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베리아를 녹인 '한국 문화의 봄'
[러시아] 시베리아를 녹인 '한국 문화의 봄'
  • 정희정
  • 승인 2019.04.0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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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옴스크 국립농대, 국립대, 국립의대, 시베리아 비즈니스 및 정보기술대 등 4개 대학교에서 '한국 문화의 날' 행사 개최
- 부총장, 국제교류담당자, 의과대 교수 등 각 대학 관계자들도 직접 참석, 마음 열고 직접 감사장 수여
- 굿뉴스코 단원들 7월 말 고려인협회와 옴스크 주 정부에서 공동 주최하는 '한국 문화의 주' 행사에 초청 받아

세상에서 가장 추운 곳이라 불리는 시베리아, 그 시베리아의 한복판에 러시아에서 8번째로 큰 도시, 옴스크가 위치해 있다. 유배자들의 도시라는 옛 이름처럼 춥고 척박한 땅이지만 이곳에도 한국을 사랑하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살고 있다. 지난 3월 26일부터 4월 1일까지, 6명의 굿뉴스코 단원들과 이영민 선교사 부부는 총 5차례에 걸쳐 '한국 문화의 날'을 진행했다.

2018년 11월, 옴스크 국립대와의 MOU 체결 기념 사진
2018년 11월, 옴스크 국립대와의 MOU 체결 기념 사진

이번 행사는 작년 11월 조규윤 목사의 옴스크 방문 시 마인드강연을 했던 옴스크 국립대와의 인연으로 시작되었다. 3월 초, 작년 조규윤 목사의 마인드강연을 듣고 마음을 열게 된 국제교류처 담당자가 3월 말에 한국 문화행사를 해줄 수 있는지 문의해왔다. 우리 기준으로는 한 학교도 벅차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러시아 지역 사역자모임을 위해 러시아를 방문한 조규윤 목사와 논의했고, 옴스크에서 할 수 있는 모든 행사를 해보라는 종의 마음을 받아 다른 대학에도 문을 두드려 보았다. 감사하게도 많은 대학교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고 옴스크 국립농업대(26일), 옴스크 국립대(28일), 시베리아 비즈니스 및 정보기술대(29일), 옴스크 국립의과대(29일) 등 4개 대학교에서 한국 문화의 날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단원들과 모임을 가진 이영민 전도사는 “복음의 일은 열린 문과 같아서 우리가 발을 내딛기만 하면 하나님이 이미 준비해놓으신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모든 화평을 누리라’라는 말씀처럼, 우리가 화평을 누리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누릴 수 있는 모든 조건이 갖추어져 있다.”라고 이야기하며, 모든 부분에 하나님께서 준비해 놓으셨다는 소망을 전하며, 단원들 마음에 믿음을 심어주었다.

농대 - 한국 문화의 날 행사 중 마인드강연
농대 - 한국 문화의 날 행사 중 마인드강연

26일, 옴스크 국립농대에서 열린 첫 번째 한국 문화의 날 행사에는 약 50여 명의 학생들이 참석했다. 농대도 작년 11월 조규윤 목사 방문 당시 MOU를 체결했던 학교로, 우리가 하는 행사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마음을 활짝 열고 있는 학교 중 하나였다. 약 2시간 반 동안 한국 인사법 소개, 한국어 노래 배우기, 한복, 태권도, 김밥 만들기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는데, 모든 프로그램들을 단원들이 준비하고 직접 러시아어로 소개했다. 서툰 러시아어였지만 단원들의 진심어린 표현에 학생들은 점점 마음을 열었고, 한국에 대해 잘 모르던 학생들도 점차 관심을 갖고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행사 후, 감사장을 받은 단원들
농대 - 행사 후, 감사장을 받은 단원들

28일에는 옴스크에서 가장 많은 학생 수를 자랑하는 옴스크 국립대에서 일일 한국문화캠프를 열었다. 약 70여 명의 학생들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약 4시간 가까이 진행되었다. 우리 단원들은 한국어 수업 및 한국노래 수업 등으로 한국어와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고, 프로그램 중간 중간 기타 연주 및 태권무 공연 등으로 학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또한 김밥 만들기와 한국어 명함 만들기, 전통 탈 색칠하기 등을 통해 한국 문화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했고, 이영민 선교사는 짧은 마인드 강연을 통해 한국 역사에 깃든 도전정신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도 가졌다. 쉬는 시간 없이 약 4시간 가까이 진행된 타이트한 프로그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한 학생들과 학교 관계자들 중 단 한 명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끝까지 남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모든 프로그램이 마친 후 그 자리에서 바로 감사장 수여식을 가지며 행사를 준비해준 단원들에게 감사를 표현했다.

