 피할 수 없도록 하신 것이다. 그때 ‘하늘과 땅은 주의 것’이라고 하신 말씀이 생각나며 ‘하나님이 원하시면 우리에게 땅을 주시겠구나.’ 하고 내 마음이 바뀌었다.
그 뒤로 시청에 직접 찾아가 부딪쳐 나가기 시작했다. 시청 직원들과 만나 불법 점거인들의 땅문서들을 법적으로 대조하고 불법 건물 철거에 대해 상의하는 동안 하나님은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 주셨다. 두 명의 불법 주인들은 중간에 땅을 포기했다. 이미 땅에 불법으로 건축한 창고와 벽돌을 쌓고 있던 집과 담벼락은 어느 날 밤 12시경에 시청에서 불도저와 포크레인을 가져와 50여 명의 경찰이 둘러싼 가운데 모두 철거했다. 그렇게 우리는 땅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시청에서는 문제 방지를 위해 바로 기초공사를 시작하고 건축 허가를 신청하라고 권고했다.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방법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셨다
막상 건축을 시작하려고 하자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다. 나는 주일예배 후에 무작정 15명의 형제들과 함께 성경과 곡괭이를 가지고 빈 땅에 가서 기도회를 했다.
“지금 우리 눈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지만, 하나님 눈에는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진 줄 믿습니다. 우리가 건축하는 동안 재정적으로, 육체적으로 여러 가지 고난을 겪을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하나님의 계획 안에 영광을 보게 될 줄 믿습니다.” 하고 다 같이 기도했다.
예배당 건축이 시작되었다. 하나님이 건축비를 주시면 건축했고, 건축비가 떨어지면 집회를 열었다. 하나님은 형제 자매들의 마음을 인도하셔서 예배당 건축에 마음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다. 직장도 없이 가난했던 청년 형제들이 막노동이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시멘트를 한 포대씩 가져오기도 했다. 남의 집에서 가정부로 지내며 한 달에 3만 원 정도 버는 자매가 30만 원을 헌금하기도 했다. 어떤 형제는 시골에 있는 땅을 팔아서 생긴 500달러를 헌금하며 동참했다.
일꾼들이 오면 작업을 시작하기 전이나 후에 신앙 교제를 했는데, 창문을 용접하던 용접공과 전기와 배관을 담당하던 사람들이 구원받고 교회에 나왔다.
건축에 필요한 자재들이 미리 준비되지 않았기에 매일 저녁에 모여 기도회를 하며 하나님에게 구하는 동안 우리 마음이 하나님에게 긍휼을 구하는 마음으로 바뀌어 갔다.
그리고 청소년센터를 짓는 용도로 여러 기관에 후원도 요청했는데 하나님이 놀랍게 길을 열어주셨다. 비용이 3천 달러가 드는 지하수를 무료로 파주었고, 2,500리터짜리 탱크와 수십 포의 시멘트도 후원받고, 예배당을 칠할 페인트도 후원받았다. 하나님은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방법으로 하나씩 하나씩 도우시며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셨다.

 

현지인과 함께 지내며 고생도 하라
그 시기에 박옥수 목사님이 아프리카에 오셨는데, 하루는 케냐 선교사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박 목사님이 “선교사들이 현지인들과 함께 지내며 고생도 하고 현지인과 가깝게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하셨다며 잠비아도 사택을 별도로 구하지 말고 예배당을 건축했다면 그 안에 사택을 짓고 살면 좋겠다고 인도해 주셨다. 마침 집 계약이 만료되기 직전이어서 예배당 지붕만 겨우 덮은 상태에서 건물 안에 사택을 지었다. 그런데 급하게 진행하다 보니 우리 가족과 단기선교사들은 천장도 없고 미장도 안 되어 시멘트 먼지가 날리는 벽돌 집에 들어가 살며 몸이 많이 약해졌다. 아내와 아이들은 기관지 관련 병으로 고열을 앓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또 아내와 나는 비정상적인 큰 종기가 몸에 자주 났다. 특히 나는 아주 오랫동안 설사를 자주 해서 몸이 삐쩍 말라갔다. 그런 몸으로 하루하루 사는 것이 버거울 때가 많았다.

