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과 사역의 위기“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신앙과 사역의 위기“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 우승윤(기쁜소식잠비아루사카교회)
  • 승인 2017.07.28 15: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교사 수기 _제7화
 

 

‘이 정도면 괜찮네’가 불러온 문제들
2010년이 시작될 즈음이 되자 교회 형제 자매들도 조금씩 늘고 교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았다. 그때 내 마음 깊은 곳에서 ‘이 정도면 괜찮네.’라는 마음이 형성됐다. 내 나름대로 고생하며 경험하고 적응했던 것들이 마음에 쌓이다 보니 나 자신을 괜찮은 사람으로 여기며 살았다. 그러자 하나님이 여러 가지 문제를 통해 내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첫 번째 문제는 선교학교에서 일어났다. 2010년에 선교학교 2기생으로 부부 한 팀과 청년 한 명이 들어왔다. 이들은 마하나임 신학교를 통해 구원받은 사람들로, 처음에는 복음을 위해 살고 싶다며 선교학교에 들어왔지만 시간이 지나자 그들 마음에 목사가 되어 사람들을 가르치고 큰 교회를 세우고 싶은 욕망이 커져 있었다. 내가 계속 교제해 주려 했지만 그들은 내 이야기를 들으려는 마음이 전혀 없었다. 나에게는 그들의 마음을 제어해 줄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교회에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며 결국 모두 선교학교를 나갔다.
두 번째는 전 집주인과의 재판 문제였다. 교회 건축 중이었을 때인 2009년에 교회 가까이로 집을 이사했다. 우리가 이삿짐을 다 싸자 주인이 와서 보고는 문제없으니 잘 가라고 하여 우리는 새집으로 이사했다. 그런데 우리가 떠나기 직전에 단기선교사들에게 우리 교회를 한번 방문하고 싶으니 교회 위치를 자세히 알려달라고 했다고 하였다. 며칠 뒤 전 집주인이 경찰과 같이 교회에 찾아왔다. 그는 내게 소환장을 주며  “이 사람들이 우리 집을 다 부숴놓고 약 3,000달러의 손해배상도 하지 않고 도망갔어요.”라고 하는 게 아닌가! 너무 어이가 없었다. 물론 우리가 집을 아주 깨끗하게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손해배상을 해줘야 할 정도로 파손시킨 것은 아니었다. 나는 경찰서에 가서 이야기하려 했는데, 집 주인은 무조건 우리가 거짓말한다며 법원에 고소하겠다고 했다. 결국 그 일로 재판까지 갔다.
재판을 받은 경험이 전혀 없는 데다가 나는 잘못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일 아닐 거라고 여기고 법원에 갔다. 그런데 전 집주인은 마치 전문 법조인처럼 관련 자료를 꼼꼼히 준비하고 재판에 임했다. 우리가 문, 창문, 정원 등 집안 곳곳을 얼마나 훼손했는지 일일이 견적서까지 작성해서 가져온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준비해 가지 않아서 말로만 잘못한 것이 없다고 반격할 뿐이었다. 우리 편은 아무도 없었다. 재판은 1년 가까이 계속되었다. 결국 약 1,800달러 정도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 때문에 심신이 지치고 너무 어려웠다.

 

 