국립대 - 행사 후 참가한 학생들 및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국립대 - 행사 후 참가한 학생들 및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29일, 금요일에는 시베리아 비즈니스 및 기술대학(이하 시비트)과 옴스크 국립의대 2군데에서 한국 문화의 날 행사를 가졌다. 시비트에서는 50여 명의 학생들이 참석했으며, 담당 관계자가 우리 행사를 위해 물품을 미리 준비해 놓는 등, 온 마음을 담아 일을 같이 진행해 주었다.

시비트도 국립농대와 마찬가지로 작년 11월 조규윤 목사 방문 당시 MOU를 체결했는데, 마인드 강연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 학교 측에서 먼저 ‘마인드학과’ 설립을 제안해 왔다. 현재 이 곳과는 교양학부 내 마인드학과 등록 및 온라인 강의 교육에 관해 논의 중에 있으며, 빠르면 내년 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러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한국 문화의 날’ 행사는 시비트 대학과 더욱 돈독해질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시베리아 비즈니스 및 기술정보대학 - 한국 문화의 날 행사 중 김밥 체험
시베리아 비즈니스 및 기술정보대학 - 한국 문화의 날 행사 중 김밥 체험

행사에 참석한 알렉산드르 시비트 부총장(교양활동담당)은 “이번 행사를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행사 시간이 길어져서 아이들이 교실에서 나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이전에는 한 번도 없었던 상황이라 신기하고 놀라웠다. 앞으로도 더욱더 많은 활동을 함께하기를 소망한다.“고 전하며, 직접 단원들에게 감사장을 수여했다.

시베리아 비즈니스 및 기술정보대학 부총장과 함께
시베리아 비즈니스 및 기술정보대학 부총장과 함께

또한 이번 시비트 행사에는 옴스크 고려인 협회 회장이 참석했는데, 태권무 공연, 한국 전통 탈 체험, 한국 문화 소개 영상 등 단원들이 준비한 한국 문화 관련 자료들과 공연을 보고는 "자신이 원하던 이상적인 한국 문화행사가 이런 것"이었다며 마음을 활짝 열었다. 회장은 이제껏 우리에 대해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경계만 했던 것이 미안하다며 올해 7월 말 고려인협회와 옴스크 주 정부에서 함께 주최하는 ‘한국 문화의 주’ 행사에 함께 하자고 제안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 이렇게 하나의 행사를 통해 또 다른 길을 열어가시고, 한 명 한 명 사람들의 마음 또한 열어가시는 하나님 앞에 영광을 돌린다.

감사했던 시비트에서의 행사를 마치고, 단원들은 곧바로 옴스크 국립의대로 향했다. 한 번씩 우리와 인연이 있었던 다른 학교들과 달리 의대에서는 처음으로 행사를 하게 되었기에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미리 우리를 위해 장갑과 물감, 붓 등 프로그램에 필요한 물품들을 준비해 놓고 기다리는 담당자들을 보며 마음이 다 녹아내렸다. 약 30여 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의대에서도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한국 문화체험을 진행했다. 그 중 전통 탈 색칠하기 시간에 한국에서 가져온 탈 개수가 부족해 2사람에 1개씩 색칠을 하게 되었는데, 그럼에도 모든 학생들이 불평하지 않고 온 마음으로 체험에 임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함께 참석했던 국제협력 담당자 및 외국어 학과 교수 또한 마음을 활짝 열어 벌써 다음 행사를 함께 기획하자는 요청을 해오기도 했다.

