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칸타타, 앵커리지] 관객들만 있다면 땅끝까지도!
[북미칸타타, 앵커리지] 관객들만 있다면 땅끝까지도!
  • 김성훈 기자
  • 승인 2017.10.08 07: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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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칸타타 공연팀이 순회하는 도시들 중에서도 알래스카 주의 앵커리지는 참으로 특별한 사연을 가진 곳이다. 우선 25개 개최지 가운데 가장 북쪽, 그리고 서쪽에 위치해 있다. 알래스카 주와 미 본토 사이에는 캐나다가 끼어 있어 빡빡한 공연 일정상 차량으로 이동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데, 200여 명의 그라시아스 단원과 스태프들 중 최소 인원인 115명을 선발해 앵커리지로 이동한다.

 

칸타타 공연에 필요한 세트와 조명 및 음향 장비, 소품, 의상 등을 합치면 모두 컨테이너 세 개 분량이다. 그래서 북미 칸타타 투어를 시작한 지 4년이 지나도록 앵커리지에서 칸타타를 하는 것은 꿈같은 일로만 여겨졌다. 특히 1막의 베들레헴 동네나 2막의 안나네 집 등 무대세트는 워낙 부피가 커서 비행기에 싣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지난 2015년 10월 1일, 앵커리지에서는 꿈같은 첫 칸타타가 열렸다. 기쁜소식뉴욕교회 성도들이 약 한 달 동안 정성들여 만든 무대세트를 박영국 목사, 테리 헨더슨 목사, 김도연 형제가 직접 컨테이너 트럭을 싣고 꼬박 나흘을 번갈아 운전하며 앵커리지까지 간 것이다. 박영국 목사는 지금도 그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그 길은 하나님이 도우실 거라고 믿지 않으면 갈 수 없는 길이었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서 타이어에 펑크가 나거나 문제가 생기면 아무도 와서 도와줄 사람이 없으니까요. 벌판을 지나고 강을 건너 록키산맥까지 넘는 긴 여정이었습니다. 도중에 곰도 보고, 오로라도 보고…. 결국 앵커리지에 세트를 하나 더 만든 덕분에 지금까지 매년 칸타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라시아스 하면 늘 따라붙는 수식어가 있다. ‘세계에서 연습을 가장 많이 하는 합창단’! 그 수식어에 걸맞게 그라시아스는 가는 도시마다 오전에 무대 설치가 끝나면 오후에는 내내 연습에 몰두한다. 하지만 앵커리지 공연을 앞둔 그라시아스는 평소보다 몇 배는 더 리허설에 몰두하는 모습이었다. 앵커리지에 보관되어 있는 2막 세트는 2년 전 ‘크리스마스 선물’을 공연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성냥팔이 소녀 안나’를 공연하기 위해 만든 세트랑은 구조와 배치가 전혀 다르다. 따라서 배우들이 입장하고 퇴장하는 방향이나 동선을 완전히 새로 짜야 한다. 무대 또한 지금까지 공연했던 다른 도시들보다 훨씬 작아 활동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못 온 단원들이 소화해야 하는 배역이나 대사는 다른 사람이 맡거나 생략해야 한다. 또 적은 오케스트라 단원끼리 평소와 비슷한 음량을 내야 한다. 그라시아스가 평소보다 리허설에 더 많은 공을 들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밖에도 앵커리지 칸타타는 다른 도시들보다 갖가지 제약조건이 많다.

“앵커리지에서 칸타타를 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라면 아무래도 스피커 등 각종 장비입니다. 본토에 비하면 장비의 질이 많이 떨어지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신기하게도 여러 장비 대여업체들이 칸타타를 자기네 행사처럼 여기며 도와준 덕이 별 어려움 없이 행사를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정자양 선교사/기쁜소식앵커리지교회)

CLF에서 간증하는 정자양 선교사

칸타타 홍보 전단지를 본 많은 주민들이 좋은 공연을 마련해주어 고맙다는 감사전화를 걸어왔다. 또 앵커리지에서 가장 큰 방송국의 호의로 일주일 동안 저렴한 가격에 처음으로 칸타타 광고도 할 수 있었다.

“알래스카에 주둔하는 군부대 사령관께서도 칸타타 소식을 듣고 마음을 여셨습니다. 알래스카에는 군인가족 3천 여 가구, 1만 여 명이 살고 있는데요. 사령관의 도움으로 각 가정마다 초청편지와 초대권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이번 칸타타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필리핀인 빅터 목사.

그 외에도 하나님은 돕는 사람들을 계속 붙여주셨다. 베레카교회(Bereka Church)의 마부리 빅터(Marbury Victor) 목사는 필리핀인으로, 2년 전 앵커리지 첫 칸타타를 통해 기쁜소식선교회와 연결되었다. 지난 3월 뉴욕 마하나임에서 열린 전세계 기독교지도자모임(CLF)에도 참석해 박옥수 목사로부터 복음을 들었다.

“칸타타를 관람하면서 깊은 인상을 받았어요. 그 뒤 앵커리지교회 집사님이 오셔서 뉴욕에서 열리는 CLF에 가자고 하셨는데, 베트남과 필리핀에 가는 일정이 있어서 참석이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일정이 취소되면서 CLF에 갈 수 있었는데, 그 자리는 제게 큰 축복이었습니다. 박 목사님 말씀을 들으며 행복했습니다. 복음도 아주 분명하고 성경적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세계 각국의 목회자들을 만날 수 있어 마치 한 자리에서 전세계 선교여행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빅터 목사는 이번 칸타타에 교인들을 자원봉사자로 참여시켜 행사를 도왔을 뿐 아니라, 한국의 오세재 목사를 초청해 마인드강연을 하기도 했다.

