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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의 마음을 찍어 오세요.밝아진 눈으로 오세요!”이스라엘 성지순례 1
조현주(기쁜소식강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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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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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인천공항을 떠난 우즈베키스탄 항공기는 타슈켄트를 경유해 이스라엘 벤구리온 공항에 착륙한다. 그곳 시각으로 저녁 8시 30분. 일곱 시간 시차를 감안하면 새벽 3시 30분이다. 장주현 목사님과 유대인 가이드 매니의 환대를 받으며 우리 일행은 바로 버스에 오른다. 일한 것이라곤 비행기 탄 것 외엔 없지만, 다들 피곤한 표정이다. 이때 커다란 가방이 버스 좌석을 한 바퀴 돈다. 둥근 용기를 하나씩 꺼내 뚜껑을 여니 김밥 네 쪽에 청포도와 흑포도가 나온다. 이스라엘에서 처음 먹은 음식

   
 

이 김밥이라니... 먼 길 온 것을 헤아려 준비한 정성에 피곤이 그대로 녹아버린다. 장 목사님의 아내 이향림 사모님의 솜씨란다.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여행의 출발점이 벌써부터 두근거리게 만든다.
도착한 날은 숙소 이동이 스케줄의 전부이다. 두 시간 거리의 호텔로 이동하면서 우리는 샤론평야를 달려왔고, 인류 최후의 전쟁터가 될 므깃도 평원도 지나왔다. 마침내 이스라엘 협동농장 키부츠에서 운영하는 리조트 호텔에 도착해 여장을 풀었다. 종려나무 드높이 솟은 리조트에서 내일 아침부터 펼쳐질 여행의 기대감으로, 소풍가기 전날처럼 하룻밤을 설쳤다.

 

 

 

   
   
 

성지순례의 첫 스케줄은 새벽모임으로 시작했다. 5시 30분, 호텔 세미나실로 모여 예배를 본다. 매일 새벽엔 천안교회 김진수 목사님, 저녁에는 북부산교회 정용만 목사님이 매번 말씀을 전하셨다. 낮에는 장주현 목사님을 따라 신구약을 들락날락하며 예수님을 만나고 다윗도 만난다. 땡볕 아래 2만 보씩 걸으면서 보고 듣느라, 저녁예배 때에는 벌겋게 달뜬 얼굴로 졸음과 싸우기도 한다. 마치 여름 수양회에 온 것 같다.  그리스도인에게 성지순례는 오랫동안 소망해온 숙제다. 이스라엘로 여행 간다고 박옥수 목사님께 말씀드리니, “예수님의 마음도 꼭 찍어 오세요. 실로암 가서 밝아진 눈으로 오세요”라고 하신다.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성경 속 인물들을 깨우러 가는 이 길에서, 중풍병자를, 소경을, 문둥병자를 만나 그 마음의 소망과 기쁨을 함께 들어보고 싶다. 이스라엘은 초겨울로 진입하는 시기인데 새벽 5시에도 밖이 훤하다. 우리는 예배를 마친 뒤, 키부츠 농장에서 직접 키웠다는 야채와 과일들로 아침 식사를 했다. 그리고 45인의 성지순례자들은 버스를 타고 갈릴리로 향했다.
마가복음 5장을 따라서 도착한 곳은 쿠르씨(Kursi)거라사인의 지방. 거기서 예수님은 귀신 들린 사람을 만나셨다.
‘나와 당신이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하는 그 사람을 향해 예수님은 ‘더러운 귀신아, 그에게서 나오라’고 하셨다. 귀신들은 그 말을 듣고 나와 돼지 떼에게로 옮겨갔고 2천 마리나 되는 돼지들은 바다로 내리달아 빠져 죽었다고 성경에 기록돼 있다.
갈릴리에서 54킬로미터 떨어진 쿠르씨에서 이주해온 이방인들은 인천 차이나타운처럼 이곳에 거라사인 타운을 조성하고 돼지를 키우며 살았다. 장 목사님이 수년 간 여러 전문가들을 만나며 알게 된 것은, 돼지 2천 마리가 동시에 빠져 죽으려면 수심이 최소 27미터가 되어야 한다는데, 당시 쿠르씨 지역의 비탈언덕의 수심은 32미

   
 

