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칸타타, 밴쿠버] “큰일입니다. 거리가 사람들로 꽉 찼어요!”
[북미칸타타, 밴쿠버] “큰일입니다. 거리가 사람들로 꽉 찼어요!”
  • 김성훈 기자
  • 승인 2017.10.05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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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저녁 6시 20분, 밴쿠버 칸타타가 열리는 퀸 엘리자베스 극장. 공연 시작 40분을 앞두고 극장 입구에서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2,800명이 입장 가능한 극장에 무려 3천 명 넘는 시민들이 몰린 것이다. “큰일 났습니다. 거리가 기다리는 사람들로 꽉 찼어요.” 때 아닌 인파로 안내를 맡은 극장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에게는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칸타타를 보러 극장 앞에 몰려든 밴쿠버 시민들.

따로 통제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시민들은 알아서 ‘ㄹ’자로 길게 줄을 늘어서는 등 질서정연한 모습이었다. 말 그대로 장사진(長蛇陣)을 이룬 시민들의 행렬은 무려 250미터가 넘었다. 밴쿠버교회 홍상수 선교사를 비롯한 자원봉사자들은 객석과 입구 사이를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빈 자리를 찾아 관객들을 이끌었다. 그런 바쁜 속사정을 알 리 없는 시민들이 계속해서 뒤편에 줄을 서는 바람에 행렬은 오히려 점점 늘어나기만 했다.

 
극장에서는 한정된 인원만 들여보내고 극장문을 닫아야 했다.

몰려드는 인파를 감당하지 못한 탓에 공연시작이 10분 이상 지연되기도 했다. 결국 극장 측에서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입구를 봉쇄한 것이다. 홍상수 선교사와 자원봉사자들이 ‘아직 객석에 빈 자리가 좀 남았다’며 한 명이라도 더 들여보내게 해 달라고 했지만, 거절당했다. 이 광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극장 매니저와 직원들도 ‘오랫동안 여기서 근무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라며 혀를 내둘렀다.

입장시켜 달라고 극장측 직원에게 항의하는 시민들.

하지만 시민들도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특히 쌀쌀한 날씨에 40분 넘게 기다리다 눈앞에서 관람할 기회를 놓친 시민들은 ‘우리도 칸타타를 보고 싶다’고 극장측에 항의하며 버텼다. 줄 뒤쪽에 서 있던 시민들은 20분 정도를 더 기다리다 돌아갔지만, 앞줄에 서 있던 시민들은 ‘혹시 빈 자리가 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2막이 끝나도록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렇게 600여 명의 시민들을 돌려보내느라 자원봉사자와 직원들은 한바탕 진땀을 흘려야 했다.

박방원 목사의 칸타타 메시지는 중국어로 통역되었다. 이 또한 북미 칸타타 최초의 일이다.
 

토론토와 몬트리올에 이어 캐나다 세 번째 도시인 밴쿠버는 인접한 10여 개 도시까지 합치면 250만 명이 거주하는 큰 지역이다. 그 중 80만 명 이상이 중국인이다. 실제로 밴쿠버 칸타타를 찾은 관객들 중 70% 이상이 중국인이었다.

 

올해로 7년째를 맞이한 북미 칸타타 투어. 그런데 칸타타를 처음 개최한 도시에서 이토록 시민들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인 것은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한다. 행사를 준비한 홍상수 선교사 역시 ‘뉴욕과 LA 등 큰 도시에서 부사역자로 지내면서 칸타타 준비를 보조한 적은 있지만, 단독으로 준비한 것은 처음이라 많이 부담스러웠다고 간증한다.

기독교지도자모임(CLF)에서 간증하는 홍상수 선교사

“LA교회 안종령 목사님과 교제를 하는데 ‘하나님을 의지해 준비하면 지혜도 주시고 믿음도 가르치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칸타타를 보조한 경험이 있어 제 나름의 수단과 방법을 쓰고 싶기도 했고,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는 밴쿠버 자매님을 의지하려는 마음도 있었는데요. 하나님이 그 모든 것을 내려놓게 하셨습니다. 같이 칸타타를 홍보하던 자매가 다른 지체들과 부딪히는가 하면, 교회 하수구가 터지는 일도 있었고요. 다시 안 목사님과 교제했는데, ‘바닷속에 지진이 일어나면 소용돌이가 일어나 바다가 깨끗해지듯, 이 일을 통해 교회를 깨끗하게 하시고 크게 키우실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은 제게 하나님 당신과 믿음을 가르치기 위해 세밀하게 일하셨고, 저도 저 자신을 바라보는 마음에서 하나님 편으로 마음을 옮길 수 있었습니다. 박옥수 목사님은 LA 월드캠프 때 열왕기하 4장 선지자 생도의 아내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믿음이 없으면 아들들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생도의 아내처럼, 하나님은 당신을 믿지 않으면 망할 수밖에 없는 형편으로 저를 밀어 넣으셨습니다. 그 마음으로 칸타타를 준비했습니다.”