“하나님이 자네를 간섭하시는 것 같네”
또 다른 문제는 단기선교사들이었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왔던 단기선교사들은 큰 문제없이 잘 지냈다. 다들 마음도 바뀌어 돌아갔기 때문에 단기선교사들을 대하는 부분에는 자신이 있었다. 2010년에는 남학생 3명과 여학생 5명이 잠비아에 왔다. 처음에 잘 지내는 것 같았는데, 시간이 지나자 남학생들은 아프리카 생활에 전혀 적응하지 못하고 숨어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방안에서 잘 나오지 않았다. 불만은 쌓이고 교제나 소통도 전혀 되지 않았다. 하루는 남학생들이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전혀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 억지로 붙잡자 계속 반항하기 시작했다. 새벽 모임에도 나오지 않고 교회 근처 술집에 가기도 하고 하루 종일 방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기도 했다. 여학생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자기들 마음대로 생활하며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 화가 엄청 났다.
케냐 선교사님께 상황을 설명하며 학생들이 문제만 일으키고 한국에 가고 싶어 하니까 보내는 것이 낫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선교사님은 내 생각과 전혀 달랐다.
“단기선교사들이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자네를 간섭하시는 것 같네. 학생들이 잘 지내지 못한다고 그냥 한국에 돌려보내면 교회에 불신을 품어 더 이상 신앙하기 어려울 수 있으니 자네가 미안하다고 말하고 붙잡아 보면 어떻겠는가?”
“목사님, 제가 잘못한 것이 전혀 없는데요?”
“내가 잘 모르지만 자네가 이번에 하나님 앞에 마음을 낮추고 학생들을 받아보게. 그러면 자네 영혼에 복이 될 거야.”
나는 마음속으로 ‘목사님이 학생들을 겪어보지 않으셔서 잘 모르시는구나! 단기선교사들이 얼마나 고약하게 나를 골탕 먹이고 반항하는지 모르시면서….’라고 생각했다.
 단기선교사들 때문에 신경이 쓰여 다른 일을 전혀 할 수 없었다. 아니 수많은 생각들이 내 마음을 괴롭혔다고 해야겠다. 내 눈에 비친 그들은 잠비아에 와서 나를 괴롭히고 선교를 방해하는 귀찮은 존재였다. 한국 교회에서는 이런 학생들을 왜 보냈는지 원망스러웠다. 별의별 생각들이 올라왔다.

 

문제가 괴롭고 사람들이 싫기만 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주변 국가 선교사님들을 만날 때마다 내 마음에 불편한 것이 많은 것이었다. 자주 만나는 것도 아닌데도 별일 아닌 작은 행동이나 말들이 거슬렀다. 우리 교회 건축도 도와주지 않는 것 같아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마음이 닫혔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주변 선교사님들과 교제도 못하고 문제를 믿음으로 넘지도 못해 모든 문제를 내가 다 감당해야 했다.
“네 악이 너를 징계하겠고 네 패역이 너를 책할 것이라. 그런즉 네 하나님 여호와를 버림과 네 속에 나를 경외함이 없는 것이 악이요 고통인줄 알라. 주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렘 2:19)
 모든 일을 하나님이 내게 허락하신 일로 인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괴롭기만 했다. 선교학생들, 전 집주인, 단기선교사들, 주변 선교사들이 너무 싫고 화가 나고 억울했다. 이런 감정들과 생각들이 내 마음을 끌어갔다. 하나님의 인도를 받지 않으려는 마음으로 점점 변했다.