터로 충분했다고 한다. 성경이 과학보다 앞선 것임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그 성경 속 비탈길을 오늘 내가 오르고 있다니, 감격스럽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언덕 아래 비잔틴 시대의 유적지에서 맴돌다 가버린다. 언덕까지 오르는 일행은 우리 외엔 없다. 인간의 역사를 보는 길과, 하나님과 예수님의 역사를 보러 가는 길은 이렇게 시작부터 다르구나 싶다. 우리는 귀신들린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 변했던 그곳에서 바다 쪽으로 외쳤다. “더러운 귀신아, 나가라!” 우리들 마음속에 자리한 귀신은 각양각색이겠지만, 주님의 힘으로 떨쳐질 것을 믿으며 힘껏 소리쳤다.
언덕을 내려와 벳새다(Bethsaida)로 발길을 옮겼다. 갈릴리 지역의 어업 중심지였던 벳새다는 우리에게 오병이어의 기적(마14장)으로 더 빨리 와 닿는 곳이다. 제자로 부르심을 받은 베드로, 안드레, 빌립은 모두 벳새다 출신의 어부들이었다.(요1:44) 장 목사님의 설명이 들판에서 이어진다.
 “벳새다는 어부들의 집이라는 뜻입니다. 지금은 사람들이 살았던 집터만 남아 있어요. 구전이지만, 안드레 아버지가 이 지역 최고의 유력자였다고 합니다. 예수님 시대에 갈릴리 북쪽에서는 가버나움이 가장 번성한 도시였고 제일 큰 회당은 500명 정도 들어갈 규모였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모이니까 예수님은 벳새다나 팔복산 언덕에 가서 말씀을 전하셨어요.
이스라엘 가이드들은 벳새다에 볼 게 별로 없으니까 답가Tabgha의 오병이어 교회로 관광객들을 데리고 가요. 그런데 답가 지역은 예수님 시대에 모두 호수였어요. 물속에서 수천 명에게 떡을 나눠줄 수 있나요? 답가는 성경적으로 정확한 곳이 아니에요. 그래도 거기에 갈까요?”
 우리는 한 소리로 ‘아니요’라고 답한다. 곧 다음 행선지로 향했다.
 성경 속 가버나움Capernaum은 베드로의 장모, 백부장의 하인, 중풍병자, 혈루증 여인, 소경과 벙어리 등 예수님을 만나 은혜를 입은 사람들이 매우 많이 등장하는 곳이다. 천천히 걷다보니 검은 돌, 현무암이 눈에 많이 띈다. ‘이 돌 위로 예수님이 걸어가셨을까? 이 돌들은 예수님의 얼굴도 보고 음성도 들었겠지?’ 발에 채는 돌들조차 부럽다는 마음이 들었다.
 회당 근처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고 설명을 듣기 시작하자, 죽은 회당 터가 스멀스멀 살아나 2천 년 전으로 우리를 끌고 간다.
“여러 마을 중에 예수님이 왜 가버나움에 터를 잡고 20개월 이상 사시면서 선교학교를 했을까요? 예수님은 유대인의 왕으로 오셨고, 유대인들은 회당에서 주로 일을 했습니다. 성전은 예루살렘에만 있으니까 회당이 중심이 된 것이죠. 갈릴리에서 가장 큰 회당이 가버나움에 있었기에 예수님이 여기로 오신 겁니다. 그물을 버리고 따라온 제자들도 가버나움 선교학교로 들어왔고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가버나움에서 사역을 시작하셨어요.
