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칸타타, 라스베이거스] “정말 때맞춰 와 주셨습니다.”
[북미칸타타, 라스베이거스] “정말 때맞춰 와 주셨습니다.”
  • 김성훈 기자
  • 승인 2017.10.11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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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총기난사 사건이 벌어진 만델레이 베이 호텔의 현재 모습. 범인은 32층 가운데 유리창이 깨진 객실 두 곳(11자처럼 보이는 부분)을 오가며 아래쪽 공연장을 향해 총기를 발사했다. 그 앞에 조기(弔旗)로 내걸린 성조기가 현재 미국 시민들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밤이 새도록 화려한 조명이 꺼지지 않는 쾌락과 유흥의 도시 라스베이거스! 예전처럼 화려한 조명은 그대로지만, 라스베이거스는 지금 침묵과 고통만이 가득하다. 지난 10월 1일 밤 10시 5분, 시내 중심가의 만델레이 베이 호텔에서 64세의 스티븐 패독은 콘서트가 열리고 있던 야외 공연장을 향해 무차별로 총을 쏴댔다. 이 사건으로 무려 59명의 사망자와 53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악몽과도 같은 이 사건의 여파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몇몇 대학에서는 다음 날로 예정되어 있던 시험을 일주일 뒤로 미루었다. 길거리에는 사람들이 자취를 감추었다. 시내 곳곳에는 시민들이 모여 희생자를 추모하는 촛불기도회를 열었다. 사망자의 수에 맞춰 59그루의 나무를 심은 힐링 정원도 만들었다.

칸타타 홍보에 함께한 자원봉사자들

바로 그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10월 9일, 그라시아스합창단의 칸타타가 열렸다. LA 월드캠프가 열리던 지난 8월부터 칸타타를 준비했다는 기쁜소식 라스베이거스교회의 임갑택 선교사. 두 자녀와 단기선교사들, 자메이카에서 활동하던 일본인 단기선교사까지 모아 전단지 12만 장을 뿌려가며 마음을 쏟아 홍보했다. 스페인어 라디오방송국 서너 군데와도 연결되어 홍보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칸타타를 불과 1주일 남기고 벌어진 총기난사 사건이 터졌다.

“이웃교회에서 물질도 지원해 주시고, 사역자들도 와서 편지배달을 도와준 덕에 홍보가 순조롭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런데 총기사건이 터졌어요. 성경을 읽다가 신명기 11장에서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권고하시는 땅이라 세초부터 세말까지 네 하나님 여호와의 눈이 항상 그 위에 있느니라’라는 말씀을 읽었습니다. 하나님은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고 계셨던 것입니다.”(임갑택 선교사)

기쁜소식 라스베이거스교회 임갑택 선교사

“총기사건은 정말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LA 월드캠프 때 박옥수 목사님이 오셔서 전하신 말씀이 소망이 되었습니다. 엘리사가 선지자 생도의 아내에게 ‘내가 너를 위하여 어떻게 하랴?’고 묻는 대목에서 이런 우리 형편을 이미 아시고 돕기를 원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지요.”

말씀이 마음을 잡아주고 생각을 이겨 주었다고 간증하는 임 선교사. 그는 하나님의 도움이 없이는 우리가 준비한 모든 것들이 무익함을 분명히 보았다고 한다.

폭스(FOX) TV 지역채널 아침 7시 뉴스시간에 출연한 박영국 목사와 테리 헨더슨 목사. 오른쪽은 사회자인 아나운서 모니카 O. 잭슨(Monica O. Jackson)

그리고 뒤집기의 명수이신 하나님은 놀라운 반전을 예비하셨다. ABC, NBC 등과 함께 미국 6대 TV방송국 중 하나인 폭스(FOX) TV의 지역채널에서 칸타타를 소개할 수 있도록 길을 여신 것이다.