국립의대에서 전통 탈 색칠 체험을 마치고
국립의대에서 전통 탈 색칠 체험을 마치고

한국 문화의 날에 참석했던 의과대학생 스뱌또슬라브 씨는 “모든 단원들이 정말 밝고 잘 반응해주셨습니다. 행사를 주최하신 분들이 모두를 위해 붓, 탈, 물감 등 전부 신경써주시고, 다들 정말 만족스러워했습니다. 한국어 수업도 너무 재미있었고 오늘 한국어로 몇 단어도 외울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한국 음식이 너무 좋았습니다. 김밥이 굉장히 특이했습니다. 매일 먹고 싶습니다. 이번 행사를 준비해주신 분들께 앞으로 행운이 따르길 바랍니다. 러시아는 놀랍고 열린 나라입니다. 그래서 자주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라고 이야기했다.

의과대교수 마르가리따 씨 또한 “한번도 밝게 웃지 않던 학생이 오늘 처음으로 밝게 웃는 모습을 보아서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이러한 한국문화를 옴스크에서 접하기 힘든데 여러분을 만나게 되어 좋은 경험이었고, 또 우리 학생들에게도 재밌고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같이 행사했으면 좋겠습니다.” 라며 기뻐했다.

청소년 도서관에서 가진 마지막 한국아카데미 행사
청소년 도서관 - 한국문화퀴즈 시간에 즐거워하는 참석자들

대학에서의 모든 행사를 마치고, 30일 토요일 저녁에는 옴스크 시 청소년 도서관에서 각 대학에서 함께했던 자원봉사자들과 참석자들을 위한 ‘한국문화 아카데미’를 가졌다. 이 날에는 각 대학에서 했던 한국 문화의 날 프로그램과 다르게 한복접기, 전통놀이체험, 한국문화퀴즈 등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해 참가자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또한, 원효대사 해골물 이야기와 사막을 걷는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에서 많은 어려움들과 문제, 불행들을 만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가 어떤 눈으로 그것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인생이 변화할 수 있다는 짧은 마인드강연도 전했다. 강연을 듣고 난 후 한 참석자는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랑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마인드 강연을 들으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바꾸면 인생이 행복하고 즐거워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라며 만족해했다.

같은 날 저녁, 3명의 굿뉴스코 단원들과 이영민 전도사는 고려인 협회 회장의 초청으로 옴스크 고려인협회에서 운영하는 태권도관에 가게 되었다. 그곳에서 단원들은 사범이 되고자 훈련 중인 학생들을 위해 태권도 및 태권무 특별수업을 진행했다. 2시간여 가까이 이뤄진 수업 속에 모든 학생들이 진지한 자세로 수업에 임했고, 수업이 끝난 후에도 여러 질문들을 하는 등 태권도에 대한 학생들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수업을 지켜본 고려인 협회 회장 또한 단원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며 수고한 우리 단원들을 위해 일요일 점심을 대접하기까지 했다.

고려인 협회 회장(가장 오른쪽)과 태권도관 학생들과 함께
고려인 협회 회장(가장 오른쪽)과 태권도관 학생들과 함께

약 일주일간 여러 곳에서 행사를 치르면서, 부족하고 서툴렀지만 하나님이 모든 행사들을 아름답게 해주시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단원들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에도 행사가 일로 남는 것이 아니라 은혜로 남는 것을 볼 수 있었다.

18기 오혜민 단원은 “한국에서는 대학교에서 이런 행사들을 쉽게 해볼 수 없고, 해외에서도 외국인들이 이런 행사를 여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하나님의 은혜를 입어 4개 대학에서 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했고, 준비는 미흡했지만 결과가 좋게 끝나 신기했습니다. 저는 이번에 태권도를 맡았는데, 이제껏 내 스스로 끝까지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해온 것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고 할 수도 없는 사람인데 성경과 하나님을 통해 쓰임을 받을 수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되어 정말 감사했습니다. 내가 부족한 사람이지만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돼 너무 좋았고 이러한 행사에 저희를 불러주신 옴스크 교회에도 감사합니다.” 라며 감사해했다.

하나님이 이번 행사를 통해 옴스크에서 놀랍게 일하시는 것을 보여주셨다. 작은 부분에도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지혜를 얻고 은혜를 입으며 우리가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겼을 때 가장 행복하게 행사를 진행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이렇게 하나님과 함께하는 동안 따뜻한 봄기운이 전해지듯 이곳 시베리아에도 밝고 행복한 일들이 계속되길 소망하며, 앞으로 새롭게 복음의 길들을 열어가실 하나님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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