그런데 마태복음 11장에서 왜 가버나움을 책망하셨을까요? 회당 터 건물의 돌 색깔을 눈여겨보세요. 밑돌은 검정 돌, 윗돌은 노란 빛이 도는 흰 돌이에요. 회당이 증축된 것을 보여주고 있지요. 예수님 돌아가시고 30여 년 후에 증축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수님 당시에 가버나움엔 구원받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사야 9장에 ‘흑암에 앉은 백성이 큰 빛을 보았고 사망의 땅과 그늘에 앉은 자들에게 빛이 비취었도다’라고 나와 있어요. 복음 때문에 갈릴리에서 이상한 풍조가 일어났다는 소문이 돌아서, 로마군이 조사하러 왔는데 그들 눈엔 예수님이 평범한 시골 청년으로 보였어요.
‘아무 일도 아닙니다. 민란은 아닙니다.’ 그렇게 보고했지요.
그러나 십자가 사건 이후 유대인들은 다시 갈릴리 일대를 다니면서 조사를 했어요. ‘너, 갈릴리 출신이지? 예수와 무슨 상관이 있어?’ 상관이 있다고 하면 핍박하고 회당에서 축출하고... 그런 불이익을 주면서 예수님의 행적 지우는 일들을 했습니다. 예수님과 연관된 모든 사람들을 색출해서 제거하는 일이 시작되었던 겁니다.
당시 사람들은 예수님을 메시아로 받아들였는데, 갈릴리 출신이 드러나면 취직도 안되니까 그들은 ‘나는 예수님과 상관이 없다’는 걸 보여주려고 회당을 증축했습니다. 예루살렘의 흰 돌들을 가져다가 가버나움의 검정 돌 위에 얹은 겁니다. 이것은 ‘우리는 다시 율법으로 돌아왔어요. 우린 예수님과 상관없어요.’를 무언으로 고지하는 행위였습니다.”
검은 돌 위의 흰 돌. 그것은 예수님에 대한 변절의 증표였다. 그래, 나를 하얗게 보이려는 것은 거짓이지. 어둡고 검은 색이 본래의 내 모습이지. 내가 어두워야 빛의 필요성을 알지. 그래야 예수님이 보이지. 가버나움 검은 돌은 나를 비쳐주는 거울 같았다.
이어지는 코스는 팔복산The Mount of Beatitude. 팔각형 형태로 지어진 팔복교회로 여러 나라 순례자들의 버스가 줄을 잇는데, 우리 버스는 들판에서 멈춰 선다. 장 목사님은 저 교회가 예수님이 말씀을 전한 곳과 하등의 관계가 없다면서 “성당을 보고 싶습니까? 실제 예수님이 말씀 전하신 곳을 보고 싶습니까?”라고 선택권을 우리에게 돌린다.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우리는 예수님의 발자취에 손을 들었다. 그런데 팔복산 가는 길에서 성당 전체 모습을 조망해 볼 기회가 있었다. 버리면 다시 얻는 은혜의 세계가 이런 것이겠지?
팔복산은 평탄한 길이 아니다. 물병 들고 모자 쓰고 밑창 편한 운동화를 신고 걸어도 만만치 않다. 옛날 예수님은 마른 흙먼지 나는 이곳을 얇은 가죽 샌들을 신고 다니셨겠지? 얼마나 더우셨을까? 땡볕 아래를 걸으며 우리는 목사님과 성경 속으로 다시 들어간다.
 “여러분, 마태복음 5장 아시죠? 애통하는 게 좋아요? 마음이 가난한 게 좋아요? 목마르고 주리는 것은 어때요? 핍박받는 것, 좋지요?”
어느 하나 ‘네’라고 답할 수 없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새로운 복을 말씀해 주셨어요. 돈 많은 사람, 마음씨 좋은 사람이 복이 있다고 하지 않고 의에 주린 자, 애통하는 자가 복이 있다고 하셨어요. 박옥수 목사님은 이 말씀을 놓고, ‘예수님은 세상의 윤리와 도덕이 만들어 놓은 복의 기준을 완전히 갈아엎으셨다. 예수님과 마음을 합해 복을 받으려면 내가 가진 복의 기준을 버려야 한다’고 하셨어요.”

