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내가 너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 김요한(케냐, 나이로비교회 선교사)
  • 승인 2018.06.08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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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사 수기_케냐 김요한 선교사 편 제2화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정녕히 내가 광야에 길과 사막에 강을 내리니”(사 43:19)

“여러분 가운데 복음을 위해 살고 싶은 사람들은...”
2001년부터 ‘한미연합수련회’가 ‘세계대회’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매년 참석하는 수련회였기에 2001년에도 특별한 생각 없이 참가했다. 세계대회가 끝나기 바로 전날 저녁에 강사인 박옥수 목사님이 베드로에 대해 말씀하시며 마태복음 4장 19절 “말씀하시되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하시니” 말씀을 읽어 주셨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 말씀을 전하시면서 우리에게 ‘복음을 위해 살라’고 하셨다. 나 자신밖에 모르고 세상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고 말씀에는 전혀 관심 없던 내 마음에 말씀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예수님이 ‘내가 너희로’라고 하셨네! 내가 열심히 무엇을 하지 않아도 내년이든, 후년이든, 내가 할아버지가 되어서든, 언젠가는 하나님이 나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시겠구나!’ 내가 말씀을 받아들였다기보다는 말씀이 내 마음에 그냥 그대로 스며들어왔다.
‘내가 너로’라는 말씀이 내 마음에 평안을 주었다.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내가 열심히 하지 않아도 하나님의 뜻에 의해서 내가 그렇게 만들어지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말씀을 마치고 나면 보통 박 목사님이 구원받지 않은 사람은 손을 들라고 한 후 기도해 주시는데, 그날은 다 고개를 숙이라고 한 후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여러분 가운데 복음을 위해 살고 싶은 사람들은 오른손을 들어 주세요.”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말씀을 들을 때는 분명히 ‘하나님이 나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시겠구나’라는 마음이 있었는데, 막상 손을 들려고 하니 너무 부끄러웠다. ‘뒤에 계신 목사님들, 사모님들, 선생님들이 내가 어떤 놈인 줄 다 잘 아시는데 내가 손을 들면 다 웃겠지?’
‘요한이 네가 복음을 위해 살아? 너 같은 사람이 복음을 위해 산다고? 네 행실이나 똑바로 해라!’ 이렇게 보실 것만 같았다.
손을 들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 짧은 시간에 망설이다가 살짝 눈을 뜨고 왼쪽을 보았다. 그런데 내가 봐도 문제아라고 생각했던 친구가 고개를 푹 숙이고 손을 들고 있었다. ‘쟤가 손을 들면 나도 손을 들 수 있겠다!’ 하고 나도 손을 높이 들었다.
손을 들고 나면 목사님이 바로 기도하실 줄 알았다. 그런데 목사님이 다시 말씀하셨다. “여러분 가운데 복음을 위해 살고 싶은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주시기 바랍니다.” 선뜻 일어날 수 없었다. ‘내가 일어나면 뒤에서 목사님들, 사모님들, 선생님들이 다 보실 텐데 어떻게 일어나지?’ 다시 눈을 살짝 떠서 두리번거렸다. 그러자 내가 봐도 쟤는 문제아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일어서는 것이었다. ‘쟤들이 일어서면 나도 일어날 수 있겠다’ 하며 나도 일어섰다.
그 뒤 목사님이 기도해 주셨다. 무척 신기했다. 나는 절대 복음을 향한 마음을 가질 사람이 아닌데 말씀이 마음에 들어오니까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던 땅에 빛이 들어오듯 말씀이 내 마음을 밀어내고 새 마음을 심어 주었다.
그 후에 미국에 돌아왔다. 나의 삶은 여전했다. 나를 위하고 육을 쫓는 삶을 살았다. 하지만 그런 내 모습과 상관없이 내 마음에 지워지지 않는 말씀 한 구절이 있었다. “내가 너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 ‘지금 나의 모습은 이렇지만 언젠가는 내가 아닌 하나님께서 나를 사람을 낚는 어부로 만드실 거야!’ 하는 마음이 분명히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때 나는 고등학생이었다. 어린 나이였기에 세상을 향한 욕망과 꿈을 가질 수 있었지만 교회 안에서 말씀으로 내 마음을 붙들어 주시는 분들이 계셨음이 무척 감사하다.

 

