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칸타타, 롱비치] “예수님의 탄생을 보며 눈물이 났습니다”
[북미칸타타, 롱비치] “예수님의 탄생을 보며 눈물이 났습니다”
  • 김성훈 기자
  • 승인 2017.10.10 04: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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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시아스합창단의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관람하고 나온 사람들은 하나 같이 ‘놀라울 만큼 아름답고 감동적인 공연’이라면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덧붙인다. “그런데 이런 공연이 어떻게 무료일 수 있는 거죠?” 물론 공연장 대관료를 비롯한 행사비용은 각 지역교회 성도들이 드린 물질이나 외부에서 모금한 기부금 등으로 마련된다. 하지만 올해 LA의 기쁜소식중앙교회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했다. 소정의 후원금을 받고 표를 배포하기로 한 것이다.

 

1990년 3월 개척된 LA교회는 선교회 산하 북미 교회들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되었고, 주일 낮에 많게는 성도 150여 명이 참석하는 등 규모도 크다. 그 성도들이 마음을 모아 3년 전,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큰 극장 슈라인 오디토리움(Shrine Auditorium)에서 첫 칸타타를 개최했다. 7천 석을 가득 메울 만큼 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예수님의 탄생을 관람하고 복음을 듣고 감격스러워하며 돌아갔다. 하지만 LA교회 안종령 선교사의 마음에는 한 가지 아쉬움이 남았다.

 

"홍보를 열심히 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와서 입장을 못할 정도였습니다. 2년 전에는 2천 명 가까운 사람들이 입장을 못하고 돌아가야 했습니다. 그래서 입장객을 좀 줄이려고 홍보를 적게 하면 사람이 확 줄어서 마음이 어려웠습니다. ‘홍보는 충분히 하되 적절한 숫자가 올 수 있게 하는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하다가 올해는 후원금을 받기로 했습니다.”(안종령 선교사)

칸타타가 열리는 롱비치 공연예술센터. 3천 석 규모로 이번이 첫 칸타타 개최다.

물론 성도들의 마음에 굳어진 ‘칸타타=무료 입장’이라는 생각의 틀을 깨기란 쉽지 않았다. 몇몇 성도들은 “그동안 무료 공연을 했는데, 어떻게 후원금을 달라고 하죠?” 하고 부담스러워했다. 하루에 7장, 5장… 첫 3주 동안 홍보하며 나간 표는 150장 정도가 고작이었다. ‘이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3천 석씩 2회 공연, 총 6천 석을 채우지?’ 안종령 선교사는 뉴욕교회의 박영국 목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박영국 목사님이 ‘안 목사님, 칸타타는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행사이기에 항상 잘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말씀이 마음에 힘이 되고 쉼이 되었습니다. 그 뒤 주일 위주로 교회들을 방문하며 칸타타를 알렸는데, 한 주에 1400~1500장이 나갔습니다.”(안종령 선교사)

 
 

처음에는 ‘무료로 하던 공연인데 갑자기 후원금을 내라고 하면 누가 낼까?’ 하며 홍보에 주저하던 LA교회 성도들. 하지만 막상 교회를 돌고 직접 사람들을 만나며 부딪혀보니 그건 허상에 불과했다. 많은 시민들이 이미 칸타타를 알고 있었고, 실제로 관람했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다들 “이런 공연이라면 당연히 돈을 내야지요” 하며 기쁜 마음으로 후원에 동참했다.

음악 비(非) 전공자 스무 명으로 시작된 그라시아스가 십수 년 만에 세계최고 합창단이 된 스토리, 복음만을 위해 노래하는 단원들의 순수한 열정을 접한 시민들은 칸타타를 향해 더욱 마음을 열었다.

LA교회의 앤디 김 자매(왼쪽)와 이혜림 자매

“어떤 목사님은 설교 때 그라시아스합창단 이야기를 예화로 드셨대요. 배포된 표가 숫자로 집계되니까 후원금이 생기는 것 말고도 장점이 많았어요. 숫자가 차곡차곡 쌓이는 게 보여 홍보하는 데 재미가 붙더라고요. 또 몇 명이나 올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도 있고요.”(앤디 김 자매/LA교회)

칸타타가 열리는 롱비치 시의 로버트 가르시아 시장, LA교회의 데이빗 장로, 리처드슨 부시장, 애니 박 자매(왼쪽부터).

LA는 뉴욕과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큰 도시다. 인구도 뉴욕 다음으로 많아 397만 명이나 된다. 인근지역에 거주하는 인구까지 합치면 1,300만 명이나 된다. 예전에는 칸타타 전단지 60만 장을 주문해 뿌렸다는 안종령 선교사와 LA교회는 올해는 600만 명에게 칸타타를 알리겠다는 마음으로 홍보를 했다고 한다. 물론 600만 명에게 광고를 하지는 못했지만 페이스북 등 SNS, VIP초청, 길거리 대형광고판, 신문, TV 등 전에 해보지 않았던 방식으로 칸타타를 알렸다.