“자매님 중 한 분이 식당에서 일하시는데, 마침 단골손님 중 한 분이 폭스 TV 관계자였어요. 칸타타를 소개했더니 방송으로 나가도 좋겠다고 하더군요. 원래 10월 4~6일 중에 교회 홍보팀이 출연할 예정이었지만, 그라시아스 단원들이 스튜디오에서 노래하거나 박영국 목사님이 나가면 더 좋을 것 같아서 9일로 바꾸었습니다. 그것도 어려웠지만 하나님이 길을 여셨어요. 총격사건을 미리 아시고 하나님이 이런 일을 준비하셨다 싶어요.”(임갑택 선교사)

FOX5 Vegas - KVVU

http://www.fox5vegas.com/clip/13799548/the-christmas-cantata-brings-joy-to-las-vegas

사회자: 정말 때맞춰 찾아와 주셨습니다. 오늘밤 크리스마스칸타타가 라스베이거스 시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하러 왔다고 합니다. 총기난사 사건 소식은 들으셨을 텐데요. 지금 하고 계신 칸타타 투어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테 리: 예수님의 마음이 우리 속에 들어오면, 예수님 안에 있는 소망, 사랑, 용서를 힘입어 절망이나 마약 등을 이길 수 있습니다. 그라시아스의 음악을 통해 마음이 치유되고, 가족문제 등 많은 문제들이 예수님의 메시지를 통해 해결됩니다.

사회자: 칸타타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박영국: 칸타타는 이야기를 지닌 음악의 한 장르로, 크리스마스 칸타타는 예수님의 탄생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사회자: 치유가 필요한 라스베이거스에 정말 필요한 때에 와 주셨군요. 25개 도시를 순회공연 하시는데, 오늘은 어디서 합니까?

박영국: 올리언스 아레나입니다.

사회자: 그렇군요. 영상자료가 준비되어 있지요?

-그라시아스 칸타타 중 ‘갓 블레스 아메리카God Bless America’ 자료화면

사회자: 어머나! 오늘밤이 기대되는데요. 공연은 언제 시작하며, 입장권은 얼마입니까?

박영국: 저녁 7시이며, 무료공연입니다.

사회자: 무료라고요? 굉장하군요. 지금 저쪽에 공연정보가 나오네요. 멋진 음악도 듣고 여러분의 문제도 해결받을 좋은 기회입니다. 목사님들,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회자인 모니카 잭슨은 칸타타가 25개 도시를 돌며 시민들에게 예수님의 마음을 전한다는 소개를 듣고 “정말 때맞춰 와 주셨다(Perfect timing)”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현재 라스베이거스에는 이웃도시들로부터 물, 식량, 의약품, 수혈용 혈액 등 지원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 사람들을 진정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은 물질적인 도움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뿐이다. 이번 칸타타에 참석한 시민들의 마음에 예수님이 태어나고, 삶에 슬픔과 두려움이 닥칠 때마다 그 예수님의 위안을 받으면, 그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닌가. 이는 이 땅에 예수님을 보내셨듯,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라스베이거스에 허락하신 하나님의 마음이기도 하다.

칸타타 공연장인 올리언스 아레나로 입장하는 라스베이거스 시민들
아레나는 4,500명의 관객들로 가득 찼다.

9천 석 규모의 실내경기장을 개조해 만든 5천 석짜리 공연장. ‘얼마나 좌석을 채울 수 있을까?’ 지금까지 칸타타를 했던 그 어느 도시들보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공연을 준비한 그라시아스 단원들과 스태프들. 하나님은 당신의 약속대로 일하셨다. 공연시작 1시간 15분 전부터 모인 시민들…. 공연시간이 임박할수록 사람들이 몰려들어 급기야 출입구를 하나 더 개방해야 했다. 그리고 공연장은 4,500명의 관객들로 가득 찼다. 남편과 두 아들을 데리고 참석한 몰리 테일러 씨와 이야기를 나누며, 하나님이 시민들을 불러 주셨음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몰리 테일러

“지난 총기사건 이후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메시지가 필요했습니다. 불쌍한 이 도시, 불쌍한 이 나라는 그 사건 이후로 혼란스러웠습니다. 만약 우리가 집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고, 이런 좋은 행사에 오지 않는다면 그건 악(惡)에 지는 겁니다. 우리는 절대 그런 일을 용납할 수 없습니다. 제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어제는 평소 하던 행사를 취소시키고 모여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크리스마스의 메시지가 전해지는 데 지금보다 더 합당한 시기는 없습니다. 지금 여기 있는 모두가 크리스마스의 메시지를 필요로 합니다.”(몰리 테일러Molly Taylor)

 
 
 
 

심금(心琴)을 울린다는 표현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아닐까. 그라시아스가 부르는 한 곡 한 곡은 어둠과 실의에 빠져 있던 시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처음에는 어수선했지만 공연이 진행될수록 차츰 정돈되는 장내 분위기, 그리고 갈수록 커지는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가 그 증거였다.

