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사람이 떠났지만, 하나님이 함께 계셔 다섯이었다
네 사람이 떠났지만, 하나님이 함께 계셔 다섯이었다
  • 글 | 김주희 (필리핀 단기선교사)
  • 승인 2019.08.06 10: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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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호 기쁜소식
무전전도여행 | 필리핀
5박 6일 간의 행복
맨 뒤에 선 이가 김주희 단기선교사

 

필리핀 단기선교사들이 6월 10일부터 14일까지 닷새 동안 무전전도여행을 다녀왔다. 마닐라 교회에서 활동하던 한국, 중국, 페루, 베트남, 아르헨티나, 멕시코, 오스트리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단기선교사들이 팀별로 3~4명씩 여덟 개 팀으로 나뉘어 총 28명이 참여했다. 전도 팀 가운데 마닐라에서 아홉 시간 거리의 라유니온 지역으로 무전전도여행을 갔다온 팀의 간증을 만나본다.

 

우리 팀은 베트남과 중국에서 온 단기선교사, 그리고 한국인인 나와 현지인 팀장까지 모두 네 사람이 한 팀이 되어 출발했다. 다니엘의 세 친구가 극렬히 타는 풀무에 떨어졌지만 신들의 아들 같은 한 사람이 그들과 함께 있어서 몸이 상하지 않은 것처럼, 우리도 하나님과 함께 다섯이 다니며 큰 은혜를 경험하고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는 복음도 전하고 전도여행 중에 만나는 필리핀 학생들을 위해 언어 아카데미와 음악 아카데미와 마인드 강연도 했다.