새끼 독수리를 훈련하듯 나를 훈련하셨다
2001년 10월, 워싱턴교회에서 사역하시던 부모님이 다시 한국으로 가셨다. 나와 누나는 워싱턴 교회에 새로 부임하신 임병주 선교사님과 같이 지냈다. 대학교 1학년 때였는데, 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다른 선교사님과 지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내 멋대로 살아온 마음들을 하나님이 그때 연단시키셨다.
그즈음 세계대회에서 신명기 32장 11절 말씀으로 자주 설교하셨다.
“마치 독수리가 그 보금자리를 어지럽게 하며 그 새끼 위에 너풀거리며 그 날개를 펴서 새끼를 받으며 그 날개 위에 그것을 업는 것 같이”
새끼 독수리는 부드러운 깃털이 깔려 있는 둥지에 머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미 독수리는 어떤 삶이 복된지 알기 때문에 새끼 독수리를 그 둥지에서 나오게 한다. 세계대회 때 박 목사님이 독수리 흉내를 내며 외치신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너, 나와!”
“아이~ 엄마, 나 여기 있을래요.”
“안 돼! 나와야 해!”
“아이~ 엄마! 내일 나갈게요!”
“안 돼! 엄마가 나오라면 나오지, 말이 많아!”
목사님은 독수리의 날개처럼 팔을 펴고 너풀거리며 둥지를 어지럽히고 둥지 안에 있던 부드러운 깃털들을 뽑아내는 시늉을 하셨다. 부드러운 깃털들이 빠지자 둥지 안에 있는 뾰족한 가시들 때문에 새끼 독수리는 둥지에 머물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둥지에서 나오는 새끼 독수리를 엄마 독수리가 등에 태우고 하늘 높이 올라가서 떨어뜨렸다. 새끼 독수리가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엄마! 왜 나를 죽이려고 해요!” 하며 엄마 독수리를 원망했다. 땅에 거의 떨어질 즈음 어미 독수리가 와서 새끼 독수리를 등에 받아 다시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땅에 떨어뜨렸다. 이 훈련을 반복하자 새끼 독수리가 나중에 날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그 당시 세계대회에 참가한 필리핀 청년들과 이 내용으로 댄스를 만들어 발표했던 기억도 난다. 이 말씀이 주일학교 찬송으로도 만들어져 배우기도 했다.
하나님은 나를 새끼 독수리를 훈련하듯 선교사님과 교회를 통해 훈련시키고 단련시키셨다.
그러나 나는 원망이 많았다. 선교사님은 나에게만 교회 일을 다 시키고 나를 괴롭히시는 것 같았다. 대학생인데 공부할 시간도 안 주시는 것 같았다. 어느 날 전도집회가 끝나고 난 후 교회에서 40분 떨어진 곳에 사시는 모친님을 모셔다 드리러 가면서 누나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차 안에서 내 마음에 있는 모든 원망과 불신을 누나에게 퍼부었다.
한참 이야기하고 있는데, 갑자기 마태복음 4장 19절의 “내가 너희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가 기억났다. ‘아! 그래, 하나님이 나를 사람을 낚는 어부로 만드신다고 했지! 하나님이 나를 사람을 낚는 어부로 만드시기 위해서 새끼 독수리를 훈련하듯이 훈련하고 계시는구나! 새끼 독수리가 훈련을 받고 나면 넓은 날개를 멋있게 펴서 푸른 하늘을 날아다니겠지. 마라톤 선수들이 훈련하다 보면 사점이 찾아오는데, 계속 훈련하다 보면 사점을 넘어서 더 빨리 더 멀리 뛸 수 있듯이 하나님이 나를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기 위해서 부담과 어려움을 주시고 넘게 하시는구나! 훈련이 되고 나면 또 더 큰 부담을 주셔서 훈련을 시키시겠구나. 훈련을 단계 단계 넘을 때마다 사람을 낚는 어부로 만들어 가시는구나!’
사람이 나를 어렵게 하는 것이 아니고 어미 독수리이신 하나님이 나를 훈련시키신다는 마음이 들었다. 사람을 향해 가졌던 모든 원망과 불평이 그때 끝났다. “내가 너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라는 말씀이 이루어지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이 마음을 교회에서 간증하자 다들 기뻐했고, 나도 행복했다.

 
 

선교학교라는 새로운 길로 인도하다
이 일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뉴욕에 있는 대학으로 편입하여 뉴욕교회에서 학교를 다녔다. 뉴욕교회에 있는 동안 학교를 다니면서 교회 일도 본격적으로 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는 한국으로 돌아갔다.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박옥수 목사님께 여쭈었더니 군대에 가면 좋겠다고 하셨다. 전혀 생각하지 못한 길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왔기 때문에 나이가 스물넷이었고, 미국 영주권이 있었기에 군대에 가리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목사님의 인도를 따라 자진 입대 신청을 하고 군 입대까지 3개월의 시간이 있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목사님께 다시 여쭈었다. 목사님은 선교학교 청강생으로 와 있으라고 하셨다. 선교학교에 갈 마음은 전혀 없었지만 입대 전까지만 말씀을 들으라고 하셨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서울에 있는 마하나임신학교로 갔다.
첫 날, 반장이 내게 와서 돈을 다 달라고 했다. 선교학교에서는 필요한 모든 것을 하나님께 구하며 사는 믿음의 삶을 배우기 때문이었다. 나는 청강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용돈을 갖고 왔는데 그 돈을 다 주었다.
어미 독수리인 하나님은 나를 선교학교라는 길로 인도하셨다. 내 생각, 내 계획, 내 마음에 없었던 새 길로 계속 인도하셨다. 그리고 인도하실 때마다 그곳에 하나님의 종이 계셨다.
창세기 17장에서 아브라함이 구십구 세 때에 하나님이 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 사이에 세워 너로 심히 번성케 하리라.”(창 17:2)
“내가 너와 내 언약을 세우니 너는 열국의 아비가 될지라.”(창 17:4)
“... 내가 너로 열국의 아비가 되게 함이니라.”(창 17:5)
“내가 너로 심히 번성케 하리니 ...”
(창 17:6)
“내가 내 언약을 나와 너와 네 대대 후손의 사이에 세워서 영원한 언약을 삼고 너와 네 후손의 하나님이 되리라.”(창 17:7)
“내가 너와 네 후손에게 너의 우거하는 이 땅 곧 가나안 일경으로 주어 영원한 기업이 되게 하고 나는 그들의 하나님이 되리라.”(창 17:8)

17장 한 장에 “내가”라는 말이 열세 번이나 나온다. 하나님의 의지와 하나님의 뜻이 나오는 것이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약속을 주시고 하나님의 뜻을 보이시고 하나님 자신이 이 뜻을 이루시는 것을 볼 수 있다.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그 어디에도 아브라함은 찾아볼 수 없다. 다 하나님이 이루시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하나님이 나에게도 “내가 너로 사람을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라는 약속을 주시고, 내가 한 것은 단 하나도 없고 “내가 너로”라고 하신 하나님께서 나를 인도하고 이끄시는 것을 분명히 보았다. 그렇기에 그 하나님 앞에 내 인생을 드리고 맡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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