미디어와 SNS 홍보를 맡아 진행한 필리스 자매.

밴쿠버 교회에서 이번 칸타타를 위해 주문한 브로셔는 5만 장. 그 중 1만 5천장을 교회별로 돌면서 홍보하는 데 썼고, 3만 5천 장은 ‘사랑하는 이웃에게Dear Neighbor’ 편지와 함께 가정마다 돌렸다. 다른 교회에 비해 브로셔를 적게 돌린 것 같은 아쉬움이 들던 차에 칸타타 미디어 홍보를 담당하던 중국인 필리스 자매가 SNS 홍보를 생각해냈다.

“중국판 카톡인 ‘위챗’과 중국판 트위터인 ‘위보’에 광고를 냈습니다. 특히 위챗은 한국의 카톡처럼 웹페이지를 열 수도 있고, 최근 화제가 되는 이슈나 뉴스들도 검색할 수 있는데요. ‘밴쿠버를 알다’라는 공용게시판 운영진으로부터 도움을 얻어 매주 두 번씩 칸타타 소식을 올렸습니다. 기사가 뜰 때마다 수백 명씩 티켓을 요청해 왔습니다. 그밖에 라디오나 신문을 통해서도 광고했는데, 이미 많은 사람들이 저희 칸타타를 알고 있더군요. 그렇게 요청이 들어온 티켓만 2천 장이 넘습니다.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생각지도 못하게 많은 사람이 연결되었어요. 그래서 사실 저희들도 많이 놀랐습니다.”(필리스 자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칸타타를 관람했다는 기쁨 때문일까. 밴쿠버 시민들은 밝은 얼굴로 칸타타를 관람한 소감을 풀어냈다. 자메이카 출신의 래리는 벌써 12월 크리스마스가 온 것 같다며 10분 넘게 소감을 쏟아냈다.

“2막에서는 탕자가 아닌, 탕녀 안나가 가족들에게로 돌아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지극히 높으신 예수님께서 잃어버린 바 된 우리를 되찾고 싶어하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크리스마스가 특정 시기를 가리키는 게 아니라고 하신 점도 좋았습니다. 오늘날 크리스마스는 먹고 마시고 노는 때인 것처럼 되어 버렸는데, 사실은 우리 마음에 예수님을 모시고 서로 용서할 때입니다. 안나는 말 안 듣는 딸이었지만, 그래도 할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은 안나를 사랑했고 덕분에 안나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교인들과 함께 칸타타를 관람하러 온 래리.

우리는 죄를 지었고, 우리 길을 갔지만 그래도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를 향해 팔을 벌리고 우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저는 오늘 칸타타에 참석한 모든 분들이 공연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공연을 통해 배운 교훈들을 잊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라시아스합창단이 우리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는 것을 넘어 우리 영혼에 그리스도를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케이트(Kate)

“친구가 칸타타를 소개해 주어 다른 친구들을 데리고 왔습니다. 음악이 너무 아름답네요. 단원들의 연습과 서로 간의 호흡, 무대연출까지 너무 완벽했습니다. 그라시아스의 노래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우리를 사로잡았습니다. 편지를 받았을 때 이 정도까지는 예상 못했는데 합창단과 오케스트라에 너무 놀랐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추천할 겁니다. 내년에는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올 겁니다.”(케이트)

관람을 마친 토론토 시민들은 신앙서적과 앨범, CD에도 많은 괌심을 보였다.

홍상수 선교사 부부와 자녀 셋, 단기선교사 세 명을 비롯해 성도가 15명에 불과한 밴쿠버교회. 하지만 주일이나 평일에도 틈날 때마다 여러 교회를 다니며 목회자와 성도들을 칸타타와 기독교지도자모임(CLF)에 초청했다고 한다. 그 중 퍼스트 네이션(아메리칸 인디언)을 아내로 둔 어느 목사는 재정적으로 열악함에도 성경학교를 열어 퍼스트 네이션들을 훈련시키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는 IYF에서도 같은 일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기뻐했다. 이번에 모인 2,800명 모두는 그렇게 하나님이 주신 사연을 갖고 참석한 소중한 사람들인 것이다.

 

“객석을 관객들로 채워주신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600명 넘는 관객들이 돌아간 건 아쉽습니다. 예상 밖으로 많은 관객들이 몰려 극장측에서 항의하지는 않을까 염려했는데, 오히려 ‘내년에 더 많이 준비해서 2회 공연을 하는 건 어떻겠느냐?’고 제안해 왔어요. 칸타타를 통해 밴쿠버에 일하실 하나님이 소망스럽습니다.”(홍상수 선교사)

이번 칸타타는 밴쿠버에 복음을 드러내시고 당신의 교회를 든든히 세울 하나님의 계획을 엿볼 수 있는 아름답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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