하나님이 우리 팀을 까먹으신 것이 분명해!
‘하나님이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이미 준비해 놓으셨다’는 말씀을 떠올리며 설레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우리 팀의 목적지는 수도인 마닐라에서 버스로 약 9시간 거리의 라유니온 지역이었다.
교통비와 숙식비는 물론 사탕이나 커피 같은 것도 가져가는 것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교회를 나와 터미널로 가는 길부터 도전이 시작되었다. 터미널로 가는 버스를 타면서 거절당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기사 아저씨에게 “우리는 해외봉사자이고 단기선교사입니다. 오늘부터 무전전도여행을 시작했습니다.”라고 말하자 흔쾌히 그냥 타라고 허락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터미널에 도착하여 라유니온으로 가는 버스를 찾기 위해 돌아다녔는데, 9시간이나 걸리는 곳까지 무료로 태워줄 기사를 찾는 것이 쉬울 리 없었다. 수없이 거절을 당해 지친 우리는 시장으로 전도하러 갔다. 몇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했지만 깊은 대화를 나누기 어려웠다.
우리는 다시 터미널로 돌아왔다. 다른 팀들은 이미 전도지에 도착했다고 메시지를 보내오는데 우리는 떠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팀원 중에 베트남 언니가 “하나님이 우리 팀을 까먹으신 것이 분명해!”라고 말해 모두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하나님이 우리와 항상 함께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고 마음을 모아 기도했다.
그러자 갑자기 경찰 한 분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혹시 우리를 쫓아내려는 것인가?’ 하여 우리가 누군지 소개했다. 그분은 이것저것 물어보더니 우리를 돕기 시작하셨다. 버스를 알아보고 빵과 라면을 사주기도 하여 우리는 너무 감사해서 계속 ‘살라맛포(감사합니다)’를 외쳤다. 경찰서에서 우연히 만난 여자 경찰도 우리를 돕고 싶다며 1,000페소(한화 2만 원)를 주었다. 경찰 아저씨들이 우리를 도우려고 길을 알아보셨지만 그날 밤까지 우리는 목적지로 출발하지 못한 채 난생처음 터미널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그분이 왜 우리를 도우시는지 알 수 없었다
6월 11일 둘째 날, 새벽 4시에 일어나서 전날 여자 경찰이 준 1,000페소를 가지고 버스 기사에게 은혜를 구했다. 그 돈으로 네 사람이 그 먼 곳까지 가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차비를 깎아주셔서 우다네타 지역까지 갈 수 있었다. 그곳에서 도움을 얻으려고 동사무소를 찾아갔다. 직원들이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봤다. 그분들에게 해외봉사활동을 설명하고 월드캠프 홍보영상을 보여주며 지금 무전전도여행 중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사무장님이 자신의 연락처를 주고 나중에 함께 활동하고 싶다며 우리를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주고 표도 끊어주셨다. 물도 챙겨주시고 500페소도 주셨다. 너무 감사했다. 왜 우리를 도우시는지는 알 수 없었다. 우리는 다만 하나님이 준비해놓으신 길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주인 아주머니가 구원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힘이 났다
드디어 라유니온에 도착했다. 그때까지 우리는 밥을 먹지 못해서 사무장님이 주신 돈으로 점심을 사먹었다. 맨 처음 시청을 찾아가서 우리가 하는 활동을 설명하고 학교를 소개해 달라고 지원을 요청했다. 그들은 우리가 외국인이라는 사실에 신기해할 뿐 도와주지는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학교를 찾아다녔다. 주변에 있는 세 학교 중 두 군데에서는 거절당하고 마지막 학교에서 아이들과 만날 기회가 주어졌다. 우리가 각 나라의 언어로 인사말과 노래를 가르쳐주자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다. 마인드 강연을 하고 복음을 전할 때에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집중하며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프로그램이 다 끝나고 나에게 서툴게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행사를 마친 뒤, 다른 팀인 A단원의 가족이 인근의 산토 토마스라는 도시에 산다고 하여 그곳으로 이동했다. 먼저 그의 형이 일하는 소방서에 찾아가서 복음을 전하려고 했지만 단번에 거절당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 주변을 배회하다가 시청 건물이 보여서 들어갔다. 방문객을 담당하는 직원들과 이야기하다 보니 그들이 우리를 돕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서 어느 학교에 연락해주어 목요일 오후에 마인드 강연을 할 수 있는 일정을 잡아주었다. 그리고 숙소도 마련해주고 돈도 챙겨주었다. 너무 감사했다.
우리는 그들이 안내해준 숙소에 가서 주인집 아주머니와 자녀들과 이야기하고 노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복음을 전했다. 처음에는 모두 어색해했고, 나는 성경 구절을 찾을 때 헤매고 영어도 서툴러서 버벅거렸다. 에어컨이 있는 집인데도 진땀이 났다. 하지만 밤 10시까지 말씀을 전했고, 그들이 구원받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았다. 저절로 힘이 났다. 그날 밤 우리는 개인 침대에서 각자 선풍기를 틀고 잤다. 첫날 터미널에서 잤던 일을 회상하니 샤워하고 누워서 잘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아주머니가 복음을 받아들이시기를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셋째 날인 6월 12일은 필리핀 독립기념일이었다. 정부 기관과 학교가 다 쉬었기에 우리는 전날 만나지 못한 A단원의 부모님에게 연락했다. 우리가 그분들이 있는 곳을 어떻게 찾아갔으며, 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차로 3시간이 걸리는, 샌 게이브리얼 지역을 찾아가야 했다. 수많은 차를 얻어 타며 이동했다. 기사들이 쉬는 정류장에 도착해서는 배가 고팠지만 돈을 쓰지 않기로 했기에 아무것도 사먹지 않았다.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염려하지 말고 하나님의 의를 구하라’는 말씀을 따라 마음을 모으고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다.
한 아주머니를 만나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더 듣고 싶다며 자신의 식당으로 가자고 했다. 아주머니는 우리에게 음식을 차려주셨다. 우리는 그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복음을 전할 수 있었다. 처음에 아주머니는 예수님이 우리 죄를 위해 돌아가셨지만 자신은 죄인이라고 하셨다.
“오늘 저희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내일도 모레도 음식을 공짜로 달라고 하고, 일년 내내 공짜로 달라고 한다면 아주머니는 주실 수 없을 것입니다. 사람은 선한 일을 계속 영원히 할 수 없고, 매일 짓는 죄를 스스로 씻을 수도 없습니다. 영원한 것은 하나님께만 있습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돌아가심으로 우리 죄를 다 영원히 씻어놓으셨습니다.”
차가 떠날 시간이 점점 다가와 아주머니가 복음을 받아들이시길 마음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마침내 아주머니가 모든 죄가 예수님의 피로 씻어진 사실을 깨닫고 구원받으셨다. 우리는 기쁘게 그곳을 떠날 수 있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니까 괜찮아
우리는 다시 지프니를 타고 강과 다리를 건너서 산속 깊은 곳으로 갔다. 졸다가 도착하여 눈을 뜨니, 그곳은 엄청 높은 산꼭대기였다. A단원의 어머니는 그 지역의 유명한 교장 선생님이었다. 우리는 식사도 대접받고, 몇몇 선생님과 학생들의 안내로 산과 강도 구경했다. 학생들은 우리를 위해 깜짝 파티도 열어주었다. 저녁에는 샤워와 빨래도 할 수 있게 준비해주었다. 갑자기 찾아온 우리를 반겨주는 그들이 너무 고마웠다. 복음을 위해 찾아간 곳에는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하나님이 항상 더 주신다는 것도 느꼈다.
우리가 줄 수 있는 것은 복음밖에 없다고 생각해 그날 저녁을 먹고 성경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분들이 자신들은 가톨릭 신자며 죄인이라고 했다. 우리가 죄와 죄 사함에 대해 말씀을 전하자 매우 놀라며
“나는 교회에 다니지만 항상 죄인이었고, 그래서 회개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전하는 복음은 그렇지 않네요.”라고 했다. 죄인이라고 했던 그분들이 마지막에는 다 같이 의인이라고 외쳤다. 정말 기쁘고 감사했다.
다음날, A단원의 부모님이 우리에게 학생들과 만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셨다. 전교생 앞에서 공연도 하고 언어 아카데미도 하고 마인드 강연도 하고 복음도 전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많은 학생들 앞에 선다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적극적이고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가진 아이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열정이 생겼고, 끝날 때에는 열혈 강사가 되어 있었다. A단원의 부모님은 바기오라는 지역에도 가족들이 살고 있다며 그곳으로 가달라고 했다.
아쉽게도 오후에는 산토 토마스 시청과 한 행사 약속이 있어서 급하게 돌아가야 했다. 높은 산을 어떻게 내려가야 할지 막막했는데, 선생님들이 오토바이 기사를 불러주셨다. 오토바이를 타는 것이 처음이고 산이라서 더 무서웠지만, 약속 시각에 늦고 싶지 않아 우리는 기도하고 출발했다.
우리 생각과 달리 아름다운 자연을 구경하면서 산을 내려오는 것이 무척 즐거웠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엄청나게 쏟아졌다. 너무 위험했기 때문에 비가 잦아들 때까지 중간중간 쉬면서 가야 했다. 두려운 상황인데도 우리는 서로 “하나님이 함께하시니까 괜찮아!” 하며 즐거워했고, 기사 분들이 그런 우리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산 밑에 도착해서 산토 토마스로 출발했다. 늦었지만 죄송하다는 말이라도 하고 싶었다. 약속 시간은 1시인데, 우리가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3시가 다 되었다. 행사가 취소된 줄 알았는데, 도착하자 수많은 학생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학생들은 준비된 의자에 앉아 있을 뿐 아니라 창문과 매점과 복도에서도 기다리고 있다가 크게 환호하며 우리를 반겨주었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그렇게 환영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다.
우리가 준비한 프로그램이 끝나자 학교 대표 되는 분이 우리에게 한 선생님을 소개하셨다. 따라가서 보니 선생님 집에는 에어컨이 있고 와이파이가 연결되었다. 선생님은 식사부터 디저트까지 차려주셨다.

