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은 땅, 넓은 마음 카자흐스탄
넓은 땅, 넓은 마음 카자흐스탄
  • 정성미 편집장
  • 승인 2020.02.01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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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 키즈마인드
지구촌 한 바퀴

다양한 자연환경을 가진 나라
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북부에 위치하고 있어. 세계에서 9번째로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는데, 사람이 살 수 있는 지역이 많지 않고 인구도 1천 8백만 명 정도밖에 안 되어서 인구밀도 순위는 세계에서 215번째야. 1991년에 소련에서 독립했고 독립 이후 수도를 알마티에서 누르술탄으로 옮겼어. 카자흐족, 러시아족, 우즈베크족, 우크라이나족, 위구르족, 독일족, 고려인 등 120여 개의 정말 많은 민족이 함께 살아. 언어는 주로 러시아어와 카자흐어를 쓰고 있어.
카자흐스탄에는 산이 많은데, 기본 해발이 800미터가 넘고 만년설을 볼 수 있어. 처음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일 년 내내 눈이 녹지 않고 쌓여 있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지. 북부의 아주 추운 곳은 겨울에 영하 50도까지 내려가지만, 반대로 여름에 영상 40도까지 올라가는 곳도 있어서 땅이 얼마나 넓은지 실감할 수 있어.

한민족의 후손 고려인들
카자흐스탄에서는 한국 사람들이 돌아다녀도 전혀 낯설어 하지 않아. 그냥 러시아 말로 자연스레 말을 걸기도 하는데, 이곳에는 고려인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야. 고려시대에 살던 사람이라 고려인이 아니고, 80여 년 전에 소련에 살던 우리 민족들이 소련이 붕괴되면서 강제로 중앙아시아에 옮겨와 살았는데, 그들을 고려인이라고 해. 지금은 고려인 할머니, 할아버지들 중 일부만 한국어를 할 수 있고, 대부분은 한국어를 할 줄 몰라. 당시 중앙아시아의 나라들은 유목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고려인들이 정착해 살면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농사법을 보급하여 지금과 같이 발전했다고 해.
그래서 그런지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한국을 무척 좋아해. 어딜 가나 한국 식당, 회사, 한국 브랜드의 상점 등을 볼 수 있어. 대체로 러시아와 가까운 유럽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어딘가 모르게 한국과 비슷한 점도 많아서 정이 가는 나라란다.

 

카자흐스탄의 이모저모

낯설지만 맛있는 음식들
카자흐스탄에는 샤슬릭이라는 꼬치구이가 있어. 주로 양고기, 소고기, 닭고기를 구워주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정말 맛있어. 한국에서는 양고기가 값도 비싸고 냄새가 나서 잘 먹지 않지? 카자흐스탄은 양고기 소비국 순위가
2위일 정도로 많이 먹어.
여름에는 이웃 나라들에서 수박, 체리, 멜론 등 다양한 과일을 수입해 와. 그 중 드냐라는 과일은 멜론과 비슷한데, 한 입 베어 먹으면 ‘아, 내가 지금까지 먹은 멜론은 멜론이 아니었구나!’ 할 정도로 맛있어.
이곳의 주식은 빵이야. 내가 한국에서 빵을 먹으면 소화가 잘 안 됐는데, 이곳 빵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소화가 잘되고 가격도 저렴해서 좋아. 내 얼굴만 한 빵도 200원 정도야.

 

카자흐스탄 길거리
거리를 걷다 보면 정말 신기한 게, 아주 오래된 건물들이 많아. 100년도 더 넘은 멋진 건물들이 아직까지 튼튼하게 서 있어. 내가 지낸 알마티는 한국으로 치면 부산과 같이 큰 도시야. 시내에 고층건물이 즐비한데, 차를 타고 3분 정도만 달리면 들판이 펼쳐진 시골이 나와. 땅이 넓어서 그런지 넓은 공원도 많아서 산책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어.
이웃 나라에 갈 때 버스나 기차나 택시를 타고 가기도 하는데, 그러면 교통비가 비쌀 줄 알았어. 그런데 카자흐스탄은 석유 생산 13위 국가로서 휘발유 가격이 무척 싸. 택시를 타고 한 시간 정도 달려도 요금이 6천 원 정도밖에 안 해. 버스비는 어른요금이 240원 정도, 학생은 120원 정도니까 아주 저렴하지? 

 

가장 큰 명절 나우르즈
3월 21일부터 나우르즈라는 전통 이슬람 명절이 있어. 우리나라 설과 같이 큰 명절이야. 공식적으로 5일을 쉬는데 일주일에서 길게는 열흘까지 쉬기도 해. 이때 친척들이나 친구를 찾아가 선물을 주고받고 덕담을 건네는데, 워낙 땅이 넓어서 어떤 친척집은 차를 타고 2박 3일을 가야하는
경우도 흔하지. 참, 카자흐스탄 사람들은 선물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물건을 살 돈이 없으면 집에서 키우는 오리라도 잡아서 요리를 해서 선물해.
사람들은 새해 전날 밤, 광장으로 나가 폭죽을 터뜨리며 새해를 맞이해. 대통령이 연설하고 유명 가수들이 공연을 하는 등 새해맞이를 요란하게 한단다.

 

마음이 넓은 사람들과
행복한 일 년을!

카자흐스탄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낯설고 서먹서먹할 때 한국인과 같이 생긴 친구들을 만났어. 그런데 한국어를 모르고 러시아어를 쓰더라고. 고려인의 후손들이었어. 나는 그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어서 생각하다가, 함께 요리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군대에서 조리병을 했기 때문에 전문요리는 아니더라도 한국 음식을 어느 정도 맛있게 할 줄 알거든. 고려인 후손들 중에 한국에 가보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아. 그런 친구들과 함께 한국 음식을 만들며 요리하는 법도 알려주고 한국어도 알려주었는데, 무척 즐거워하며 마음을 활짝 열었어.
어른들 중에 한국어를 기억하는 분들이 있는데, 단어가 변형이 된 것이 많아. 예를 들어 두부를 두비라고 하고 뜻을 다르게 알고 있는 단어도 많고. 불행한 역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 낯선 나라에서 살게 된 사람들을 생각하니 안쓰럽더라.
요즘은 한국도 이혼가정이 늘고 있는데, 이곳은 많이 심각한 수준이야. 부부가 조금이라도 마음이 안 맞으면 쉽게 이혼을 해서 엄마, 아빠와 함께 살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아. 그런 결손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마음에 슬픔이 있는데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 내가 만난 친구들도 그랬는데 점점 가까워지면서 눈물을 흘리며 마음의 이야기를 했어. 그렇게 마음에 슬픔을 갖고 살다가 나에게 마음을 활짝 열고 내가 전해주는 예수님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면 정말 감사했어.
카자흐스탄이 땅덩어리만 넓은 줄 알았는데, 마음을 열고 만나보니 사람들의 마음도 초원처럼 넓고 편안했어. 멀리서 찾아온 나를 따뜻하게 감싸준 그 친구들 덕분에 행복한 일 년을 보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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