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 며느리 구하기
정승 며느리 구하기
  • 송근영
  • 승인 2019.11.10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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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1월 키즈마인드
생각하는 동화

옛날 옛날, 어느 마을에 한 정승이 살았어요. 정승은 혼기가 찬 아들의 며느리 감을 찾다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두 처녀를 추천 받았어요. 두 사람 다 단아한 외모에 정숙한 품행을 갖춘 훌륭한 처녀들이었어요. 정승은 두 사람 중에 누구를 며느리로 맞아야 할지 고민하느라 잠이 오지 않았어요. 
“음, 얼굴이 예쁘고 정숙한 것도 좋지만, 중요한 건 지혜로워야 하는데 어떻게 그걸 알아볼 수 있을까?”
몇 날 며칠을 고민하던 정승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여봐라, 며느리가 될 아이를 시험을 쳐서 정할 것이니 준비하여라!”
정승은 며느리 감으로 추천 받은 처녀들에게 시험을 치기로 했어요. 시험은 바로 ‘밥상 차리기’였어요.
“자, 지금부터 밥상을 차릴 준비를 하되 모든 것을 너희가 직접
준비해야 할 것이다. 보름 후에 경연을 펼칠 것이다.”

 

두 처녀는 정승 댁에 있는 방에 각각 들어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첫 번째 처녀가 생각했어요.
“밥상은 하루 만에도 차릴 수 있는데, 어째서 이렇게 긴 기한을 주셨을까? 아, 이건 분명 쉽게 맛볼 수 없는 귀한 음식을 내라는 뜻이겠구나! 그렇다면 특별한
식단부터 짜야겠다.”
그때부터 첫 번째 처녀는 식단 짜기에 골몰했어요.
“구하기 힘든 귀한 재료를 준비해서 특별한 음식을
내야지! 아마도 정승 어른이 깜짝 놀라실 거야.”
“음, 호박을 그냥 볶는 것보다는 말려서 볶으면 맛이 더 특별해질 거야. 오늘 썰어서 말려두어야겠다.”
“시간이 많으니 김치도 여러 가지를 담가 볼까?”
며칠을 음식 재료를 준비하던 첫 번째 처녀는 식단을
정하지 못하고 고심했어요.
“자, 이제 됐다. 잠깐, 다시 한 번 보니 좀 아쉽네.
만약 경연 날에 비가 오면 어쩌지? 비가 오는 날에는 부침개가 딱 좋은데…. 혹시 그날 찬바람이라도 불면 따끈하고 얼큰한 국물요리가 좋을 테고…. 식단을
바꿀까?”
첫 번째 처녀는 최고의 밥상을 위해 재료를 구하고
바꾸고, 준비하고 반복하다가 시간을 훌쩍 보냈어요.  

두 번째 처녀도 생각했어요. 그런데 두 번째 처녀는 첫 번째 처녀와는 조금 달랐어요. 
“정승 어른이 밥상을 차리는데 어찌하여 시간을 많이 주셨을까? 어떤 밥상을 받고 싶으셨던 것일까?”
두 번째 처녀는 정승 어른이 한 이야기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생각해보았어요.
“맞다! 모든 것을 직접 준비하라고 하셨지? 그러면
그릇도 직접 준비해야겠네? 그래서 시간을 넉넉하게    
주신 모양이네.”
두 번째 처녀는 토기장이를 찾아갔어요.
“음식을 담을 그릇을 만들려고 합니다. 국, 밥, 반찬 등 기본적인 모양의 그릇 만드는 법을 알려주세요.”
“어떤 음식을 담을 건데요?”
토기장이가 물었습니다.
“어떤 음식을 담을지는 아직 모릅니다.”
두 번째 처녀는 흙으로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그릇을 빚었어요. 그리고 말리고 깎고 굽고 유약을 바르고 다시 구워서 그릇을 만들었지요.
 

두 번째 처녀가 그릇을 만들어 온 것을 본 첫 번째
처녀는 그제야 부랴부랴 토기장이를 찾아가 그릇 만드는 법을 배웠어요. 급히 만들다 보니 다듬지를 못해
그릇 겉면이 거칠거칠했어요. 열 시간 구워야 되는 것을 다섯 시간만 굽고, 가마에서 급히 꺼내는 바람에 금이 간 것도 있었어요.  
“시간이 부족해서 그릇이 이상하게 만들어졌네.
그래도 음식만 맛있으면 됐지!”

드디어 경연 날이 되었어요. 두 처녀는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음식을 하나씩 완성할 때마다 손수 만든
그릇에 담아나갔어요.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밥, 깊은 맛의 육수로 끓여 낸 고깃국, 각종 특산물로 만든 반찬들…. 밥상을 받아 본 정승은 감탄했어요.
“과연 명문가 규수들이로다! 허허허허!”
정승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밥상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어요. 정승은 첫 번째 처녀의 밥상을 보며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어요.
“이 밥상의 그릇들은 좀 엉성하구나! 국은 국물이 새는 것 아니냐?”
“어머나! 정승 어른, 그릇을 급히 만드는 바람에 좀
미흡하기는 하오나 음식은 최상급 식재료로 정성껏
만들었으니 음식 맛은 누구와 비겨도 뒤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 알겠다.”

정승은 두 번째 처녀가 만든 밥상을 살펴보았어요.
“이 그릇들은 모양과 빛깔이 참으로 곱구나! 직접 만든 것이냐?”
“예, 정승 어른.”
“너는 시간이 모자라지 않았느냐?”
“예. 저는 이 경연을 말씀하신 정승 어른의
뜻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밥상은 음식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을 담는 그릇 또한 중요해서 모든 것을 직접 만들라고 하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그릇을 만들고 그 뒤에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두 번째 처녀의 대답을 듣고
정승은 껄껄껄 웃었어요.
“참 지혜로운 처녀로다. 어설프게 만든 그릇은 정성껏 만든 음식과 어울리지 못하고 오히려 밥상을 망치는 법이다.  사람의 마음의 그릇 또한 그렇지.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인물일지라도 그 마음의 그릇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큰일을 감당할 수 없는 법! 사람이 아무리 큰일을 계획하고 큰 꿈을 꾼들 그 계획과 꿈을 담을 그릇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지. 너같이 지혜로운 며느리가 우리 집안에 들어오면 좋겠구나! 허허허!”
정승의 마음을 제대로 읽은 지혜로운 처녀는 정승의 며느리로 뽑혔어요. 지혜로운 며느리는 어른들을 정성껏 섬기고 남편을 잘 내조하고 자식들을 지혜롭게 키워 온 집안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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