VIP 리셉션

앵커리지교회에서는 이번 칸타타에 도움을 준 알래스카 주 고위 공무원과 기업체 임원, 인근 군부대 지휘관과 함께하는 VIP 리셉션도 열었다. 이 자리에는 빌 워커(Bill Walker) 주 지사의 아내인 도나 워커(Donna Walker) 여사도 참석했다. 워커 여사 역시 2년 전 칸타타에 참석해 끝까지 공연을 관람한 적이 있다. 박영국 목사가 뉴욕에서 앵커리지까지 직접 트레일러를 몰고 세트를 몰고 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워커 여사는 “박영국 목사님은 훌륭한 리더이자 일꾼”이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라시아스 단원들 대부분이 복음을 위해 자원봉사자로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놀라움을 표하기도 했다.

박영국 목사, 테리 목사와 환담하는 주 지사 부인 '도나 워커' 여사

“국제청소년연합(IYF)과 그라시아스합창단이 알래스카까지 와 주셔서 주민들에게 하나님의 마음과 영감을 전하는 공연을 펼쳐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밤 여러분은 영혼을 밝게 하는 아름다운 음악을 듣게 될 것입니다. 10월의 크리스마스를 마음에서 경험하시길 바랍니다.”(도나 워커 여사의 축사에서)

칸타타가 열리는 설리반 아레나.
 
 

한편 지난 밴쿠버 공연 이후 칸타타는 연일 만석행진을 기록 중이다. 이번 앵커리지 공연도 2,800여 석이 거의 모두 찼다. 특히 앵커리지교회 성도들은 이번 칸타타를 앞두고 온 마음으로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작년까지 칸타타를 했던 공연예술센터에 공연일정이 꽉 차 있어 다른 장소를 알아보아야 했다. 그러던 중 찾은 곳이 바로 설리반 아레나(Sullivan Arena)였다.

 
 

설리반 아레나에도 트레이드쇼와 아이스하키 경기 등 다른 일정이 잡혀 있었지만, 극적으로 행사가 취소되면서 칸타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앵커리지교회의 한 성도는 “며칠 전 공연예술센터에 갔는데 주변 도로가 온통 공사를 하고 있었다. 아마 공연예술센터에서 칸타타를 했다면 오히려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간증했다.

 
 

칸타타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크리스마스 메시지 시간에는 기쁜소식뉴욕교회의 박영국 목사가 무대에 올랐다. 박영국 목사는 라이베리아 해외봉사단원이었던 최요한이 전갈에 쏘였다가 말씀을 힘입어 살아난 간증을 전하며, 고린도전서 6장 10~11절의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과 우리 하나님의 성령 안에서 씻음과 거룩함과 의롭다 하심을 얻었느니라”라는 말씀으로 복음을 증거했다. 분명한 복음의 메시지 앞에 많은 관객들도 놀라워하고 또 기뻐했다.

크리스마스 메시지에 감동을 받았다는 엘리자베스

“오늘날 많은 사람이 경쟁하는데요. 기독교인들도 미디어를 통해 서로 경쟁합니다. 하지만 그라시아스 칸타타의 음악은 그 이상의 것입니다. 노래를 통해 하나님을 찬양하니까요. 오늘 음악을 듣는 동안 마치 천국에 와 있는 기분이었습니다. 목사님의 메시지도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저는 의료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전갈에 쏘인 사람이 살아났다는 일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건 하나님만 하실 수 있습니다. 내년에는 제가 아는 사람들에게 모두 이야기해서 같이 오려고 합니다.”(엘리자베스)

알래스카 주 교정청장 윌리엄스 씨 부부(사진 오른쪽)도 공연을 관람했다.

“기독교인인 제게 이번 칸타타는 아주 즐겁고 훌륭한 공연이자 축복이었습니다. 저는 알래스카 주 내의 교도소를 관할하는 교정청장입니다. 저는 제가 교정청장이 된 데는 하나님의 분명한 목적이 있다고 믿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입니다. 저는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모든 것을 바꾸실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예수님은 제 삶에서도 모든 것을 바꾸셨습니다. 재소자들에게 있어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단절되었다는 외로움입니다. 저는 그들이 형기를 마치고 나온 뒤에는 칸타타 2막의 안나처럼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딘 윌리엄스/알래스카 주 교정청장)

 
 

앞서 소개한 것처럼 알래스카 주는 미국 내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다. 알래스카의 겨울은 혹독할 정도로 추우며, 해도 짧아서 적응도 쉽지 않다. 그래서 알래스카 주 정부는 거주한 지 1년 이상 된 주민에게는 연금을 주는 등 인구를 끌어모으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알래스카에 100명이 넘는 대규모 공연단이 와서 공연하는 것은 거의 전례가 없는 일이다.

 
 
 

오로지 알래스카 한 곳을 위해 세트장을 따로 만들어 왕복 8일에 실어 나르고, 115명이나 되는 인원이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은 참으로 수고스럽고 번거로운 일이다. 하지만 ‘누군가 우리의 음악을 듣고 마음에 행복을 얻는다면, 우리는 어디라도 찾아가 노래한다’는 것이야말로 그라시아스의 정신이 아닌가.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 그라시아스의 정신이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3년 전 휴스턴에서도 칸타타를 관람했다는 새라

“그라시아스의 음악은 제 마음에 소망을 줍니다. 특히 ‘할렐루야’는 큰 감동이었어요. 사실 저는 3년 전에 휴스턴에서 그라시아스 칸타타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다 앵커리지에 왔는데 여기서도 칸타타를 한다는 포스터를 보고 너무 놀라웠고 또 행복했습니다. 음악은 참으로 놀라운 것입니다. 이런 음악을 갖고 여기까지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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