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원숭이 몽치
붉은 원숭이 몽치
  • 이가희 기자
  • 승인 2017.10.31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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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원숭이 몽치는 개구쟁이예요. 언제나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요기조기 돌아다니며 만져보고 장난치고…. 엄청난 장난꾸러기에 사고뭉치랍니다. 오늘도 늙은 나무 넝쿨에 매달려 놀다가 떨어져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어요.
“아야야야야!”

 

“몽치야, 또 엄마 말 안 듣고 위험한 짓을 했구나! 엄마가 늙은 나무 넝쿨은 약하니까 매달리지 말라고 몇 번을 말했니?”
엉덩이가 빨갛게 된 몽치는 울상을 지으며 말했어요.
“쳇! 늙은 넝쿨이라 떨어진 게 아니에요. 원래 끊어져 있던 거였어요!”
“얘가 그렇게 말해도 정말!”
아빠, 엄마는 말 안 듣고 고집 부리는 몽치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엉덩이를 문지르는 몽치에게 할아버지가 말씀하셨어요. 
“몽치야, 아플 때는 가만히 누워 푹 쉬면 된단다. 이 할애비도 예전에 사람들을 피해 도망치다가 바위에 부딪혀 다친 적이 있는데, 그때 누워서 푸욱 쉬니 몸이 금방 좋아지더구나!”
할아버지의 말에 몽치의 귀가 쫑긋해졌어요.
“사람들이요? 그게 뭔데요? 표범보다 더 무서운 거예요?”
“사람은 이 숲에 사는 동물이 아니란다. 그들은 우리처럼 두 손과 두 발을 쓰는데 몸에 털이 없어. 그런데 그들은 나쁜 도구를 사용해서 숲속 동물들을 잡아가기 때문에 무척 위험해. 절대로 사람들 가까이 가서는 안 된다. 알겠지?”
“네, 할아버지.”
시간이 흘러 다친 엉덩이가 아물자, 몽치는 또 숲속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신나게 놀았어요. 오랜만에 멀리 숲 가장자리까지 가보았어요. 그런데 나무 밑으로 낯선 것이 보였어요. 몸에 털 대신 이상한 것을 걸치고 있고 두 발로 서서 왔다 갔다 하며, 나무와 땅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어요.
“아, 저것이 사람이구나!”
몽치는 그들이 사람이라는 걸 단박에 알았어요.
“가까이 가 볼까? 아참, 할아버지가 위험하다고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하셨지! 그렇지만 너무너무 보고 싶어. 궁금해, 궁금해! 조금만 가까이 가봐야지.”
호기심쟁이 몽치는 한 발짝, 한 발짝 사람들에게 다가갔어요. 그때 한 사람이 몽치를 발견하고 외쳤어요.

“어? 붉은 원숭이다!”
몽치는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소리치는 바람에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어요. 도망가려고 하는데 숲속의 늙어빠진 나무처럼 딱딱하게 굳어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어요. 몽치를 발견한 사람이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으려는 듯 뒤적거렸어요.
‘어? 나를 해치려고 하나?’
그 사람은 가방에서 바나나를 꺼내들고 몽치에게 다가왔어요.
“아유, 귀여워. 바나나 먹을래?”
“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바나나다!”
몽치는 바나나를 얼른 받아들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났어요. 사람들은 몽치를 지켜보며 빙그레 웃었어요. 그 사람들은 나무를 연구하는 사람들이었어요.

 

몽치는 바나나를 들고 얼른 집으로 돌아가 자랑했어요.
“이것 봐요! 사람이 선물로 준 바나나예요!”
“뭐? 사람이라고?”
할아버지가 눈이 휘둥그레져서 몽치에게 말했어요.
“몽치야, 사람 가까이 가선 안 된다고 했잖니! 사람은 위험하단다.”
엄마도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어요.
“절대로 가까이 가선 안 돼. 안 그러면 잡혀가고 말 거야!”
몽치는 할아버지와 엄마, 아빠의 걱정을 듣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어요.
‘칫, 뭐가 위험하다고 그래? 어른들은 다 겁쟁이야!’

다음 날, 몽치는 사람들을 만난 숲 가장자리로 가보았어요.
“어른들은 몰라서 그래. 사람들은 친절하고 좋아. 또 만나서 맛있는 걸 먹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매일같이 몽치는 숲 가장자리를 돌며 사람들을 찾아다녔어요. 그 소식을 듣고 아빠가 엄한 얼굴로 몽치에게 이야기했어요.
“몽치야, 너 정말 어른들 말을 안 들을 거니?
사람은 정말 위험해. 숲속 동물들 중에도 잡혀가서 돌아오지 못한 가족들이 많아. 이제 더 이상 그쪽에 가지 말거라.”
걱정하는 아빠의 말을 뒤로 한 채, 몽치는 속으로 생각했어요.
‘칫, 아빠는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으면서 괜히 걱정이야. 나는 직접 만나봐서 잘 알아. 먹을 것도 주고 얼마나 친절한대….’

 

그러던 어느 날, 그날도 몽치는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어요. 드디어 정말로 사람이 나타났어요. 몽치는 한달음에 나무 위에서 내려와 사람들 가까이로 달려갔어요.
“나예요! 전에 바나나를 주었죠? 또 맛있는 것 주세요.”
몽치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사람들에게 다가갔어요. 그러자 사람들이 커다란 가방을 열어 몽치를 향해 무언가를 던졌어요.
“으악! 이게 뭐야?”
몽치는 깜짝 놀라 버둥거렸지만 그물에 덮이고 말았어요.
“붉은 원숭이를 잡았다!”
이번에 몽치가 만난 사람들은 야생동물을 몰래 잡아다 파는 밀렵꾼이었어요. 밀렵꾼들은 몽치를 잡아 철창으로 된 상자에 넣고 유유히 숲속을 빠져나갔어요.
“살려주세요! 엄마, 아빠, 할아버지! 살려주세요.”
몽치는 있는 힘껏 소리쳤지만 사람들 귀에는 ‘끽끽’ 하는 소리만 들렸을 뿐이에요. 몽치의 말을 알아들을 할아버지와 아빠와 엄마는 너무 먼 곳에 있어서 몽치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답니다.

(그림| 송근영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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