   
   
 

내가 배워온 복의 기준과 예수님이 말씀하시는 복의 기준이 정반대라는 걸 되새기면서 팔복산 빈들을 둘러보았다.
해는 중천에 왔고 팔복산도 식후경이라는 생각이 들 즈음, 베테랑 가이드는 허기진 우리를 이미 간파하고 게네사렛Gennesaret으로 가서 베드로 물고기Peter Fish를 맛보게 해준다. 갈릴리에서 가장 흔하게 잡히는 고기가 베드로 물고기이다. 내장을 빼내고 지느러미까지 한 마리를 통째로 바싹 튀기듯 굽는다. 맛이 담백하고 잔가시도 적어 먹기도 좋다. 여기에 전통 빵과 샐러드, 병아리콩으로 만든 후무스를 곁들인다.
식사 후 게네사렛 호수 근처를 잠시 거닐어 본다. 갈릴리 북서 해안에 위치한 이곳은 볼 게 없다. 옛날에는 수산물이 풍성하여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았고, 해안가에는 낚시 바늘 장사, 비늘 벗기는 칼 도매상, 생선가게 등 주로 어업 관련 종사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곳이 우리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베드로가 예수님을 처음 만났기 때문이다(눅 5:1~6). 물고기 한 마리도 잡지 못한 그에게 나타나 예수님은 깊은 곳에 가서 그물을 내리라고 하셨다.
“게네사렛 쪽은 물이 굉장히 얕은 편이에요. 100미터 헤엄쳐 나가도 땅이 발에 닿을 정도니까요. 노련한 어부 베드로는 깊은 데로 가자는 예수님 말씀이 믿기지 않았을 거예요.”
목사님의 보충설명을 들으며, 그물이 찢어질 정도로 잡은 베드로는 어떤 심정이었을지 헤아려본다. 들어 올린 그물처럼 자신의 경험과 지식도 찢어졌음을 깨닫지 않았을까?
이제 배를 타고 갈릴리 서쪽 디베랴Tiberias로 간다. 성경 속 갈릴리 바다 위에 있다니! 베드로가 바다 위를 걸었듯이, 우리는 배 안에서 바다 위를 마음껏 걸어본다. 디베랴 바다 앞에 도착했을 때에는 뉘엿뉘엿 노을 무렵이었다. 첫날 갈릴리 순례는 이렇게 벅찬 감동으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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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차 때문인지 일찍 일어나 다닌 곳들을 머릿속에 정리해보았다. 한 장면씩 떠올리면서 이제껏 다닌 여행과 성지순례가 다름을 느낀다. 박물관 코스도 없고, 기념품 숍은 문턱도 넘어보지 못했다. 장 목사님이 단호한 음성으로 어제 말해주신 내용이 귓전에 들린다.
“우리의 성지순례는 역사적인 설명은 줄이고 말씀 중심으로만 갑니다. 역사를 알려줘도 며칠 뒤면 다 잊어버리니까요. 성지순례와 고고학의 차이가 뭐냐고 묻는 분이 계신데, 고고학이 잘 발달되어 있어야 성지순례가 가능합니다.
고고학은 부검과 같아요, 역사의 부검. 이 사람이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인을 밝히는 게 부검이잖아요. 우리가 걸어 다니는 땅 속에는 역사라는 거대한 시체가 파묻혀 있어요. 그걸 끄집어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검하는 것

   
 

이 바로 고고학이에요. 그런데 부검하는 자의 소견에 따라서 부검 결과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지요.
성지순례가 고고학적 부검과 다른 것은, 성지순례가 구원을 받은 사람과 동행해야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많은 성경말씀을 들어왔습니다. 성경 속 많은 이야기를 들으며 믿음이 자라납니다. 확신하건대, 이 세상 최고의 성지는 구원 받은 그리스도인의 마음입니다. 그 마음이 없이 좇아가는 여행은 성지순례가 아닙니다. 아무리 좋은 곳에 가도 구원 받은 그리스도인의 마음이 살아 있지 않으면 그곳은 성지가 될 수 없습니다.”

   
 

고고학은 역사의 부검인데 그 시신을 파헤쳐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이 나의 여행 개념을 단번에 바꿔 놓았다. 그동안 나는 역사의 시신들만 보고 다녔구나. 박물관, 미술관 순례만 하고 다녔으니.... 구원 받은 그리스도인의 심장으로 새롭게 둘째 날 투어를 시작한다.
가나Kafr Kana 예수님이 가나 혼인잔치에서 첫 번째 기적을 행하신 곳으로 유명한 마을이다(요2장). 현재 아람지방으로, 회교도인들과 아람기독교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가나교회 지하에는 결례를 따라 두세 통 드는 돌 항아리의 밑둥치가 전시되어 있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에게 질문을 던진다.
“여자여 나와 무슨 상관이 있나이까. 내 때가 아직 이르지 못하였나이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떠셨어요?”
 “예수님과 상관이 있어야 내 때라고 이미 답을 주셨잖아요. 그때는 예수님과 마음을 합하는 때니까,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하는 때가 아니겠어요?”
무슨 말씀을 하시든지 그대로 순종할 때가 바로 주님이 내게 일하시는 타이밍이다.
가나교회를 내려오며 일행과 석류 주스 한 잔씩 사마시며 어떻게 성지순례를 오게 됐는지 대화를 나눈다. 가나혼인잔치에 왔던 하객들처럼 말이다.

   
 

나사렛Nazareth은 예수님이 유년시절부터 서른 살까지 살았던 곳이다. 거기에서 예수님은 인색한 대접을 받으셨다. ‘나사렛 예수’는 역설적 표현이다. 초라하고 작은 그 마을에서 무슨 메시아가 나겠느냐며 무시하는 말투다. 그래서 베드로가 ‘은과 금 없어도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고 말한 것은, 너 같은 거지조차도 무시하는 시골뜨기, 초라한 예수님이지만, 그분에게는 하나님이 허락하신 모든 권세가 있으셔, 그러니 네가 무시한 그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라는 통분 어린 명령이 담겨 있다. 그런 나사렛 마을을 첫동네 절벽에 올라 바라본다. 눈앞에 이스르엘 평야가 보이고 오른쪽으로 갈멜산, 왼쪽으로 갈보아산이 자리한다. 사울이 세 아들과 죽음을 택했던 갈보아산, 그 시신이 성벽에 걸렸다는(삼상31:10) 벧산Beit She'an으로 간다. 갈릴리 남부에 위치한 이곳은 그 뒤에 로마의 도시가 그대로 재현되듯 세워져 매우 번화했었다. 하나님이 왕으로 높이 세웠으나 하나님의 마음을 무시하고 자기 좋은 대로 행했던 사울의 최후를 상상하며 우리 일행은 멀리 있는 벧산 성벽 터를 응시했다.