 

 

하나님과 함께할 때 내 능력 이상의 일을 할 수 있었다
6월 14일 다섯째 날, 선생님이 아침 식사를 준비해주고 기념으로 호신용 칼과 사진을 선물로 주셨다. 우리는 학교 대표에게 인사를 드리러 학교로 갔는데, 그분이 푸고에 있는 한 대학교를 소개해주셨다. 우리는 다시 많은 지역을 경유해 푸고에 있는 대학에 도착해서 우리가 준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행사를 마치고 선생님들과 점심을 먹는데, 오후에 있는 학부모들과 갖는 시간을 우리에게 맡아 달라고 부탁하셨다. 그리고 지역 특산물인 땅콩과 전복버섯도 주셨다. 우리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없지만 하나님과 함께할 때 우리 능력 이상의 일을 할 수 있었다.
그날은 무전전도여행 마지막 날이었기 때문에 마닐라로 돌아가도 됐지만, 우리는 A단원의 어머니가 소개해주신 바기오로 갔다. 그곳에서도 너무 행복했다. 높은 지역이어서 야경이 정말 아름다웠고, A단원의 할머니가 저녁을 주신 것은 물론 초콜릿을 좋아한다는 나에게 초코잼 한 통을 주셨다. 우리는 배부르게 먹고 따뜻한 침대에서 편하게 잘 수 있었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 구원받았다
6월 15일 여섯째 날, 공식적인 무전전도여행은 끝났지만 우리의 여행은 계속되었다. 아침을 먹고 A단원의 할아버지께서 우리를 기쁜소식바기오교회까지 태워주시고 1,500페소라는 큰돈을 주셨다. 그날 바기오교회 목사님과 함께 성경공부를 하러 찾아간 집에서도 음식과 과일을 푸짐하게 먹었다.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목사님이 복음을 전해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구원을 받았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엿새 동안 있었던 일들을 간증했고, 모두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우리가 되돌아봐도 신기했지만, 모든 것이 하나님이 준비해주신 것들이었다.
전도여행 첫날에는 빈손으로 교회를 떠나 버스 탈 돈도 없었는데, 마지막 날에는 버스비를 내고도 4,000페소가 남았다. 그 외에도 빵과 기념품과 필리핀 사람들의 마음까지 풍성하게 얻어서 돌아왔다. 돌아보면, 여행 기간 동안 우리는 버스, 지프니, 트라이시클, 오토바이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수없이 많이 이용했다. 마치 돈을 내고 타는 사람들처럼 매번 은혜를 입고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어려운 순간도 분명히 있었지만 우리 마음에 어려움은 남지 않고 즐거움만 남았다. 마음에 소망과 즐거움이 가득하면 절망과 어두움이 찾아올 공간이 없다는 말씀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에게 재앙처럼 느껴지는 일들이 하나님께서 장래에 소망을 주시기 위한 것이라는 예레미야 29장 11절 말씀이 여행 내내 떠올랐다. 무전전도여행이 끝난 뒤로도 하나님이 나에게 앞으로 어떤 일을 하실지 기대가 되고, 소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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