사탄이 나를 망하게 하려고 넣어주었구나
그러던 어느 날, 하나님이 내게 말씀하시듯 내 마음에 떠오른 것들이 있었다.
“네가 정녕 한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고 교회로 이끌 수 있는 자더냐? 네가 정녕 단기선교사 한 명을 변하게 할 수 있더냐? 네가 정녕 형제 자매의 마음을 한 명이라도 변하게 할 수 있는 자더냐?”
박옥수 목사님이 자주 말씀하셨던 예화도 기억났다. 대전도집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내가 이번 집회 말씀 주제는 참 잘 정했어.’라는 작은 생각 하나를 받아들였더니 그 뒤에 굉장히 많은 문제들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이야기와 운전할 때 신호등 잘 지킨 것으로 ‘나는 신호를 잘 지키는 사람이야’라고 자기를 신뢰하는 생각 하나를 마음에 받아들인 것을 하나님은 너무 불편해 하셨다는 이야기다.
깊이 생각해 보니, 사탄이 나를 망하게 하려고 ‘나는 전도를 잘하는 사람’, ‘단기들을 잘 이끌어 주는 사람’, ‘신앙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넣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마음을 품고 있는 동안 하나님과 멀어질 수밖에 없고 하나님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한 부분 한 부분 인정되었다.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 후 하나님이 나를 선하게 인도하셨다.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 3:6)
선교학생들은 다 떠나갔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신 사람들이 다시 선교학교에 들어왔다. 옛날 집에 대한 재판은 항소까지 다 거쳐서 이미 최종 판결이 났지만 재판소에 가서 선처를 구하자 배상금을 낮추어 매달 약 150달러를 내면 되도록 배려해 주셨다. 그리고 단기선교사들에게도 변화가 왔다. 그들을 모아 놓고 활동이 끝날 때까지 교회의 인도를 따라 남아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한국에 가라는 말을 들을 줄 알았던 단기선교사들이 내 말을 듣고 의아해하며 그 이유를 물었다.
“처음에는 내가 여러 문제들로 힘든데 너희들까지 나를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너무 괴로웠어. 그런데 깊이 생각해 보니 하나님이 나에게 일하신다는 마음이 들었어. 너희가 잘못한 것이 아니니까 너희들이 한국에 돌아갈 필요가 없다. 내가 마음을 꺾을 테니 너희가 마음을 열고 같이 살았으면 좋겠다.” 괜히 눈물이 나왔다. 부끄럽지만 단기선교사들 앞에서 한참 울면서 가지 말고 같이 있자고 하자 모두 마음을 열고 잠비아에 남겠다고 했다. 그 뒤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집안 사정상 한국에 좀 일찍 간 형제를 제외하고 모두 1년의 활동기간을 마치고 돌아갔다.
하나님의 말씀은 살아 있어 모든 어려움과 어둠을 다 물리칠 수 있다. 그런데 내 마음에 말씀이 없으니 모든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케냐 선교사님이 내 마음에 문제가 있는 것을 아시고 최대한 빨리 케냐로 와서 교제하자고 하셨다. 케냐에 가려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데 단기선교사들이 따라와 펑펑 울며 말했다.
“선교사님, 저희가 그동안 너무너무 잘못했어요. 하나님과 교회 앞에 너무 부끄럽고 선교사님을 뵐 면목이 없고, 앞으로 한국에 가서 신앙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 나도 똑같은 사람이야. 우리 자신을 바라보면 한없이 부끄럽고 허물이 많이 있기 때문에 예수님을 바라보고 사는 거야. 한국에 돌아가서도 자기 자신을 보며 정죄하지 말고 예수님을 바라보면 하나님이 복을 주실 거야.”
그 후로 벌써 7년이 흘렀다. 그들과는 지금까지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교제를 이어가고 있다.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것이었다
케냐에 가서 교제하는 동안 하나님이 내게 말씀해 주셨다.
“내 것을 가지고 내 뜻대로 할 것이 아니냐? 내가 선하므로 네가 악하게 보느냐?”(마 20:15)
세상에서 진정 내 소유며, 내 것이라고 할 것이 무엇이 있을까? 진정 내 것이라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 있는가? 내 인생, 내 가족, 내가 하는 일 등 그 무엇 하나도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교회도, 그리스도 안에 누구도, 이 세상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내 것이 있다고 착각했기에 내가 짐을 지고 내가 해결해 보려고 애쓰고 괴로워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이 당신의 뜻대로 이끄신다. 내가 무엇이관대 하나님의 것을 악하게 보고 불평할 수 있었을까?
‘내게 일어난 모든 일들이 하나님의 선하신 뜻 안에서 허락하신 것이구나! 하나님께서 내 영혼을 위해 주신 일들이고 하나님을 더욱더 바라보게 하려고 하신 것이구나!’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기 위해 요셉과 모세, 그리고 다윗 같은 하나님의 사람들의 마음을 연단하는 과정이 있었듯 내게도 그 이듬해인 2011년에 다가올 사탄의 환난에 대비해서 내 마음을 연단하셨다는 마음이 강하게 든다. 하나님이 나를 하나님의 영광과 역사에 참여케 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지켜주시고 내 옆에 함께하실 줄 믿는다. 하나님을 찬양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