롱비치 시의 렉스 리처드슨Rex Richardson 부시장이 저녁 공연을 앞두고 감사장을 전달했다. 리처드슨 부시장은 아내와 두 아이도 함께 데려와 칸타타를 관람했다.

이날 칸타타는 오후 3시와 저녁 7시, 두 차례 진행되었다. 3천 명 정원의 극장에는 두 번 모두 2,600명의 관객들이 참석했다. LA가 속한 캘리포니아 주는 중남미와 인접해 중남미 이민자 출신들이 많다. 실제로 참석자들 중에도 중남미 출신들이 많았다.

칸타타를 열면서 스크린에 ‘예수JESUS’라는 이름이 뜨는 장면, 로마 군병이 베들레헴 사람들을 학대하는 장면, 아기 예수가 태어나는 장면…. 열정의 대륙 중남미 출신 관객들은 한 곡이 멀다 하고 열렬한 박수와 환호를 아끼지 않았다. 마치 ‘여기가 아프리카는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낮 공연에는 스페인어권 시민들을 위해 영어와 스페인어로 복음이 전해졌다.
저녁에는 LA교회 안종령 목사가 영어 통역으로 복음을 전했다.
 

두 차례 공연을 관람한 시민들의 수는 모두 5,200명. 그 시민들의 마음의 모습은 저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칸타타를 마치고 나온 사람들의 입에서는 한 가지 이야기만이 흘러나왔다. 크리스마스 칸타타의 주인공, 예수 그리스도다.

저녁 공연에서는 영어와 스페인어로 함께 자막이 나갔다.

아기 예수가 태어나는 장면에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는 마르티네스 목사.

“굉장히 훌륭한 공연이었습니다. 1막이 가장 기억에 남는데, 그 이유는 가장 성경적인 막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목사라서 성경에 대해 꽤 많이 안다고 생각했지만, 1막의 성경적 해석은 수준이 높았습니다. 1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예수님이 태어나실 때였습니다. 처음 아기 울음소리가 났을 때 눈물을 흘릴 뻔했습니다. 그 대목에서 많은 사람들이 제 마음과 같이 환호하더군요. 참으로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마빈 마르티네스Marvin Martinez 목사/ 시온산교회Monte de Sion Church)

성도 50명을 데리고 온 에디 바르가스 목사. 요셉이 부르는 <그 여관엔 예수님 방이 없고>를 들으며 마음이 뜨거웠다고 한다.

“이런 공연에 온 것은 처음이라 뭘 기대할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감동했습니다. 요셉과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낳을 장소를 찾는데, 모두가 ‘당신들이 지낼 방은 없습니다. 예수님을 모실 방은 없습니다’라고 거절하고 쫓아냈습니다."

 

"목사로서 일요일마다 말씀을 전하고 복음을 전하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에 하나님이 계실 자리는 없다고 말합니다. 참으로 마음 아픈 일입니다. 안 울 줄 알았는데 요셉이 노래하는 그 장면에 감동되어 눈물이 나왔습니다. 육신을 입고 오신 하나님, 메시아를 위한 방을 찾으려고 힘겨워하는 모습이 특별했습니다.”(에디 바르가스Eddie Vargas 목사/생명의 부활 교회Restoration Life Church)

“교회 식구 20여 명이 함께 왔습니다. 목사님의 말씀도 아주 열정적이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언제 기회가 되면 기쁜소식선교회 교회에 가서 오늘 전해주신 말씀을 더 자세히 듣고 싶습니다. ‘내 크리스마스는 언제였지?’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조니 아길레라)

 

“너무 환상적이었습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 중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았는데, 수준이 높아 깜짝 놀랐습니다. 예수님이 태어나시기까지의 과정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그러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펼쳐지더군요. 어느 한 장면을 딱 집어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로 모든 공연이 좋았습니다.”(피터 챈Peter Chan/ 몬테레이 파크 시Monterey Park City 시의원)

 

이번 칸타타에게는 LA교회 성도들에게는 생각의 틀을 벗는, 그리고 롱비치 시민들에게는 잊혀져가던 크리스마스의 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칸타타 공연팀의 다음 행선지는 바로 라스베가스다. 이번 북미 칸타타 투어의 총진행을 맡은 김영호 목사는 스태프와의 모임에서 라스베가스 공연을 위해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 주 호텔 총기난사 사건의 여파로 시민들이 거리에 발길을 끊은 도시 라스베가스,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염려는 되지만, 그곳에서 역사하실 하나님을 생각하며 공연팀은 다시 5시간의 긴 여정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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