 

그리고 칸타타의 하이라이트인 크리스마스 메시지 시간. 이날도 최요한 선교사가 라이베리아 해외봉사단 시절, 전갈에 쏘여 죽어가다 말씀을 힘입어 살아난 간증이 전해졌다. “오직 여호와를 앙망하는 자는 새 힘을 얻으리니”(이사야 40:31) 수 년 전 죽어가던 최요한을 일으킨 이 말씀은 오늘 마음에 소망을 잃고 실의에 빠진 라스베이거스 시민을 일으키는 말씀이 되었다.

박영국 목사가 고린도전서 6장으로 복음을 전하자 객석 여기저기서 “아멘” “할렐루야” 하고 탄성이 터져나왔다.
 

관객들은 마음에 말씀을 채우고 세 번째 무대를 맞이했다. 헨델의 ‘메시아’로 시작된 노래가 ‘갓 블레스 아메리카’에까지 이르자, 시민들은 어느새 손과 손을 맞잡고 함께 “갓 블레스 아메리카(하나님, 미국을 축복하소서)”를 외치고 있었다. 눈에 눈물이 고인 채 노래를 따라 부르는 시민들도 많았다.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시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주었다.

 
눈물을 흘리며 갈채를 보내는 관객들도 많았다.
 
 
폭스TV 뉴스에서 칸타타 소식을 듣고 참석한 교포 이학은 씨.

“저는 올해로 44년째 라스베이거스에 살고 있는 교포입니다. 아침에 미국 폭스TV 뉴스를 보다가 마침 박영국 목사님과 테리 목사님이 나오신 인터뷰를 봤어요. 저녁에 올리언스 아레나에서 공연이 있는데, 사회자가 입장료를 물으니 박 목사님이 무료라고 하시는 거예요. 그리고 공연장면을 보여줬어요. ‘야, 정말 잘한다. 오늘 시간도 있으니 가봐야겠다’ 싶어서 일이 끝나자마자 집에 가서 아내를 데리고 얼른 왔지요. 연주도 훌륭했고, 미국인에게도 복음을 전하는 좋은 선교의 기회였습니다. 박영국 목사님의 메시지와 전갈에 쏘였다 나은 최요한 전도사님 간증을 들으면서 하나님의 능력이 새삼 위대함을 느꼈습니다.”(이학은/한의사)

두 딸과 아내를 데리고 참석한 호세 아세베도 씨(왼쪽 두 번째).

“올해가 두 번째 칸타타 참석입니다. 재작년에 캐시멕 센터에서 공연했을 때 폭우가 쏟아졌던 기억이 납니다. 그래도 공연장이 사람들로 가득찼어요. 저희 교회에서도 총기사건 희생자들을 위해, 라스베이거스 시민들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그라시아스 여러분이 어딜 가서 공연하시든 늘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가족들도 모두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호세 아세베도Jose Acevedo)

바바라 오스틴은 이번 칸타타가 시민들의 마음을 모을 구심점이 될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저희 집 현관에 티켓이 배달되어 있더군요. ‘10월에 웬 크리스마스?’ 싶었는데 와서 보니 훌륭한 메시지에 환상적인 합창단과 오케스트라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공연이었습니다. 이번 칸타타는 라스베이거스 시민들이 다시 하나로 모일 수 있는 구심점이 되었습니다. 상냥하고 사려 깊은 공연팀이 와서 많은 무리의 마음을 감동케 했습니다. 큰 시위나 행진을 한 게 아닌데도 영혼들을 일으켜세우고 시민들의 힘을 북돋워 주었습니다. 마음이 무거운 시민들의 영혼에 더 큰 힘을, 더 큰 소망을 주었습니다.”(바바라 오스틴)

 

크리스마스 칸타타는 눈이 휘둥그레질 만큼 아름다운 공연이지만 결코 화려한 무대에만 오르지 않았다. 자동차산업의 몰락으로 도시가 파산에 이른 디트로이트,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할퀴고 간 자취가 고스란히 남은 뉴올리언스, 또 라스베이거스까지. 상처와 고통으로 신음하는 시민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갔다. 그리고 단원들은 자신들의 마음에 오신 예수님을 노래에 담아 불렀다.

 

칸타타 공연팀은 여느 때처럼 짐을 챙겨 다음 도시로 향한다. 크리스마스 칸타타는 끝났지만 시민들의 마음 속에 태어난 예수님은 영원히 그들과 함께하시리라.

글 김성훈 기자 / 사진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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