   
 

그 다음 목적지는 므깃도Megiddo이다. 이곳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이 교류할 때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전략적 요충지이다. 갈멜산 남쪽에 위치한 성읍(왕상 4:12)으로 천혜의 요새였기에 5천 년 동안 수많은 분쟁과 전쟁의 무대가 되었다. 솔로몬 왕은 수도를 예루살렘으로 잡았지만 특별부대는 므깃도 요새에 주둔시켰고 왕실 마병을 육성하였다(왕상 9:15; 대하 9:25). 아합 왕은 지하에 터널을 뚫어서 물을 수급했다. 이곳은 인류 최후의 전쟁으로, 하나님의 군대와 사탄의 군대가 최후의 일전을 벌일 ‘아마겟돈’으로 불린다.(계16:16)
 이제 우리는 여리고 가는 길을 달려간다. 옛날엔 갈릴리에서 예루살렘으로 가려면 한 번에 갈 수 없으므로 여리고를 거쳐 갔다. 예수님은 그때 삭개오를 만나고 소경 바디메오도 고치며 복음을 전하셨다.
우리는 점점 남쪽 유대광야와 가까워지고 있었다. 차창으로 지나치는 광경을 보는데 연노란 색 암산 위에 베두인족 목동들이 양에게 꼴을 먹이고 있었다. 풀이 있을까? 돌 틈에 아주 작은 풀들이 자라는데, 그걸 뜯어먹고 산단다. 사르밧 과부가 나뭇가지를 줍듯, 이곳의 양들은 심령이 가난하겠구나. 대관령목장 양들보다는 생활환경이 좋지 않지만, 그래서 은혜를 구하며 먹이를 찾을 이스라엘 양들은 더 행복하겠구나 싶었다.

   
 

오늘 일정의 마지막 코스인 여리고Jericho는 해발 -250미터의 낮은 도시이다. 지금은 팔레스타인들이 사는 쇠락한 마을이지만, 여호수아가 들어올 당시엔 대단한 규모의 성이었다. 지금 존재하는 고대도시 중에서도 가장 긴 역사를 가진 도시이다. 중동 땅 전체의 대표적 향락 도시였던 여리고는 돈이 없으면 불행한 곳이었다. 여리고로 내려갔다는 말은 그가 타락했다는 은유적 표현이다. 이런 유흥업의 도시 여리고에서 예수님은 외로운 삭개오를 불러 구원으로 이끄셨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의 목록을 버킷리스트bucket list라고 하는데, 나는 이번 여행으로 버킷리스트 두 개를 지울 수 있었다. 하나는 이스라엘 성지순례였고, 또 하나는 친정어머니와의 여행이었다. 올해 85세인 어머니를 이스라엘에 모시고 올 때 여행사에서 더 우려를 했다. 그런데 어머니는 나보다 더 건강하시고 정신력도 더 강하시다. 그 어머니 덕분에 내가 여행에서 은혜를 많이 입었다. 나는 깍쟁이처럼 생겨서 내가 먼저 말을 붙이지 않는 한, 상대가 선뜻 다가오는 경우는 별로 없다. 그런데 어머니와 함께 다니니까 “모친님, 어떠세요?” 먼저 문안을 해오고, 성격 호탕한 어머니 덕분에 나도 사람들과 친해진다. 그리고 투어 팀이 이동할 때마다 어머니가 늘 마지노선인데, 어머니는 어제 팔복산도 오늘 므깃도 지하터널도 성큼성큼 다녀서 젊은 사람들이 힘들다고 불평할 틈을 주지 않으셨다. 엄마와 단둘이서 하는 여행은 처음인데, 그곳이 마침 예수님 성지라니. 행복했다. 감사했다. 히브리어로 감사해라 노래를 속으로 불러본다. 호두 라 아도나이 키 톱(선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라)~~
다음호에 여행기 2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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