“고생을 많이 해라”
2008년부터 박 목사님을 만날 때마다 내게 하신 짧은 말씀이 있다.
“네 나이가 몇이지?”
“스물 여덟입니다.”
“아, 그래? 아직 한참 젊구나. 고생을 많이 해라.”
“예, 목사님.”
“네 나이 때는 고생하는 것이 참 좋아.”
2012년까지 목사님을 뵐 때마다 “고생을 많이 해라.”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한번은 목사님의 마음이 궁금해 여쭈었다.
“목사님, 제가 지금까지 예배당도 건축하면서 나름대로 고생을 많이 해 본 것 같은데, 언제까지 계속 고생해야 합니까?”
목사님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시더니 다시 말씀하셨다.
“네 나이가 몇이지?”
“서른입니다.”
“아직 멀었다. 아직 한참 고생하도록 해라.”
“목사님 언제까지요?”
“계속 ~.”
“이유를 알 수 있겠습니까?”
“자네처럼 젊은 사람들은 머리 회전이 빠르기 때문에 회개나 믿음 등의 신앙을 지식 안에서만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더라. 그래서 실제로 문제를 만나면 하나님을 찾고 의지하기보다 마음이 문제에 빠져서 형편을 쫓아가는 경우가 많아. 자네는 지식적으로 신앙생활을 하지 말고, 고난을 통해서 하나님을 마음 깊이 간절히 찾는 법을 배우면 좋겠다.”

이렇게 순수하게 복음전하고 선교하는 교회는 처음 봅니다
예배당을 지으면서 수많은 고난과 문제가 있었지만 하나님의 종의 말씀과 인도대로 하나님을 간절히 찾는 법을 배웠다. 또 하나님은 절대로 나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셨고, 돕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한번은 건축할 돈도 다 떨어지고 생활비도 전혀 없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에 착오가 있어서 매달 한국에서 지원해주던 선교비가 3개월간 오지 않아 수중에는 고작 1달러만 있을 때도 많았다. 아이에게 줄 분유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 정말 막막했다. 단기선교사들도 같이 있었기 때문에 매일 음식을 위해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하나님은 우리를 굶게 하지 않고 하루하루 도우셨다. 형제들이 조금씩 헌금을 하기도 하고, 갑자기 빵과 식용유와 설탕 등을 많이 사와서 주었다. 하나님이 우리를 세밀하게 도우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느 날은 국제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거기 잠비아의 우승윤 선교사님이시죠?”
“예, 맞습니다. 누구시죠?”
“미국에서 사업하는 사람인데, 구리 무역을 알아보려고 홍콩에 왔다가 잠비아가 구리로 유명하다고 해서 가려고 합니다. 한국 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 연락처를 알았고 정보를 좀 얻고자 해서 연락을 드렸습니다.”
“그런데 저는 선교사라서 사업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데요?”
“선교사님들이 다들 사업을 잘 아시던데요?”
“저는 잘 모릅니다.”
“어쨌든 잠비아에 도착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통화하고 며칠 뒤 그분을 만났다.
“동남아시아나 유럽에 다니며 사업을 많이 하면서 여러 선교사님들을 통해 사업 정보를 많이 얻었는데, 이번에는 처음으로 아프리카에 왔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죄송하지만 저는 사업을 잘 모릅니다. 다른 분을 찾으셔야겠습니다. 한인 회장님을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분은 웃으면서 한인 회장님은 만나겠다고 하며, 우리 선교회와 나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그러고 나서 내가 선교하는 것을 직접 보고 싶다며 우리 집에 와서 2~3일간 머무셨다. 우리는 평상시처럼 새벽부터 모임을 갖고, 주일 예배를 드리고, 예배 후에는 개인 교제를 했다. 그분은 우리가 하는 모임을 지켜보고, 내 서재에 들어와 <기쁜소식>도 계속 읽으셨다. 그러더니 “제가 많은 선교사들을 만나봤지만 이렇게 순수하게 복음을 전하고 선교하는 교회는 처음 봅니다. 처음에는 이단이라 생각하고 의심하는 마음으로 와서 개인 상담은 사양했지만 무척 놀랐습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라고 하며 가셨다. 나중에 보니 300달러를 헌금하고 가셨다. 하나님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우리를 보호하고 인도하셨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이끄셨다
처음에는 빈 땅이었던 곳에 지금은 빽빽하게 집들이 들어섰다. 도로도 생기고 전기와 수도 등의 제반시설도 들어왔다. 근처에 대형 쇼핑몰과 수많은 상업단지가 들어서서 크게 발전했다. 그래서 지금은 우리 예배당이 있는 곳이 시내 중심에서 15분도 안 걸리는 곳에 있어 아주  좋은 지역에 위치하게 되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나는 모든 부분에 무지했고 믿음도 전혀 없었다. 항상 교회와 하나님의 종 안에 흐르는 하나님의 마음과 성령의 인도를 따라가려고 하면 형편이나 내가 가진 조건과 너무 맞지 않아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다. 그렇지만 한 걸음씩 따라 가다 보면 하나님이 나타내시는 계획과 인도가 분명히 있었다. 처음에는 내가 건축을 주도해서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하나님이 모든 것을 이끄셨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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